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를 봐라!”…트럼프 관세 강행에 멕시코·캐나다 ‘부글부글’
- 4일 멕시코 25% 관세 부과 결정에
- 멕시코 대통령 "조정·협력했지만 결국 美에 달려"
- "美가 결정하면 우리는 대응할 것"…보복관세 시사
- 캐나다, 30조원 보복관세 4일부터 즉시 시행…추가 대응조치도 검토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정례기자회견에서 미국의 관세 부과와 관련해 발언하며 멕시코의 마약단속이 거둔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그래프 위에는 ‘이 결과를 보라!’라는 영어가 적혀있다. (사진=멕시코궁 기자회견 캡처)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면 우리도 결단한다”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정례기자회견에서 멕시코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표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의 파운드리업체 TSMC의 대미(對美) 반도체 생산설비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가 4일부터 시행된다고 거듭 확인했다. 그는 캐나다와 멕시코가 미국으로 유입되는 펜타닐을 억제하는 데 합의함으로써 관세를 피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 질문에 “멕시코나 캐나다에 대한 (협상) 여지는 없다((No Room Left)”고 언급했다. 지난 2월처럼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관세를 한 달 유예하는 등의 ‘예외’는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한 셈이다.
멕시코, 막판까지 협상하지만…“美결정에 대응할 것”
관세가 부과되는 미국 동부시간 4일 자정까지는 불과 6시간밖에 남지 않았지만, 셰인바움 대통령은 상황에 대응할 ‘비상플랜’이 존재한다며 “평정심과 평온함,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미국이 관세 부과의 이유로 내세운 합성마약 펜타닐과 불법 이민자 유입에 대한 성과도 강조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미국 세관·국경단속국(CBP)이 압수한 1월 펜타닐 압수량이 지난 2024년 10월과 비교해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그래프를 대형 스크린에 띄우며 “멕시코에서 펜타닐을 압수해 미국으로 건너가는 것을 막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래프 위쪽에는 영어로 “환상적! 남서부 국경에서의 적발”이라는 그래프 제목과 함께 ‘결과를 봐라!’(Look at this results)라고 영어로 적혀있었다.
실제 멕시코 정부는 2024년 10월부터 2025년 2월까지 미국 국경 부근에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 마약 카르텔 관계자나 밀수에 관여한 용의자 1만 3000여명을 체포했고 1.3톤(t) 펜타닐을 포함한 113톤 미만의 마약을 압수했다. 지난달 27일에는 마약왕 29명을 미국에 인도하기로 했다. 모두 미국 정부의 요청에 적극적으로 호응한 것이다. 미국 국경에 도착하는 이주민 숫자 역시 수년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아울러 미국의 대중 견제기조에 맞춰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의지도 시사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정례기자회견에서 “멕시코 경제·재무부 당국자들이 미국 카운터파트와의 논의 과정에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잠재적 관세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의지를 피력하자 멕시코로서는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는 입장이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우리가 조정, 협력에 매우 중요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국민이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그것은 미국에 달려있다”며 “우리는 이 결정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관세 부과에 맞서 보복관세를 할 가능성 역시 부정하지 않은 셈이다.
멕시코 일간지 피난시에로에 따르면, 셰인바움 대통령의 지지율은 85%로 2024년 10월 취임(70%) 당시보다 약 15%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멕시코는 미국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강인한 자세를 취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을 유연하게 이끌어낸 수완이 인정받고 있다.
캐나다, 석유 수출세 만지막…전력차단도 검토

더그 포드 온타리오 주지사가 2024년 12월 16일 온타리오 토론토에서 열린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AFP)
캐나다 역시 보복 조치를 예고했다. 캐나다는 이미 지난 2월 4일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했을 때 300캐나다달러 규모의 보복관세 목록을 발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시기를 이후 한 달 유예하면서 일시 중단됐던 보복관세를 4일 자정 동시에 발동할 예정이다. 아울러 캐나다는 21일 내에 나머지 1250억캐나다달러에 대한 보복관세 목록도 발표한다.아울러 캐나다 정부는 미국에 수출하는 캐나다산 원유에 10% 수출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캐나다산 모든 수입품에 25% 관세를 매기면서도 캐나다산 에너지에는 10% 관세만 부과했다. 이는 미국이 현재 수입하는 원유의 약 60%, 전기의 85%를 캐나다산이라는 것을 고려한 조치다. 그러나 여기에 수출세를 부과해 사실상 관세 효과를 20%로 늘리겠다는 것이 캐나다의 심산이다.
미국에 전기와 원유를 수출하는 주요지역인 온타이오주의 더그 포드 주지사는 이날 토론토에서 열린 광업회의에서 관세가 시행될 경우, 국내 조달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모든 소매점에서는 매대에 진열된 제품마다 가격표에 캐나다국기를 표시하도록 해야 한다며 자발적인 시행이 이뤄지지 않으면 법안을 강제할 것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일론 머스크 의 스페이스X와 체결한 1억 달러 규모의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계약’ 해지, 온타리오 주류판매청(LCBO)에서 미국산 주류 퇴출 등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티븐 레체 온타리오주 에너지 장관은 미국이 온타리오주에서 구매하는 전력에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포드 주지사는 한술 더 떠 온타리오주에서 미국으로 공급되는 전력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우리는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미국이 온타리오를 파괴하려고 한다면, 나는 전력을 차단할 것이고 그것도 웃으면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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