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선과 민주 전대’ 정청래를 위한 변명 [이슈 현미경]

입력시간 | 2026.08.29 오후 12:00:04
수정시간 | 2026.08.29 오후 12:00:04
  • - 정청래, 서울 패배에 대표 사퇴·전대 불출마론 압박
  • - 명심 확인된 기울어진 운동장서 김민석·송영길 협공
  • - 전대 패배에도 40%대 득표율로 정치적 자산 확보
  • - ‘장관 입각·서울시장 출마’ 주목되는 향후 선택지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인천 인스파이어호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2026년 정기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정청래 전 대표를 비롯한 전 지도부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인천 인스파이어호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2026년 정기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정청래 전 대표를 비롯한 전 지도부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다.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민주당 8.17 전당대회는 유례없는 박빙이었다. 여야를 막론하고 역대 집권여당 전대는 시작부터 승부의 추가 기운다는 점에서 이례적이었다. ‘김민석 vs 정청래’ 구도는 극한폭염의 무더위 속에서도 국민적 눈길을 끌었다. 다만 관전이 불편할 정도로 내용은 네거티브 난투극이었다.

민주, ‘12대 4’ 지선 압승에도 서울시장 패배 ‘논란의 불씨’

가장 의아스러웠던 점은 6.3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오독이었다. 시도지사 성적표는 ‘민주당 12 vs 국민의힘 4’였다. 민주당의 압승이었다. 최대 원동력은 이재명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었다. 서울 패배는 뼈아팠지만 입법·행정에 이어 지방권력까지 장악한 대승이었다. 캐스팅보트인 충청(대전·세종·충남북)을 휩쓸었고 험지였던 부산·울산도 탈환했다. 이는 윤석열정부 출범 직후였던 4년 전 선거와 비교하면 극명하다. 당시 스코어는 ‘국민의힘 12 vs 민주당 5’였다. 민주당이 승리한 곳은 광주·전남·전북·제주와 경기도였다. 특히 경기도는 개표 막판까지 승리를 확신할 수 없었던 극적 승리였다.

문제는 민주당의 평가절하다. ‘대구 승리’라는 기적의 15대 1의 성적표를 기대했던 만큼 ‘서울 패배’는 당 대표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물론 서울구청장 선거(민주 17 vs 국민 8) 결과를 고려할 때 ‘오세훈 vs 정원오’ 인물 대결과 정치적 체급에서의 열세로 보는 시각도 상당하다. 부산 북갑·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보선 패배 역시 논란은 비슷하다. 다만 12대 4 압승에도 서울 패배가 문제라면 비상계엄·탄핵사태라는 더 압도적인 환경이었던 21대 대선 결과는 더 설명하기 어렵다. 이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은 과반 미만인 49.42%였다. 특히 서울(이재명 47.13%, 김문수 41.15%, 이준석 9.94%)은 패배였다.

이후 상황은 복잡미묘하게 흘러갔다. 이 대통령은 6월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이겨야 하는 곳을 졌다면 문제가 다르다. 최소한 성공은 아니다”고 언급했다. 정청래 지도부를 향한 경고였다. 다음날인 6월 9일 이 대통령의 유럽순방 출국길은 ‘김민석 참석·정청래 패싱’이었다. 정 전 대표는 6월 10일 최고위 발언에서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며 초강수를 던졌다. 이후 친명계를 중심으로 정청래 사퇴론과 전대 불출마론이 분출했다. 6월 19일 이 대통령의 유럽순방 귀국길에는 ‘김민석·정청래 동시 참석’이라는 희대의 코미디가 만들어졌다.

