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대장’ 보러 갈래? 새로 나온 영환가 했더니[중국나라]

입력시간 | 2025.03.12 오후 12:37:34
수정시간 | 2025.03.12 오후 12:37:34
  • 미국 대장 된 캡아, 베놈은 ‘독액’ 알라딘은 ‘아라딩’
  • 중국의 외국어 바꾸기 열정, 영화 넘어 분야 안가려
  • 중국어 우선주의, 정작 관광 활성화 등은 발목 잡아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한국 영화는 물론 해외 블록버스터를 보기 힘든 중국에서 모처럼 마블이 제작한 슈퍼히어로 시리즈물이 개봉했다. 스티브 로저스에게서 새로운 후계자로 지목된 샘 윌슨이 세계를 장악하려는 악의 무리와 맞서 싸우며 진정한 캡틴 아메리카로 자리 잡아가는 내용의 영화다.

영화 ‘캡틴아메리카4’의 중국판 포스터. 캡틴아메리카를 미국대장으로 표기했다. (사진=바이두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온라인을 통해 캡틴 아메리카와 레드 헐크가 격돌하는 모습의 포스터를 확인하고 예매하려던 찰나 제목이 좀 이상했다.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가 아니라 ‘메이궈뚜이장: 씬시지에즈슈’(美國大將: 新世界秩序, 미국대장4: 신세계질서’로 표기된 것이다. 캡틴 아메리카를 직역하면 미국의 대장이니, ‘미국 대장’이라는 수식어가 ‘틀린 말은 아니네’하고 웃고 넘겼다.

좀 더 찾아보니 수많은 해외 영화가 중국에서 개봉할 때는 이름이 완전히 바뀌게 된다. 주로 히어로를 제목으로 배치한 영화들에게서 자주 발견된다.

지난해 개봉한 ‘베놈: 라스트 댄스’는 중국에서 상영할 때(이하 한자어 발음 기준) ‘독액: 최후일무’라는 제목으로 영화관에 걸렸다. 외계 생물체 심비오트가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가 숙주로 삼는다는 설정을 볼 때 독액이라는 제목을 넣은 것으로 보였다.

장애를 겪다가 마법을 배워 슈퍼히어로에 합류한 닥터 스트레인지는 ‘기이한 박사’라는 뜻의 ‘기이박사’(奇異博士)다. 유전자 조작 거미에 물려 초능력을 갖게 된 ‘스파이더맨’은 ‘의협심이 있는 거미’라는 뜻의 ‘지주협’(蜘蛛俠)으로 부른다. 몸집을 자유자재로 늘렸다가 줄이고 개미를 부릴 수 있는 ‘앤트맨’은 그냥 ‘개미인간’(蟻人, 의인)이다.

뜻을 풀어서 쓸 수 없으면 소리가 나는 대로 한자를 붙이는 경우가 있다. ‘알라딘’의 경우 ‘아랍정’(阿拉丁)이라는 한자어를 붙였는데 이를 중국어로 읽으면 ‘아라딩’이 된다.

중국의 이러한 한자 사랑은 영화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베이징에서 단독 공연을 펼친 오스트리아의 유명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는 로도부 포혁빈덕(魯道夫 布赫賓德), 중국어로 발음하면 ‘루다오푸 부허빈더’로 소개됐다. ‘중국어로 발음하지 못하는 외국어도 있을까’라는 감탄(?)이 발생하는 대목이다.

중국 베이징의 한 쇼핑몰 전경. (사진=AFP)



영어 같은 외국어를 중국어로 바꾸는 것을 마음대로 하진 않는다. 일정한 규칙이 있다. 중국에서 문서 작업을 하거나 할 때 편집기에서 영어 등을 중국어로 바꾸는 일정 기능이 있다.

한국이나 일본 등에선 대체하기가 힘든 외국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컴퓨터를 컴퓨터라고 부르고 TV를 티비라고 지칭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중국은 컴퓨터를 사소한 단어까지 거의 대부분 중국어로 고쳐서 사용한다. 대체가 힘들다면 비슷한 단어를 붙이고야 만다.

중국 내부에선 외국어를 중국어로 고치는 이유에 대해 안전을 우선적 이유로 든다. 교통 표지판 등에 중국어보다 영어가 크게 적혀있으면 운전자들이 미처 확인하지 못할 수 있고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도 중국어로 더 쉽게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면에는 아무 대책 없이 외국어를 그대로 사용할 경우 중국어 기반의 문화가 흔들릴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렸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인 입장엔 영어를 알지 못해도 모든 내용을 중국어로 파악할 수 있으니 편할 수 있지만 중국의 세계화에는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중국으로 여행 왔을 때 가장 큰 불편을 호소하는 것 중 하나가 부족한 외국어 안내다. 실제 베이징에서 사는 동안 대형 쇼핑몰이나 공공장소에서 영어 등 외국어로 표기된 간판이나 안내를 보기 꽤 힘들다.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앱도 구동하기 힘든 중국 현실상 중국어를 익혀야만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중국 생활은 관광 활성화는 물론 외국인의 투자 환경 최적화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베이징 지하철 내부 모습. (사진=AFP)



땅도 넓고 사람도 많은 중국에서는 매일매일 다양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오늘도 평화로운 중국나라(중국나라)’는 온라인 밈으로도 활용되는 ‘오늘도 평화로운 ○○나라’를 차용한 시리즈입니다. 황당하거나 재미있는 이야기뿐 아니라 감동과 의미도 줄 수 있는 중국의 다양한 이슈들을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이명철 기자twomc@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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