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이란이 ‘완전하고 전면적인’ 휴전에 합의했다고 밝힌 가운데 이스라엘과 이란에서 모두 상대가 공격을 중단하면 대응을 멈추겠다는 반응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과 이란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 이미지(사진=로이터)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이스라엘 매체 채널12를 인용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날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란이 공격을 멈추면 이스라엘도 휴전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채널12는 네타냐후 총리가 장관들에게 이란과의 휴전 합의 보도에 대해 언급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고도 전했다.

이란에서도 당장의 대응 자제는 어디까지나 이스라엘의 행동에 달려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스라엘의 선(先) 공격 중단’을 전제로 추가 공격을 보류하겠다는 게 이란의 입장이다.

압바스 아라크치 이란 외무장관은 X(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정식 휴전 합의는 존재하지 않는다”면서도 “이스라엘이 수도 테헤란 시간으로 늦어도 새벽 4시까지 자국민에 대한 불법적 공격을 중단한다면, 이란은 더 이상 군사적 대응을 이어갈 의도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군사 작전의 최종 중단 여부는 추후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후속으로 올린 게시물에선 “이스라엘의 침략을 응징하기 위한 우리의 강력한 군대의 군사 작전은 마지막 순간인 새벽 4시까지 계속됐다”며 “모든 이란 국민과 함께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사랑하는 조국을 지킬 준비가 되어 있고, 마지막 순간까지 적의 공격에 대응한 용감한 국군에 감사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CNN은 “아라크치 외무장관이 이란군에 감사를 표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작전이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됐다’고 말하면서 적대 행위가 끝났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이스라엘과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성사에 동의하는 듯한 비공식적인 반응을 내놨다.

로이터보도에 따르면 이란의 한 고위관리는 “이란이 카타르 정부가 중재한 협상을 통해 미국이 제안한 이스라엘과의 휴전 협정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협상에 정통한 인사는 “카타르의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총리가 이란 고위 관료들과 통화하면서 미국 안보 협정을 수용하도록 설득했다”고 전했다

해당 통화는 이란이 카타르 주둔 미국 공군기지에 대한 공격을 감행한 직후로 트럼프 대통령이 카타르의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군주(에미르)에게 이란과의 휴전 협정을 중재해 달라고 요청한 뒤 이뤄졌다.

또 이스라엘의 디아스포라(해외 거주 유대인) 장관인 아미차이 치클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가 있고 난 이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결단에 감사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역사 기록에 믿음, 용기, 도덕적 명확성의 한 장으로 기록될 대담한 결정을 내린 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휴전을 확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아울러 미 백악관 고위 관계자도 이스라엘이 이란의 추가 공격 중단을 조건으로 휴전 합의에 동의했고, 이란도 이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CNN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와 직접 연락하며 협상을 진행했고, JD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티브 위트코프 이란 특사 등이 이란과의 직·간접 협상 창구를 통해 휴전 조건을 조율했다.

백악관은 이번 휴전이 가능했던 배경으로 지난 22일 미국의 이란 핵시설 3곳에 대한 정밀 공습을 꼽았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의 군사적 대응 없이는 이번 휴전은 성사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NBC 뉴스와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과 이란의 휴전이 영원히 지속할 것이란 기대감을 밝혔다. 그는 “휴전은 무제한이라고 생각한다”며 “영원히 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