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24시간 개방과 '원·엔 동조화'가 바꾼 하반기 투자 문법[어쨌든 경제]
-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 연구위원 인터뷰
- "1500원대 고환율은 일시적 왜곡...펀더멘털은 견고"
[이데일리TV 유은길 경제전문 기자]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을 상회하며 시장의 공포 심리를 자극하고 있으나, 이는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 부실이 아닌 글로벌 자금 흐름의 구조적 재편에 따른 현상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특히 24시간 외환시장 개방과 자본 자유화 확대로 인해 원화의 성격이 과거와 완전히 달라진 만큼, 하반기 증시와 환율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각도 전환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 연구위원과의 대담을 통해 외환시장 구조 변화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하반기 마켓 뷰를 다각도로 짚어보았다.
깜깜이 장 가고 투명성 제고...24시간 개방이 가져온 외환시장 선진화
이번 하반기 국내 금융시장의 가장 큰 제도적 변화는 외환시장 24시간 전면 개방이다. 과거 오후 3시 반 이후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 의존하며 발생했던 이른바 ‘깜깜이 장’의 왜곡 현상이 실시간 야간 거래를 통해 유의미하게 통제되기 시작했다.
문정희 수석 연구위원은 “개장 초기라 거래량 자체가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NDF 시장 특유의 과도한 변동성이나 호가 왜곡 현상이 일주일간 거의 포착되지 않았다”며 “정부의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 하에서 시장이 투명하고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은 장기적으로 외국인 자금 유입에 강력한 인센티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위안화 가고 엔화 왔다...한국 경제 ‘자본 자유도’가 낳은 원·엔 동조화
원화의 동조화 대상이 중국 위안화에서 일본 엔화로 확실하게 이동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거시적 변화다. 과거 한국은 수출 의존도 탓에 위안화의 흐름을 쫓아갔으나, 2022년 이후로는 엔화와의 커플링(동조화) 현상이 한층 뚜렷해졌다.
이에 대해 문 위원은 환율 제도의 차이와 자본의 성격 변화를 원인으로 꼽았다. 중국 위안화는 당국이 통제하는 관리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어 외부 충격에 경직적인 반면, 한·일 양국은 민간 주도의 자유변동환율제를 공유하고 있다.
특히 문 위원은 “최근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자산 투자가 급증하면서, 과거 일본의 자본 유출 및 국외 투자 패턴과 매우 유사한 궤적을 보이고 있다”며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원화와 엔화를 자본 자유도가 높은 유사 블록 통화로 묶어 취급함에 따라 나타난 구조적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코스피 폭등 뒤 숨고르기...매크로 공포는 ‘착시’
최근 코스피가 최고점인 9000포인트를 터치한 이후 7500선까지 급격히 조정을 받자 시장에는 환율과 금리에 대한 장기 공포감이 확산됐다. 그러나 문 위원은 이를 펀더멘털의 균열이 아닌 ‘역대급 랠리에 따른 자연스러운 기술적 조정’으로 규정했다.
“올해 한국 증시는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독보적인 상승률(약 100%)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국 나스닥이 10~15% 수준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매물 소화 과정이 필수적인 위치였다. 외국인의 시가총액 보유 규모가 작년 700조 원에서 2000조 원을 넘어서며 대규모 차익실현 및 리밸런싱(자산 재배분) 욕구가 분출된 것이 주된 원인이다.”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환차손에 의한 외국인 이탈’ 프레임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주가 기대수익률이 100%에 달하는 장세에서 전년 대비 7% 수준에 불과한 환율 변동 폭은 외국인의 포지션 청산을 유도하는 핵심 변수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외국인 자금은 환율 흐름 자체보다 국내 반도체 사이클 및 기업의 이익 전망치 변화에 따라 유출입을 결정하며, 원화가 비싸다고 인식되어 환차익 매력이 부각되는 적정 환율 레벨은 1450원 이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美 금리 연내 ‘동결’ 전망...철저한 환율 레벨별 자산 배분 피력
글로벌 매크로의 핵심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정책 방향성에 대해서는 시장의 인상 우려와 달리 ‘동결’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물가 압력이 임계치를 넘지 않았고 11월 중간선거라는 정치적 이벤트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연준이 무리한 아웃라이어 행보를 보이기는 어렵다는 관측이다.
저금리와 약달러를 지향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까지 감안할 때, 하반기 달러 인덱스는 100포인트를 중심으로 5% 범위 안에서 박스권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 역시 극단적인 대외 쇼크가 없는 한 1600원 돌파는 불가능하며 상단 1580원, 하단 1450원의 변동 밴드를 형성할 것으로 예측했다.
문 위원은 이러한 외환시장의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투자자들에게 환율의 ‘추세’가 아닌 ‘레벨(가격대)’에 기반한 철저한 분할 플랜을 제안했다.
기업들의 경우 환율의 일방향적 상승 가능성이 낮은 만큼, 수출 기업은 현재의 고환율 구간을 이용해 하반기 물량에 대한 환헤지(매도) 비중을 높여야 하고 반면 수입 기업은 고환율 부담 속에서 추격 매수를 자제하고, 환율이 조정받는 시점마다 물량을 확보하는 단기 분할 매수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현재 1500원 초중반선 레벨에서는 달러 자산의 추가 기대수익률이 매우 낮기 때문에 기보유한 달러 자산의 비중을 점진적으로 축소하여 수익을 확정 짓고, 향후 환율이 펀더멘털 적정선인 1450원 선으로 하향 안정화될 때 다시 외화 자산 비중을 채워 넣는 레벨별 포트폴리오 스위칭 전략이 요구된다고 문 위원은 덧붙였다.
![[사진=어쨌든경제 방송 캡쳐]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 연구위원(사진 우측)은 지난 10일 '어쨌든 경제' 방송에 출연해 유은길 앵커(사진 좌측)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7/PS26071300571.jpg)
[사진=어쨌든경제 방송 캡쳐]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 연구위원(사진 우측)은 지난 10일 '어쨌든 경제' 방송에 출연해 유은길 앵커(사진 좌측)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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