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만에 돌아온 손자, 동네 길은 누구 것인가[판례방]
- ■의미있는 최신 판례 공부방(71)
- 1975년 이전 복구된 토지대장 소유자란: 권리추정력 없어
- 국가·지자체 도로 점유에도 자주점유… 쉽사리 무단점유로 볼 수 없어
- 같은 사람이 옆 땅은 등기·매도, 한 땅은 70년간 침묵

(사진=나노바나나)
대법원은 왜 파기환송을 했을까? 첫째, 1954년에 복구된 토지대장에 조부 이름이 적혀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가 소유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둘째, 국가가 70년 가까이 도로로 써온 것은 무단점유가 아니라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으로 추정해야 한다. 즉 국가가 점유취득시효를 갖추었을 가능성이 크다.먼저 토지대장부터 살펴보자. 1975년 12월 31일 지적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멸실된 지적공부를 복구할 때 부동산등기부 같은 신뢰성 있는 자료에 의하지 않아도 됐다. 소관청이 과세 편의를 위해 토지조사부 등을 증거로 직권으로 복구하는 일이 흔했고, 그래서 대법원은 그 시기 복구 대장의 소유자 기재는 권리추정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대법원 1995. 8. 22. 선고 95다16493 판결).
다음으로 자주점유의 추정에 대해 알아보자. 민법 제197조 제1항은 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점유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한다. 이 추정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점유자가 매매·증여 같은 자주점유의 권원을 주장했다가 인정받지 못해도, 그 사실만으로 추정이 깨지는 것은 아니다. 국가가 토지를 도로로 편입할 당시의 취득절차 서류를 내놓지 못한다는 사정만으로도 마찬가지다. 점유의 경위와 용도, 그동안 등기부상 소유자가 권리를 행사하려고 노력했는지, 함께 분할된 다른 토지의 처분관계가 어떻게 됐는지를 종합해 적법 취득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 자주점유로 추정한다는 것이 법리다(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0다94731 판결 등).
이 사건이 흥미로운 지점은 바로 함께 분할된 다른 토지이다. 증조부가 사정받은 866평은 1937년에 분할되어 한쪽(전 798평)은 조부 명의로 정상적으로 등기·이전되었고, 후속 분할도 깔끔하게 이루어졌다. 반면 나머지 한쪽(68평)은 등기 한 번 없이 도로가 되어 70년이 흘렀다. 한쪽 땅은 등기까지 마쳐 매도까지 한 사이, 다른 한쪽은 누구도 보상 요구나 이의 제기를 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 점에 주목했다. 70년간 무대응한 사정은 국가가 그 시기 어디쯤에서 적법한 절차로 소유권을 가져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만드는 사정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이 판결은 토지 소유자에게 어떤 의미일까? 첫째, 옛 토지대장의 소유자란 기재만 믿고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위험하다. 1975년 지적법 개정 전에 복구된 대장은 등기 자료에 비할 만한 권리추정력을 갖지 못한다. 등기부등본을 따로 떼어 보거나, 주변 분할 토지의 등기 흐름과 견주어 봐야 한다. 둘째, 국가나 지자체를 상대로 한 다툼에서 취득절차 서류를 내라는 요구만으로 이기기는 어렵다. 자주점유의 추정 자체를 깨뜨릴 만한 정황을 적극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셋째, 시간은 보통 점유자 편에 선다. 가족 중 누군가 잠깐 살펴보고 그냥 두면, 다음 세대가 등기부를 들춰봤을 때는 이미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돼 있을 수 있다.
이번 판결은 토지가 70년 가까이 도로로 사용되어 온 현실을 중요하게 봤다. 조상의 땅을 되찾으려 한다면 토지대장 기재만 믿어서는 안 된다. 등기사항증명서와 주변 분할 토지의 이력을 자세히 살피고 보상을 요구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등 소유자로서 권리를 행사한 흔적이 남아 있어야 한다.
■하희봉 변호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4회 변호사시험 △특허청 특허심판원 국선대리인 △(현)대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변호인 △(현)서울고등법원 국선대리인 △(현)대한변호사협회 이사 △(현)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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