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광복절 연휴 동안 제주를 찾은 관광객 수가 당초 전망치를 웃돌며, 제주 관광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올여름부터 내국인 관광객의 회복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향후 추이에 관심이 쏠린다.

제주자치도관광협회가 17일 발표한 잠정 집계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닷새간 제주 입도객은 약 22만 명으로, 당초 전망치였던 21만 6000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약 4% 증가했다.

제주 서귀포시 중문해수욕장에서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그간 제주 관광은 내국인 감소, 외국인 증가라는 상반된 흐름을 보여왔다. 2022년 제주 방문객은 1388만 명, 2023년은 1337만 명으로 줄었으나, 지난해(2024년)에는 1378만 명으로 다시 늘었다. 지난해 제주를 방문한 내국인은 1187만 명으로 전년 대비 6.4% 감소했지만, 외국인은 41만 명에서 125만 명으로 169% 급증한 것이 버팀목이 됐다.

올해 상반기 누적 관광객(1~6월)은 634만 5487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 감소했지만, 6월부터 내국인 관광객이 반등했고 7월에는 전년 대비 4.7% 늘어 두 달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제주 여행업계 관계자는 “내국인이 해외여행 열풍에서 조금씩 돌아오고 있다”며 “물가 안정과 ‘가성비’ 이미지가 회복세를 이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적이는 제주국제공항 (사진=연합뉴스)

광복절 연휴 제주 관광 회복에는 교통 인프라 확충과 가성비 마케팅이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연휴 기간 국내선 공급석은 21만 5000석, 국제선은 3만 석으로 지난해보다 늘었고, 일본·중국·대만·싱가포르 등 8개국을 잇는 국제선은 162편으로 전년 대비 23편 증가했다. 크루즈선 3척도 7000여 명을 태우고 제주에 입항해 하늘길과 바닷길을 동시에 열었다.

제주도는 ‘바가지 요금’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 가격 인하 행사도 병행하고 있다. 이달 말까지 도내 22개 음식점에서 갈치 요리를 최대 30% 할인 판매하며, 25일부터 31일까지는 303개 숙박업소가 참여하는 대규모 할인 행사도 진행된다. 5성급 호텔은 최대 30%, 그 외 숙소는 20%까지 할인된다.

9월부터는 제주관광공사가 추진하는 디지털 관광증도 전면 시행된다. QR코드 하나로 숙박·교통·체험 프로그램을 통합 결제·할인할 수 있어 관광객 편의성이 높아지고 지역 소상공인과의 연결이 강화될 전망이다.

산방산과 제주바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이에 따라 호재가 많은 가을 이후 실적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추석은 개천절(10월 3일)부터 한글날(10월 9일)까지 이어지는 최장 7일 일정으로, 하루 연차를 내면 열흘 연휴도 가능하다.

제주도 관계자는 “광복절 연휴를 계기로 살아난 흐름을 추석과 가을까지 이어가는 것이 목표”라며 “내국인 회복세를 확실히 하고 외국인 유치 확대에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내국인 증가세가 일시적 현상에 그칠지, 본격적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특히 9월부터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이 전국으로 확대되면, 그동안 ‘중국 유일 무비자 지역’이었던 제주만의 강점이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제주 방문 중국인 관광객의 94%가 개별여행이기 때문에 국내 다른 지역과의 경쟁 심화 우려는 제한적”이라면서도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이 전국으로 확대됨에 따라 제주 관광 경기 회복세를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