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김은비 강신우 기자] 트럼프발 관세전쟁의 영향이 본격화 하며, 지난달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하락한 ‘트리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산업지표가 일제히 감소한 건 지난 1월 이후 석 달만이다.

반도체·자동차 등 제조업 부진과 더불어 얼어붙은 소비가 좀처럼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고, 건설업 부진도 장기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산업 생산지수는 113.5(2020=100)로 전월보다 0.8% 감소했다.

전산업 생산은 기타친환경차와 특수목적용 자동차 등 완성차 생산 감소로 자동차 생산이 4.2% 줄고, 반도체도 플래시메모리, D램 등 메모리반도체 생산이 2.9% 감소하면서 전체 광공업 생산이 0.9% 줄었다. 전문·과학·기술, 금융·보험 등 서비스업(-0.1%)도 감소해 생산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달 미국이 수입산 자동차에 대해 관세를 부과한 영향으로 자동차 생산이 줄어들었고, 반도체는 대외 불확실성 우려에 전월(2.9%) 큰 폭으로 증가했던 기저 효과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반도체는 출하가 전월보다 11.8% 감소하고, 재고는 0.4% 늘어나는 등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내수 침체도 지속되도 있다. 대표적인 내수 지표인 서비스업 생산과 소매판매는 2개월 연속 동반 감소했다. 서비스업 생산은 도소매(1.3%)에서 늘었지만, 전문·과학·기술(-3.6%), 금융·보험(-1.2%) 등에서 줄면서 전월보다 0.1% 감소했다.

소매판매 역시 통신기기와 컴퓨터 등 내구재(-1.4%), 의복 등 준내구재(-2.0%), 의약품 등 비내구재(-0.3%)에서 판매가 모두 줄어 전월대비 0.9% 감소했다. 업태별로 승용차 및 연료소매점(8.5%)에서 판매가 증가했지만, 백화점(-6.7%), 슈퍼마켓 및 잡화점(-2.9%) 등에서 판매가 줄었다.

설비투자와 건설기성도 각각 0.4%, 0.7% 감소했다. 특히 건설수주는 기계설치 등 토목(-33.8%) 및 공장·창고 등 건축(-11.0%)에서 수주가 모두 줄어 전년동월대비 17.5% 감소했다. 지난 2024년 1월(-35.3%) 이후 15개월 만의 최대 낙폭이다.

수출 중심 생산 감소 우려…소비심리 개선에 내수는 회복 기대

대외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주요 수출 품목을 중심으로 한 산업 생산은 더 하락할 가능성도 크다. 조성중 기획재정부 경제분석 과장은 “지난달 광광업 생산이 전월보다 줄었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반도체(21.8%) 등에서 생산이 늘며 4.9%가 증가했다”면서도 “아무래도 수출 쪽에 하방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수출이 얼마나 버텨주냐가 경기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달부터 소비심리가 큰 폭으로 개선되면서 향후 내수가 회복 흐름세를 보일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5월 소비자심리지수CSI)와 기업심리지수(BSI)는 101.8포인트, 90.7포인트를 기록했다. 각각 전월보다 8.0포인트, 2.8포인트 오른 수치로 소비자심리지수는 2020년 10월(12.3포인트) 이후 55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했다. 기업심리지수 역시 2023년 5월(4.4포인트) 이후 2년 만에 최대폭 상승이다.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비농림어업취업자수, 광공업생산지수 등이 증가해 전월대비 0.2포인트 상승했고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해 주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코스피가 감소했으나 기계류내수출하지수, 재고순환지표 등이 증가하며 전월보다 0.3포인트 올랐다.

정부는 통상 리스크 대응 및 내수 활성화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방침이다. 조 과장은 “관세 부과에 따른 우리기업 피해 최소화 및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 민생 지원 등 위한 추가경정예산 신속 집행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경제심리 회복세 지속·강화 노력과 함께 건설투자 활성화 등 내수 부진요인별 맞춤형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