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한국은행은 2월 수정 경제전망 발표를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을 1.9%서 1.5%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올해 성장률의 경우 지난해 11월 종전 2.1%서 1.9%대로 0.2%포인트 하향 조정됐지만 올 초 들어 다시 하향된 셈이다. 예상 대비 빠르게 시행된 트럼프 관세 정책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출과 내수 모두 하향 압력이 증대됐다는 게 한국은행 설명이다.

서울 중구 한국은행.(사진=이데일리DB)

올해 성장률 대폭 하향 조정

한은은 25일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을 1.5%로 전망했다. 석 달 전 전망치(1.9%)보다 0.5%포인트 하향한 것이다.

올해 성장률 하향 조정과 관련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올해 성장률 1.5%는 중립적인 전망”이라면서 “추가경정예산 편성은 전망치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총재는 15조~20조원의 추경이 편성될 경우 성장률이 0.2%포인트 상승한 1.7%가 될 수 있다고도 부연했다.

한은 측은 올해 국내 정치 불확실성에 대해 “1분기까지 지속되다 2분기 이후 점차 해소되면서 하반기 중으로 경제심리가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면서도 미국 관세정책과 관련해선 “당초 예상보다 조기 시행되고 인상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으며 통상환경 불확실성도 커졌다”고 분석했다.

다만 내년도 성장률은 종전 경제전망치인 1.8%를 유지했다. 내년에도 통상환경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있으나 내수를 중심으로 회복되면서 올해보다 성장률이 높아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올해 1분기 성장률 전망치 역시 당초 예상치를 하회할 것이라고도 봤다. 한은 측은 “1분기 성장률 전망치인 전기 대비 0.2% 상승은 미 관세정책 예고와 정치 불확실성에 따른 심리위축, 날씨 등 일시 요인의 영향으로 당초 예상치 0.5%를 하회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어 “2분기 이후에는 정치 불확실성이 점차 해소되는 가운데 금융여건 완화의 영향이 나타나면서 내수는 완만하게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반면 수출은 통상환경 악화로 연말로 갈수록 하방압력이 증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올해 성장률과 관련해 항목별로 뜯어보면 수출 전망이 크게 하향 조정된 점이 눈에 띄었다. 올해 재화수출 증가율이 1.5%에서 0.9%로 0.6%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다만 내년 재화수출 증가율의 경우 0.7%에서 0.8%로 3개월 전 대비 소폭 상향 조정됐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등 투자 항목에 대한 하향 조정도 눈에 띄었다. 특히나 건설투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역성장이 전망됐다. 올해 설비투자는 3개월 전 3.0%에서 2.6%로 하향, 내년 전망치 역시 2.1%서 2.0%로 하향 조정됐다.

올해 건설투자는 더욱 심각하다. 마이너스(-) 1.3%서 마이너스 2.8%로 재화수출 다음으로 큰 폭 하향 조정됐다. 내년도 전망치도 2.7%에서 2.5%로 낮춰 잡았다.

자료=한국은행

올해 물가는 종전 예상치 1.9% 부합 전망

한은은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에 대해선 3개월 전 1.9% 전망을 유지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상방요인과 낮은 수요압력, 정부 물가안정대책 등 하방요인이 상쇄되면서 올해 물가는 11월 전망에 부합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식료품 등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올해 1.8%로 종전 전망치 1.9% 대비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한은 측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초 오름폭이 소폭 확대됐으나 낮은 수요압력, 지난해 높았던 농산물가격의 기저효과 등으로 점차 둔화해 목표수준 근방에서 움직일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한은의 내년 소비자물가 및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치 역시 각각 1.9%로 종전과 동일했다.

올해 경상수지는 당초 예상됐던 800억 달러를 하회하는 750억 달러를 전망했다. 미국의 예상 대비 빠른 관세정책 추진 등으로 통상여건이 악화,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종전 대비 줄어들 것이란 이유에서다. 서비스수지는 환율 상승에 따른 내국인의 해외소비 둔화 등으로 여행수지를 중심으로 적자폭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취업자수 증가 규모는 지난해 16만명에서 올해 10만명으로 대폭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 측은 “제조업의 고용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건설투자 위축, 내수회복 지연 등으로 건설업과 대면서비스업의 고용부진이 심화될 것”이라면서 “다만 정부 일자리 사업 확대와 보건복지 등의 견조한 증가세가 고용 둔화폭을 제한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은은 전망 리스크와 관련해 향후 글로벌 무역갈등의 전개 양상을 꼽았다. 이에 만일 미국이 올해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 대해선 기본 시나리오 대비 낮은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고 내년에는 협상을 통해 관세율을 점진적으로 인하할 경우 국내 성장률은 현 전망 대비올해 0.1%포인트, 내년 0.3%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미국과 여타국이 상호보복을 벌이며 무역갈등이 심화된다면 한국 성장률은 현 전망 대비 올해 0.1%포인트 추가 하락, 내년에는 0.4%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해당 시나리오의 경우 내년도 성장률은 1.4%가 되는 셈이다.

자료=한국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