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애플이 올 가을 출시할 신형 아이폰에 대해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전화통화를 가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격 인상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미국 내 투자 계획을 확대할 것이라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올 가을 출시할 아이폰 라인업(아이폰17 시리즈 등)의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애플은 가격 인상 요인을 미·중 관세가 아닌 신기능 및 초슬림 디자인 등 혁신적 변화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이 전해진 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관세 인하 합의 발표에 이어 쿡 CEO와 전화통화를 가졌다고 밝혔다. 그는 가격 인상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오늘 아침 팀 쿡과 통화했는데, 그는 5000억달러 규모의 애플 공장을 미국에 많이 짓겠다고 했다. 우리는 이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애플이 지난 2월 발표한 5000억달러 규모의 미국 내 투자 계획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애플에 아이폰 등 핵심 제품의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요구해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 내 생산 전환은 애플의 비용을 늘리고 시간도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미중 관세 인하 합의로 단기적 부담은 줄었지만, 소비자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애플은 2017년 아이폰X 출시 이후 주력 아이폰 모델의 기본 가격을 999달러로 유지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광범위한 관세 부과 이후엔 애플이 가격 인상을 검토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애플이 생산을 의존하는 국가들에 대한 관세가 높게 책정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애플이 관세에 대비해 재고를 비축하고 있다며 가격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후 소비자와 분석가들은 애플의 가격 인상에 대비해 왔다. 애플은 올해 2월 출시한 아이폰16e 가격을 올리며 필요시 가격을 높일 수 있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쿡 CEO는 최근 실적을 발표하며 관세 때문에 애플이 이번 분기(4~6월) 약 9억달러의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당시엔 가격 인상 가능성에 대해 답변을 회피했다.

CNN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로 아이폰16 프로 맥스 등 고가 모델은 최대 800달러까지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전문가들은 “대중 관세 인하에도 애플이 신제품 혁신을 명분으로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애플은 2026년까지 미국에서 판매하는 아이폰의 대부분을 인도에서 조달한다는 중장기 전략도 추진 중이다. 이날 애플의 주가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긴장 완화 소식에 힘입어 전일대비 6.31% 급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