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러트닉(오른쪽) 미국 상무장관이 7월 15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도착한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발언하는 모습을 경청하고 있다.(사진=AFP)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 외에도 삼성전자와 TSMC 등 ‘미국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이하 반도체법)’ 자금을 지원받는 반도체 제조사들에도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19일(현지시간)은 백악관 관계자와 또 다른 소식통을 인용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이같은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소식통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도 반도체법과 관련한 논의에 관여하고 있지만 러트닉 장관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실제 러트닉 상무장관은 이날 CNBC에 출연해 “바이든 행정부는 인텔과 TSMC 등에 사실상 돈을 ‘공짜로’ 줬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그럴 수 없다. 우리는 그 돈의 일부를 회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제조업의 자국 회귀(reshoring)를 강조하며 삼성전자와 TSMC 등 외국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발언한 것을 근거로 인텔 외에도 반도체법을 받는 한국과 대만기업에 대해서도 지분 확보 방식을 적용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말 인텔에 109억달러, 마이크론에 62억달러, TSMC에 66억 달러, 삼성전자에 47억5000만달러, SK하이닉스에 4억 5800만달러의 보조금을 최종 확정해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지원하기로 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인텔에 배정된 보조금 중 일부를 지분으로 전환해 정부가 약 10%의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인텔의 시가총액이 약 1000억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10%의 지분 가치는 약 105억달러 수준이다.

백악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인텔 지분 전환 방안을 논의 중임을 공식 확인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은 국가안보와 경제안보 차원에서 핵심 제조업 리쇼어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며 “보조금을 지분으로 전환하는 방안은 납세자에게도 이익을 돌려주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라고 설명했다.

인텔뿐만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조 바이든 행정부 당시 승인된 반도체 보조금이 “지나치게 후했다”며 재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 마이크론은 투자 확대를 조건으로 보조금 조건 변경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반도체법의 직접 지원금 중 85% 이상은 이미 구속력 있는 계약 형태로 배정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확정된 계약을 변경해 어떻게 지분을 확보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러트닉 장관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기업의 경영에 간섭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인텔으로부터 인수할 지분에는 의결권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로이터는 이번 지분 확보 방안이 단순한 일회성 지원을 넘어 미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일본 철강업체 ‘일본제철’의 미국 US스틸 인수를 승인하며 ‘황금주’(golden share)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해당 지분은 투자 약속 이행, 생산과 일자리의 해외 이전 방지, 공장 폐쇄 또는 가동 중단 등을 대통령의 동의 없는 불가능하도록 제한하는 역할을 한다.

한편, 이같은 보도에 대해 TSMC는 논평을 거부했으며 마이크론, 삼성전자, 백악관 역시 별도의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