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지난달 전국 평균기온이 역대 6월 기록을 경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전국 각지에 가장 이른 열대야가 발생하기도 했다.

일주일째 폭염특보가 이어진 지난 3일 대구 북구 대구역 대합실에서 한 노인이 얼음 생수통를 머리에 대고 더위를 식히고 있다.(사진=뉴스1)

기상청은 4일 ‘2025년 6월 기후특성’을 통해 지난달 평균기온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평균기온은 22.9도로, 평년보다 1.5도, 가장 더웠던 지난해 6월(22.7도)보다 0.2도 더 높았다.

이번 더위는 우리나라 남동쪽에 고기압이 발달하면서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계속 유입된 영향이 컸다. 특히 지난달 27일부터 30일까지 나흘간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습윤한 공기가 공급되고, 낮 동안 햇볕이 강해지면서 폭염과 열대야가 잇따랐다.

폭염과 열대야는 주로 7~8월에 발생하는데 지난달에는 18일 강릉을 시작으로 19일 대전, 광주 등 12개 지역에서 역대 가장 빠른 열대야가 발생했다. 서울은 2022년부터 4년 연속 6월 열대야가 발생하기도 했다. 같은 달 27일 남부지방에 발효된 폭염특보 역시 지난달 29일 전국 대부분 지역으로 확대됐다.

열대야만큼 장마도 빨랐다. 올해 장맛비는 제주는 지난달 12일에 시작돼 평년보다 7일 빨랐다. 중부와 남부 지방도 평소보다 각각 5~6일, 3~4일씩 이른 장마가 발생했다. 비는 지난달 상순까지 거의 내리지 않다가 중순 이후부터 정체전선과 열대저압부의 영향을 받아 두 차례 집중적으로 내렸다. 특히 지난달 14일 부산에는 1시간당 최다강수량이 61.2㎜에 달하는 매우 강한 비가 내렸고, 20일 수도권에도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50㎜ 내외의 장맛비가 내렸다.

이례적인 이른 더위는 여름철 무더위를 유발하는 북태평양고기압이 평년보다 빨리 확장했기 때문이라는 게 기상청의 해석이다. 필리핀 부근의 대류활동이 활발해지고, 위로 떠오른 고온다습한 공기가 우리나라 남쪽의 하강 기류를 강화시키면서 북태평양고기압이 확장되는 데 기여했다. 여기에는 따뜻해진 북태평양에서 공급된 열도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시기에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해수면 온도는 19.3도로, 최근 10년 평균보다 0.3도 낮았다.

장동언 기상청장은 “6월 말부터 전국적으로 폭염과 열대야가 발생하며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어 더위로 인한 피해가 없도록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며 “남은 여름철 동안 여전히 국지적인 집중호우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기상청은 방재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하고, 기상정보를 신속히 전달해 사전에 대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2025년 6월 6~12일 대류활동 편차 분포도(사진=기상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