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몽' 그저 꿈인가…"더나은 삶, 손에 닿지 않아"

입력시간 | 2025.06.24 오전 11:37:04
수정시간 | 2025.06.24 오전 11:37:04
  • 성장 멈춘 중국…특권 세습화·인맥 장벽 더 높아져
  • 계층간 이동 사다리 끊겨 좌절…더 멀어진 ‘중국몽’
  • 온라인서 경제적·사회적 불평등 풍자 신조어 범람
  • 체념·불신 팽배해진 중국 사회…불만·분노도 확산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중국인 가오씨의 아버지는 국유 공장에서 해고된 뒤 택시 운전을 하며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졌다.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그는 희망을 잃지 않고 2016년 대학을 졸업했고, 홍콩에서 대학원 과정까지 마쳤다. 하지만 2024년 첫 발을 내딘 구직 활동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한 회사에 어렵게 취직했지만 수습기간 두 달 동안 급여를 받지 못해 퇴사했다. 다른 곳에 취업하려 했지만 중국 본토에서 교육을 받지 않아 정치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며 퇴짜를 놓았다.

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지시간) “중국은 한때 수억명이 빈곤에서 벗어나고 중산층이 급격하게 늘었으나, 이젠 경제성장 둔화, 일자리 부족, 임금 정체 등으로 계층 간 성장사다리 사라지고 있다”며 “중국몽이 멀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말 그대로 ‘꿈’(夢)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FP)



성장 멈춘 중국…특권 세습화·인맥 장벽 더 높아져

중국에선 1980년대 이후 8억명 이상이 빈곤에서 벗어났다.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한 덕분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하기 시작했고, 수천만명이 가족 중에 처음으로 대학교 졸업장을 받았다. 이들은 빠르게 자산을 불릴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중국에선 존재하지도 않았던 중산층이 4억명이나 생겨났다.

하지만 2025년 현재 중국의 경제 성장은 대폭 둔화했다.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졌고 임금은 속절없이 추락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과거처럼 자산을 불릴 수 없게 됐다는 얘기다. NYT는 “가오씨와 같은 사람들은 더이상 중국몽을 실현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중국 내 경제적·사회적 불평등은 심화했다. 소위 ‘금수저’인 특권층 자녀들은 부모의 명망 있는 직업은 물론 강력한 인맥까지 물려받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반면 노동자·농민 부모를 둔 자녀들은 아무리 교육을 잘 받고 성취 의욕을 갖고 있어도 소외 계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중국 온라인에서는 ‘핀디’(Pindie) 등과 같은 수많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직역하면 ‘아버지를 겨룬다’는 뜻이다. 즉 부모의 경제적 능력이나 사회적 지위, 인맥 등을 비교한다는 의미다. 인도 카스트제도의 최상위 계급인 브라만을 인용한 ‘시앤청 포뤄먼’(소도시 브라만)이란 말도 있다. 지방에서 인맥과 자원을 독점하는 계층을 일컫는다.

가오씨는 “그들(고용주들)에게 어려운 가정 환경을 극복하고 (성공을 위해) 인내하는 것은 결함일 뿐”이라며 “그들에게 힘들게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충분히 훌륭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면접 도중 ‘부모님의 사회적 지위가 낮다’는 모욕적인 말까지 들었다고 덧붙였다.

NYT는 “이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많은 사람들에게는 익숙하게 느껴질 만한 현상이지만, 중국에선 상황이 더 심각하다. 평균 생활 수준은 낮고 사회 안전망은 훨씬 취약하다”고 전했다.

(사진=AFP)



계층간 이동 사다리 끊겨 좌절…더 멀어진 ‘중국몽’

NYT는 노동자 계층에서 벗어나 신분 상승을 위해 노력해왔다는 25~49세 남성 5명과의 심층 인터뷰를 소개했다. 모두 중국몽을 꿈꾸다 좌절한 경험을 겪었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탄광 광부로 사회에 나왔다는 자오씨는 2014년 부동산 시장이 호황을 누릴 때 부동산 업계에 첫 발을 내딛었다. 당시 월급은 700달러로 광부로 일하던 시절과 비슷했다. 이후 그는 모기지 브로커로 활동하며 2020년 한 달에 1만 5000달러까지 벌기도 했다.

하지만 헝다 사태로 부동산 시장이 붕괴했고 최근 1년 동안 한 푼도 벌지 못했다. 현재는 아내의 월급 500달러로 생활하고 있다. 자오씨는 “자녀는 꿈도 꾸지 못한다. 완전히 바닥까지 떨어져서 다시 시작할 수도 없다. 뭘 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다. 더 나은 삶은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다른 1990년대생 세 사람은 “대학 진학과 노력으로 계층을 뛰어넘으려 했지만 엘리트 네트워크의 벽에 가로막혔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중산층 자녀들은 어릴 때부터 수학과 컴퓨터 수업, 피아노 레슨, 영어 과외를 받는다”며 자신들의 자녀가 “출발선에서 이미 지고 시작한다”고 비판했다.

이 중 한 명은 명문대에 입학했을 때 룸메이트들의 부모가 각각 지역 공산당 서기와 대학 학장이었다며 “내가 구내 식당에서 끼니를 때우고 과외로 돈을 벌 때, 룸메이트들은 인맥을 쌓는 데 집중했다. 어떤 일들은 나는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훨씬 쉽다는 걸 깨달았다. 정말 불공평하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계층 간 사다리를 오르는 가장 인기 있는 경로 중 하나는 국유기업 취업이다. 사회적으로 봤을 때 엘리트급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유기업에 취직하려면 인맥이 필요하다.

조시탱(가명)은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전공 졸업자여도 농촌 출신인 탓에 두 차례 지원에도 면접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경제가 좋았을 때에는 국유기업 일자리가 나와 같은 가정 출신 사람들에게도 돌아왔지만, 지금은 가장 안전한 선택지인 만큼 같은 계층 내에서만 순환한다. 전혀 공유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사진=AFP)



경제적·사회적 불평등 심화…중국 내 불만·분노 확산

“아무리 노력해도 올라설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하며, 즉 중국몽 좌절이 일상화하면서 중국 내에선 체념과 불신, 불만이 팽배해지고 있다.

최근엔 한 수련의가 다른 의사와 부적적한 관계를 이용해 승진한 사실이 폭로된 사건을 계기로 대중들의 분노가 폭발하기도 했다. 불륜을 저지른 의사의 아버지가 대형 국영 기업을 이끌고 어머니가 대학교 고위 간부로 재직 중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실력보다는 인맥과 배경이 승진에 더 중요한 것처럼 비춰졌기 때문이다.

관영 환구시보까지 “양질의 교육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고 졸업 후 취직이 어려운 시대에 공정성은 단순한 도덕적 의무가 아니다. 공정성은 사회 안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비판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된 의사는 면허가 취소됐다. 하지만 온라인에선 불만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방성훈 기자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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