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기재부 실수였다"…국민연금 성과급 10년 관행에 제동 건 예산처
- 10년 넘게 주던 성과급…기획예산처, 지급 대상 뒤늦게 문제 삼아
- 감사원 지적에 2015년부터 지급해온 근거 있는 예산인데
- '역대급 성과급'에 불만가진 재정당국...보상체계 문제제기
- 16일 실평위·20일 기금위 예정…지급대상 명문화로 해법 찾아야
이 기사는 2026년10월14일 22시57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지영의 기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직원 96명의 성과급이 규정 속 문장 '한 줄'을 둘러싼 정부와 국민연금 간 해석 충돌로 수개월째 묶여 있다. 10년 넘게 지급해온 성과급을 두고 재정당국이 올해 들어 돌연 ‘운용전문인력’이라는 문구를 문제 삼으면서다. 해묵은 규정을 놓고 부처와 공단의 해석 줄다리기가 길어지는 사이 애꿎은 직원들 보상만 볼모가 된 모양새다.
감사원이 10년 전 문제삼은 성과급 차별...예산처 몽니에 재발
14일 투자은행(IB) 업계 및 관가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은 기금운용본부 일반직과 준법지원실 직원의 운용성과급 지급을 두고 기획예산처와 수개월째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갈등의 핵심은 국민연금기금 성과평가보상지침 제21조다. 지침은 성과급을 원칙적으로 ‘평가대상 연도에 기금운용본부에 재직한 운용전문인력’에게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기획예산처는 이 문구를 근거로 기금운용본부 일반직과 준법지원실 직원까지 같은 운용성과급을 받는 것이 적절하냐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일반직에 성과급을 지급하기 시작한 계기는 감사원 지적이었다. 감사원은 지난 2011년 기금운용본부 일반직에 운용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고, 국민연금은 이후 내부 규정을 정비해 2015년부터 일반직에도 성과급을 지급해왔다. 그렇게 10년간 이어진 지급을 이제 와 정부가 문제 삼고 있는 셈이다.
기금운용본부 운영규정에는 ‘기금운용본부에 근무하는 임직원’에게 연간성과급을 지급하도록 돼 있고, 일반직의 근무성적평정 기준까지 별도로 명시하고 있다. 재정당국이 근거로 드는 성과평가보상지침과 공단 내부 운영규정 사이의 간극이 최근 생긴 문제가 아니라 상당 기간 방치돼온 셈이다.
‘운용전문인력’을 직접 자산을 사고파는 운용직 중심으로만 좁혀 볼 수 있느냐는 것도 별개의 쟁점이다. 기금운용본부가 공단의 일반 행정조직과 별도로 운영되는 이유부터가 글로벌 3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의 투자·운용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다. 직접 투자 의사결정을 내리지 않는 인력이라도 운용전략과 리스크관리, 준법, 자금관리, 정보시스템 등 기금 운용 전반을 뒷받침하는 업무를 맡는다. 단순히 직군이 ‘일반직’이라는 이유만으로 운용성과와 무관한 인력으로 선을 긋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기금운용본부 일반직의 운용성과급 지급률은 ‘기금운용직 평균 지급률의 70%’로 명시돼 있다. 여기에 개인 종합점수를 계산해 직군별·순위별 등급을 적용하고, 차등 폭도 두는 구조다. 즉 일반직이 기금운용직과 똑같은 성과급률을 그대로 적용받는 구조가 아니다.
![[단독]](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10/PS26101500175.1280x.0.png)
10년간 넘겼던 문구 왜 지금…커진 성과급에 불붙은 갈등
재정당국이 뒤늦게 지급대상을 문제 삼기 시작한 배경에는 크게 불어난 성과급 규모에 대한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8.82%의 역대 최고 수익률을 기록하며 231조6000억원의 운용수익을 냈다. 여기에 성과급 산정기준까지 기본급 총합에서 기본급 총합의 1.5배로 확대되면서 올해 운용직에 지급된 성과급 규모도 크게 늘었다.
