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배송왔어요"…'그 전화' 한통에 그녀의 삶이 무너졌다

입력시간 | 2025.07.04 오전 8:05:44
수정시간 | 2025.07.04 오전 8:08:17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기-피싱 시나리오편①
  • `앱 설치` 요구, 피싱 범행의 본격 시작
  • 검사·금감원 사칭해도 '전화 가로채기'에 무방비
  • 예·적금 해지 후 '국민안전계좌번호'로 입금 요구
  • `은행 경고 무시하라`며 피해자 고립
  • 대출받아 송금하라는 요구까지
피싱 사기 종류와 수법이 점차 교묘해지면서 피해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범행은 일정한 ‘시나리오’ 안에서 움직입니다. 상황이 조금씩 다르더라도, 이 시나리오를 알고 있다면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데일리는 시민들의 괴롭히는 피싱 시나리오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만약 지금 누군가의 전화를 받고 있고, 상대방이 아래의 말을 하고 있나요? 피싱 가능성 100%입니다. 지금 당장 전화 끊으세요.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원격 앱이 깔리는 순간 사실상 범죄를 위한 준비는 끝난다. (사진=챗GPT)



“제가 말씀드리는 이 앱 설치하세요.”…악몽의 시작

30대 직장인 여성 손민지(가명)씨는 지난달 카드배송원으로부터 “카드 배송차 왔다”며 주소를 확인하는 전화를 받았다. 해당 주소는 손씨의 회사였다.

카드를 신청한 적이 없다고 하는 손씨에게 배송원은 생년월일을 확인한 후 “저는 배송만 하는 직원이라 자세한 건 몰라요. 카드 봉투에 고객센터 전화번호가 적혀 있어 알려드릴 테니 전화해보세요. 요즘 명의도용 피해를 보시는 분들이 많아요.”라고 말했다.

손씨는 별생각 없이 배송원이 알려준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어 카드를 반송하겠다고 했다. 고객센터 직원은 “개인정보가 유출됐거나 연동계좌가 사고 계좌일 가능성이 높다”며 “저희 카드사에서 한국소비자원을 통해 온라인으로 피해구제 신청을 한다. 접수가 금융감독원을 통해 접수되면 자산을 보호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이 직원은 사고 접수와 카드 취소를 위해 원격으로 확인해볼 것이 있다며 손씨에게 어플을 설치하라고 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공식으로 등록돼 있는 ‘△△ 원격제어 앱’을 설치하고 제가 불러드리는 인증번호를 입력해주세요.”

이어 이 직원은 “잠시 후 금융감독원 대표번호 1332로 전화가 올 것”이라며 “금융앱을 사용하면 2차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당분간 금융앱을 사용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당연히 이 앱은 휴대전화 정보를 빼내고, 전화 통화를 제어할 수 있는 악성앱이었고, 금융앱을 사용하지 말라고 한 건 금융앱의 보안 기능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를 몰랐던 손씨에겐 이 때부터 악몽이 시작됐다.

금감원, 그리고 검찰과의 통화…빠져드는 피싱

손씨는 미심쩍은 기분이 들었으나, 5분 뒤 1332라는 번호로 금감원 직원(을 사칭하는 사람)에게 전화가 오자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금융감독원 보안부 홍길동 과장입니다. 자산보호 신청이 계속 거절되고 있는데요, ‘검찰사건조회24’ 사이트에 접속해 접수여부를 알려주세요.”라고 했고, 손씨가 사이트에 접속해 인적사항을 입력하자 정말 구속영장과 공문서가 조회됐다. 손씨는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선생님도 명의도용 사건 피해를 입으신 것 같아요. 담당검사인 서울중앙지검 임꺽정 검사에게 약식조사받을 수 있도록 얘기해둘 테니 검찰청 대표번호 1301로 전화해보세요.”

손씨는 서둘러 1301로 전화를 걸었다. 상대방은 본인이 임꺽정 검사라고 말하며 손씨의 계좌가 대포통장으로 이용돼 피해자 70명이 집단 고소장을 접수했다며 겁을 줬다.

피싱 범죄 조직은 한 사람을 속이기 위해 다수 인원을 동원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손씨는 금감원 직원과 검사를 사칭한 범인들에게 속아 넘어갔다.(사진=챗GPT)



이미 악성앱이 깔려 있는 상황이라 피싱범들은 표적의 전화를 가로챌 수 있다. 공식 대표번호로 전화를 한다해도 피싱범들이 받는다는 뜻이다. 계속해서 통화를 하는 순간 거미줄에 얽히게 되는 셈이다.

자신을 검사라고 한 이는 “녹취 중 다른 사람 목소리가 섞이면 증거로 못 쓰니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세요. 아까 이 사건이 특급 보안으로 분류된 거 보셨죠? 구속과 비공개 수사가 원칙입니다. 구금 인치 장소는 서울구치소고요. 48시간 조사 시간이 부여되니, 여벌 옷이나 챙겨 올라오세요.”라고 했다.