정청래, 친명 외쳤지만 김민석·송영길 ‘반명수괴’ 때리기

명심(明心)이 분명하게 확인된 전대는 일방적인 때리기였다. 정청래 전 대표는 이재명정부 성공을 강조하며 친명을 외쳤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김민석 대표와 송영길 의원의 협공이 이어졌다. 반명수괴의 지위에 오르거나 조선시대 역적에 비유되기도 했다. 게다가 언론 및 유튜브 환경도 극도로 불리했다. 특히 ‘정청래 연임’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성공적이고 신속한 추진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지적마저 나왔다. 전대 초·중반 박빙승부는 호남민심이 분수령이었다. 선호투표를 합산한 최종 경선 결과는 ‘김민석 54.08% vs 정청래 45.92%’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후보자 만찬 간담회에서 건배하고 있다. 테이블 왼쪽부터 강훈식 비서실장, 송영길 후보, 김민석 대표, 이재명 대통령, 한병도 원내대표, 정청래 후보, 홍익표 정무수석.(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후보자 만찬 간담회에서 건배하고 있다. 테이블 왼쪽부터 강훈식 비서실장, 송영길 후보, 김민석 대표, 이재명 대통령, 한병도 원내대표, 정청래 후보, 홍익표 정무수석.(사진=연합뉴스)

따져보면 전술 전략상 미스도 없지 않다. ‘정권은 짧다’라는 발언의 후폭풍이다. ‘명청대전’은 언론의 프레임이 아닌 현 상황일 수도 있다는 지지층의 오해를 불식시키지 못했다. 과도한 네거티브도 문제였다. 2002년 대선 당시 후단협 사태는 어찌 보면 공소시효가 지난 일이었다. 18년간 정치적 낭인 시절을 겪은 김 대표는 21·22대 총선 공천과 승리로 사실상 용서를 받았다. 만일 2002년 행적이 민주당 대표의 결격사유라면 이재명정부 초대 국무총리로서도 결격사유여야 했다. 또 ‘레버리지 ETF 공세’ 또한 창끝이 김 대표가 아닌 이 대통령을 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발탄이었다. 아울러 유시민 작가의 대통령 비판에 대한 질문에 ‘노코멘트’ 기조만을 고집한 것도 패착이었다. “조언일 수 있지만 표현은 지나쳤다”는 원론적 대답으로 넘어갈 수 있는 문제였다.

패배에도 전대 득표율 40%대, 향후 정치적 도전 위한 자산

전대 패배에도 정 전 대표의 최종 득표율은 45.92%였다. 의미를 찾자면 1차 투표에서 김 대표의 과반을 저지한 것이었다. 특히 김 대표의 득표율이 일정 부분 이 대통령의 후광에 기댄 것이라면 정 전 대표의 득표율은 이 대통령에 실망하거나 김 대표에 반발한 표심이 반영한 것이기는 해도 상대적으로 득표의 독자성이 더 크다. 대통령의 의중, 의원 지지 규모, 언론·유튜브 지형 등 압도적으로 불리한 국면에서 전대를 치른 정 전 대표에게 40%대 중반의 득표율은 향후 정치적 도전을 위한 충분한 자산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정 전 대표는 4선 중진이다. ‘선수쌓기’는 이제 무의미하다. ‘장관 입각’ 또는 ‘서울시장 출마’가 향후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김 대표 주도의 민주당에서 정 전 대표의 존재는 화약고다. 지난 28일 정기국회 대비 의원연찬회에서도 두 사람은 정면충돌했다. 이 대통령이 갈등관리를 위해 과감한 입각카드를 내릴 수 있다. 선택은 정 전 대표의 몫이지만 수용시 ‘반명’ 낙인을 지울 수 있다. 꿀잼 상황은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여부다. 오세훈 시장의 건재에도 민주당은 보선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문제는 인물난이다. 민주당은 역대 서울시장 선거에서 외부 영입인재(95년 조순·98년 고건) 및 당내 인사의 경우 박원순 전 시장(2011년·2014년·2018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패배했다.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해보면 김민석 대표·정청래 서울시장 후보 조합도 가능하다. ‘독이 든 성배’를 선택한다면 정 전 대표는 또다른 도전에 나서게 된다.
김성곤 기자skze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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