기획예산처는 국민연금의 높은 수익률 가운데 고환율과 국내외 증시 상승 등 시장 환경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시장 상승분까지 운용역의 성과로 폭넓게 인정하기보다 벤치마크(BM)를 얼마나 웃도는 초과수익을 냈는지를 보상에 더 비중 있게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우수인력 유치와 장기근속을 위해 대폭 확대한 성과보상 기준을 불과 1년 만에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얘기다.
기획예산처는 당시 재정당국(기재부)의 검토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김건민 기금운용계획 과장은 “그 당시 우리 (기재부) 담당 과장이 실수했다”며 “본인도 실수를 인정하고 있는데, 캡(성과급 상한)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수는 차치하고라도 규정에 있으니까 운용직에 대해서는 지급이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성과급 확대 효과를 사전에 충분히 걸러내지 못했더라도, 이미 확정된 규정에 따라 운용직 성과급 지급 자체는 그대로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김 과장은 “급여와 성과급 관련 부분은 4~5년에 한 번씩 감사원에서 탈탈 털린다”며 “감사원에서 이 규정을 무시해도 잘했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0년간 일반직 등에 성과급을 관행적으로 지급해왔더라도, 현행 지침상 지급대상이 아니라고 해석할 여지를 발견한 만큼, 이를 용인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정부 행정 잘못, 연금 직원들에게 전가하나
문제는 성과급 규모에 대한 불만과 지급대상 문제는 별개라는 점이다. 현행 성과급 수준이 과도하다고 판단한다면 산식이나 벤치마크 반영 비중, 지급 상한을 다시 논의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정부와 기금운용위원회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우수인력 유치·유지를 명분으로 보상체계를 확대한 뒤, 예상보다 지급액이 커졌다는 이유로 10년간 성과급을 받아온 직원들의 지급부터 막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기존 기준에 따라 이미 성과평가까지 마친 직원들의 보상을 기약 없이 묶어둘 경우 제도 변경에 따른 부담을 직원들에게 떠넘기는 결과가 될 수 있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성과급 산정기준을 상향한 것도 서울 금융권과 떨어진 전주에서 민간 금융사와 인재 확보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현실을 고려한 조치였다. 제도를 시행한 지 1년 만에 다시 보상 기준을 흔들 경우 보수 경쟁력뿐 아니라 정책의 예측가능성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 경제학과 교수는 “규정에 문제가 있다면 지급대상을 명확히 고쳐 앞으로 논란이 없도록 하거나, 정비 논의를 다시 하면 될 일”이라며 “10년간 같은 방식으로 지급해놓고 정부와 공단이 문장 하나를 어떻게 해석할지를 놓고 다투면서 이미 성과평가를 마친 직원들의 돈부터 묶어두는 것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과급 미지급 사태를 풀 수 있는 공식 논의 테이블은 곧 열린다. 오는 16일 국민연금기금운용실무평가위원회에 이어 20일에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가 예정돼 있다. 복지부와 국민연금이 성과평가보상지침상 지급대상을 보다 명확히 정비하는 안을 논의할 경우 10년간 방치돼온 규정 간 충돌을 해소할 계기가 될 수 있다.
일반직과 준법 인력을 앞으로도 운용성과급 체계에 포함할 것이라면 지급대상을 지침에 명시해 해석의 여지를 없앨 수는 있다는 평가다. 반대로 지급체계를 달리 가져갈 경우에도 적용 시점과 기존 지급분에 대한 경과조치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어느 쪽이든 정부와 국민연금이 공식 의사결정 절차를 통해 제도를 정리할 문제이지, 뒤늦게 드러난 제도상 불일치를 이유로 이미 평가를 마친 직원들의 성과급을 계속 묶어둘 사안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지영의 기자yu0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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