손씨는 감옥에 갈 수도 있다는 소리에 겁을 먹었고, 비교적 친절했던 금감원 과장에게 의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해당 과정과 통화했다는 그 검사는 “처음부터 금감원 홍 과장 얘기를 하지 그랬느냐며 약식 수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했다. 피싱범들에게 점차 빠져들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손씨는 상상치 못한 피해 규모를 듣고 내가 개인정보 관리를 잘했으면 피해가 없었을 텐데’라는 죄책감이 들었고, 협조를 하겠다고 했다. 그 검사는 손 씨에게 “보안 유지를 위해 수사용(업무용)휴대전화를 개통하세요.그리고 30분마다 텔레그램(또는 라인)으로 동선 보고 하세요.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요.”(이제 피싱에 완전히 걸려들었다.)

사전작업은 끝났다…“돈 뽑아서 체크셔츠 입은 사람한테 주세요”

손씨는 다시 금감원 홍길동 과장과 통화했다. 홍 과장은 “식사는 하셨어요? 선생님이 보유하신 재산이 불법자금인지 전수조사를 하겠습니다. 이 시간부로 선생님 모든 재산은 행정자산으로 귀속됩니다. 자산 출처 확인을 위해 계좌정보통합관리(어카운트인포) 앱*을 설치하고 조회내역을 캡처해서 보내주세요.”라고 했다. 금융결제원의 계좌정보통합관리 서비스는 계좌·카드·대출·보험가입정보 등을 한눈에 조회할 수 있어 피싱범들이 피해자 재산을 확인하는 데 쓴다.

그는 이어 “은행에 가서 돈을 수표로 찾아요. 은행 직원이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라고 하면 전부 X로 체크하고 인출 사유는 사업 관련 계약이라고 하세요. 은행원이 지연시키면 ‘위약금을 책임질 거냐’고 강하게 말하세요.”라고 구체적인 행동 양식까지 설명했다.

손씨는 홍 과장이 시키는 대로 은행을 방문했다. 은행원들은 보이스피싱이 의심된다고 말했지만 손씨는 그 말을 믿지 못하고 다시 홍 과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검사님이 은행도 연루됐다고 했잖아요. 그 은행도 압수수색할 거에요. 제가 지정해준 은행만 가시고 돈을 찾은 뒤 은행 직원 이름과 직급, 금융사기 예방 진단표를 잘 설명해주는지 보고하세요. 그리고 국세청 직원을 보낼 테니 다른 말을 하지 말고 ‘빠르게 부탁드린다’고만 하세요. 국세청 직원 이름은 강국세이고 170cm에 안경을 착용, 체크무늬 셔츠와 검은색 바지를 입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손씨가 보이스피싱이 아닌가 하고 의심을 품을 때면 “이게 보이스피싱이면 저희가 뭐하러 담당자까지 배정합니까? 그렇게 말씀하시면 아무도 안 도와줘요. 그런 말씀하지 마세요.”라고 안심시키기도 했다.

이후 홍 과장은 손씨에게 “개인정보가 유출돼 범인들이 인출해 갈 수 있다”며 예적금과 증권, 주식, 보험을 모두 해약해 ‘국가안전계좌번호(허위)’로 이체하라고 했다. 결국 손씨는 지금까지 모은 대부분의 돈을 피싱범에게 넘기게 됐다.



“일단 대출을 신청해요”…마른 수건까지 짜내는 피싱범들

손씨는 이미 피해를 입었지만, 모르고 있다.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검사 사칭범은 손씨에게 더 큰 피해를 입힌다.

금감원 홍 과장은 “선생님 계좌가 범죄에 이용돼 대출 지급 정지를 걸었습니다. 또 선생님 돈을 모두 국가안전계좌로 넘겨서 잔액이 0으로 표시돼 있는 게 정상인데 전산상으론 잔액이 있는 것처럼 보여요. 이걸 깡통계좌(스텔스 계좌)라고 해요.”

“선생님 명의로 대출을 못 받게 막았는데, 대출이 이뤄지면 범죄조직이 불법적으로 대출 승인을 했다는 뜻이에요. 선생님 명의로 신용대출(카드론)과 담보대출(부동산, 자동차, 주식, 보험, 공제회 등)을 신청하세요. 대출이 실행되면 그 대출금은 불법 자금으로 국고 환수조치되고 이상이 없으면 돌려 드릴게요.”

이 모든 지시에 따른 손씨에게 피싱범은 “수고하셨습니다. 식사는 하셨지요? 자금 검수가 거의 끝나갑니다. 남은 절차는 검사님에게 문의하세요. 아 손민지씨. 이번주중으로 사건 종결 예정입니다. 보안 유지를 위해 채팅과 통화기록을 삭제하고 휴대전화도 초기화하세요. 연락드리겠습니다.”

검사와 금감원 직원은 그렇게 잠적했고, 손씨에겐 대출 잔액만이 남았다.
손의연 기자seyye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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