“문 닫아야겠네요” 1만320원의 역설…벼랑 끝 유통가

입력시간 | 2025.07.11 오후 2:54:33
수정시간 | 2025.07.11 오후 2:54:33
  • 편의점·마트 “매출 정체 속 인건비만 상승”
  • 유통업계 "인력 효율화"…조직 슬림화 가속
  • 고정비 누적 구조에 'C커머스' 저가 공세까지
  • “임금 구조, 산업 특성 감안해야” 목소리도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이 1만 320원으로 결정되면서 유통업계가 또다시 인건비 압박에 직면했다. 올해(1만30원)보다 2.9% 오른 수치로, 월급(209시간 기준)으로 따지면 215만 6880원이다. 당초 우려보다는 낮은 인상폭에 일시적인 안도감도 돌지만, 이미 누적된 고정비에 고물가·고금리·고환율·C커머스(중국 이커머스) 공세까지 겹치며 업계 전반에선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계산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11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열린 제12차 전원회의에서 공익위원 주도로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 320원으로 결정됐다. 인상률은 2.9%로, 최근 수년간 정부별 인상폭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 첫해였던 2018년에는 16.4%, 윤석열 정부 첫해인 2023년에는 5.0% 인상된 바 있다. 공익위원들이 자영업자와 중소상공인의 경영 여건을 고려해 절충안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다만 인상률이 낮다고 해서 현장의 부담까지 줄어드는 건 아니다. 특히 편의점, 마트 등 전통적인 유통 채널은 최저임금 인상에 가장 민감한 업종 중 하나다. 서비스직 비중이 높아 최저임금 수준의 인건비가 다수를 차지하며 인건비가 고정비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조여서다. 2024년 고용노동부 고용형태 공시제에 따르면 도소매업 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34.4%로, 제조업(24.6%)보다 높은 수준이다.

특히 편의점 업계는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최저임금의 지속적인 인상에 더해 주휴수당, 심야 근로수당 등 각종 인건비가 누적되면서, 일부 점주는 인력을 줄이는 것도 모자라 폐점까지 고민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경기도 이천에서 GS25를 운영 중인 한 점주는 “편의점이 워낙 많다 보니 매출은 계속 줄고, 인건비는 해마다 오르니 점주 혼자 버티는 시간이 늘고 있다”며 “이미 영업익의 절반 이상이 인건비로 나가는데, 시급이 조금만 더 올라가면 아예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최종열 CU가맹점주협의회장은 “최저임금 인상률이 낮아졌다 하지만, 그간 누적된 인상 폭과 인건비 구조를 고려하면 점주들이 체감하는 부담은 여전히 크다”며 “예전에는 임대료가 주된 비용이었지만 지금은 인건비가 전체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구조 자체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도 자유롭지 않다. 대기업 계열은 계산원 등 주요 인력에 정규직 연봉제를 적용하고 있어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외주와 비정규 인력 의존도가 높은 중소 유통업체는 상대적으로 더 취약하다. 파견직, 외주 인력, 아르바이트 등의 인건비가 매년 오르고 있는 데다, 매장 보조·재고 관리 등 필수 인력의 단가 인상은 전체 비용 구조에 연쇄적 부담을 줄 수 있다.

마트 업계 관계자는 “쿠팡 등 온라인 쇼핑 강세 속에 매장 수익은 제자리여서 인력 운영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무인계산대 확대나 물류 자동화 같은 인력 효율화 흐름이 더 빨라질 수밖에 없고, 결국에는 신규 채용 규모도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 악화도 무인화·효율화 흐름에 불을 지피고 있다. 롯데쇼핑(023530)은 지난해 백화점과 마트 부문 부진으로 매출이 전년대비 3.9%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6.9% 줄었다. 신세계는 매출이 소폭 늘었지만 소비 침체 등 여파로 영업이익이 25.1% 감소했다. 대형마트 2위인 홈플러스는 기업회생절차까지 밟고 있다. 수익성 악화와 인건비 부담이 겹치며, 현재 유통기업들의 최대 화두는 인력 효율화다.

고금리·고환율·고물가의 ‘3고’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내년 최저임금 인상은 유통산업 전반의 경영 불확실성을 더 키우는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소비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가격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을 전가하기도 쉽지 않다. 최근엔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발 C커머스의 저가 공세까지 거세지며, 국내 유통업체들이 가격 경쟁력마저 압박받고 있다. 수익성 방어를 위해선 구조조정, 영업시간 단축, 외주 재편 등 보다 강도 높은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은 취약계층 보호라는 명분은 있지만, 유통업계처럼 인건비 비중이 큰 산업에선 고용 위축 등 역효과가 클 수 있다”며 “고정비가 누적된 구조에선 인건비 상승이 결국 일자리 감소와 비정규직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글로벌 산업과 비교해 한국의 임금 수준과 구조가 과연 적정한지, 현실을 반영한 개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전진 기자noretur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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