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구리 수입이 미국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구리에 대해서도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오벌오피스(집무실)에서 미국의 구리 수입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조사를 실시할 것을 지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외국산 수입 제품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긴급하게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이번 조치에는 구리 원자재뿐만 아니라 구리를 사용한 제품도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의 철강 및 알루미늄 산업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구리 산업도 국내 생산을 공격하는 글로벌 행위자들에 의해 파괴됐다”며 “우리의 구리 산업을 재건하기 위한 관세 부과 필요성에 대해 조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구리가 무기 제조에 주로 사용되는 금속 중 하나라고 강조한 뒤 “관세는 미국 구리 산업을 재건하고 국방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구리가 미국으로 돌아와야 할 때”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고문인 피터 나바로는 중국을 특별히 지적하며 “중국은 오랫동안 산업 과잉 생산과 덤핑을 경제적 무기로 사용해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체계적으로 경쟁자들을 깎아내리고 경쟁산업을 사업에서 몰아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백악관 관리들이 조사가 언제 끝날지, 관세율은 어느 정도가 될지, 언제 발효될지 등 세부사항은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한 관리기 “트럼프의 시간 안에”이라고 반복적으로 말했다며 이는 “빠르게”라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미국은 2024년 약 160만톤(t)의 정제구리를 소비했으며 이중 45%를 수입에 의존했다. 칠레가 2020~2023년 기준, 전체 수입량의 최대 65%를 차지하고 내달 3월 4일 25% 관세가 발동되는 캐나다와 멕시코가 각각 17%, 9%를 차지한다.

한국비철금속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상반기 3억 102만달러 규모의 구리제품을 미국에 수출했고 미국으로부터 2억 74만달러 규모의 제품을 수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이후 구리 선물 가격은 급등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5월 구리 선물 가격은 갑작스럽게 치솟아 한때 1파운드 4.74달러까지 올랐다. 이에 따라 런던 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동등한 계약보다 t당 1200달러 이상 프리미엄이 붙었다.

이미 구리 가격은 트럼프 대통령 발표 이전에도 올해 17% 상승했다. 미국 골드만삭스는 20일 보고서에서 “미국은 구리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관세 리스크가 구리가격에 반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