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 인근 공항에서 발생한 여객기와 군용 블랙호크 헬기 충돌 사고의 희생자 중 한국계 피겨 스케이팅 선수 남녀도 포함된 가운데 그 중 10대 남자 선수는 한국인 입양아로 알려졌다.

29일 밤 미국 워싱턴DC 인근 공항에서 헬기와 충돌한 여객기에 탑승한 것으로 파악된 한국계 피겨 유망주 스펜서 레인. 그는 입양아로 알려졌다. (사진=보스턴스케이팅클럽)

30일 연합뉴스는 한국 정부의 재미 영사 업무 담당자의 말을 인용해 “30일 추락한 여객기에 타고 있던 10대 여자 피겨 스케이팅 선수 지나 한(Jinna Han)의 소속 클럽과 현지 한인 사회에 확인한 결과 그가 한국계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13세 선수 지나 한의 국적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미국 피겨 선수권 대회와 연계된 미국의 전국 스케이팅 유망주 훈련 캠프를 다녀오다 사고를 당한 만큼 국적은 미국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또 같은 여객기에 탑승한 16세 남자 선수 스펜셔 레인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것으로 확인됐다. 레인은 모친과 함께 여객기에 타고 있었다.

레인의 부친인 더블러스 레인은 지역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레인과 그의 형제 마일로 등 두 아들을 한국에서 입양했다며 “레인은 모두에게 사랑을 받는 아이였다”고 했다.

레인의 학교 관계자는 “밝고 미래가 촉망되는, 재능 있는 선수였다”며 “스케이팅을 오래 하지 않았는데도 뛰어난 재능 덕분에 정점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이 여객기에는 현직 선수 외에도 코치 등 피겨 관계자들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 1994년 세계선수권대회 페어 우승을 이룬 러시아 출신 와짐 나우모프, 예브게니아 시시코바 부부도 포함됐다.

사고 여객기에 스펜서 레인과 함께 타고 있던 것으로 파악된 한국계 선수 지나 한. (사진=보스턴스케이팅클럽)

뉴욕타임스, 워싱턴포트스 등에 따르면 사고기에는 약 20여명의 피겨 선수와 코치 등에 타고 있었다.

러시아피겨스케이팅연맹(FFKKR)은 성명을 통해 “연맹과 러시아 피겨 선수, 코치, 심판, 전문가들은 워싱턴에서 일어난 비극에 충격을 받고 깊은 슬픔을 느끼고 있다”며 “희생자의 가족과 친구, 사고로 재능 있는 주니어 선수나 자격 있는 코치를 잃은 미국피겨스케이팅협회에 진심으로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앞서 29일(현지시간) 오후 8시 35분쯤 워싱턴 DC 인근 로널드 레이건 공항 인근에서 아메리칸항공 5342편이 착륙을 시도하던 중 미 육군 시코르스키 H-60(블랙호크) 헬기와 충돌해 포토맥강으로 추락했다.

당시 사고 여객기에는 승객 60명과 승무원 4명 총 64명이 탑승해 있었고 사고 헬기에는 군인 3명이 탑승 중이었다.

사고로 레이건 공항의 모든 이착륙이 전면 중단됐고, 사고 현장에는 소방과 경찰, 미군 등이 급파돼 대규모 수색 작업을 펼쳤다. 하지만 추운 날씨 등으로 구조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언론들은 현재까지 경찰이 포토맥강에서 30구가 넘는 시신을 수습했으며 생존자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