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최근 언행을 두고 ‘약물’ 가능성을 거론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일론 머스크(왼쪽)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참모들과의 사적 대화에서 이같이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CNN 역시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머스크가 최근 48시간 동안 보인 언행이 약물 의혹과 관련이 있을지 참모들에게 묻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앞서 NYT는 머스크가 과거 우울증 치료를 위해 향정신성 약물인 케타민과 엑스터시 등을 수시로 복용했다는 내용을 그의 측근을 인용해 보도한 바 있다. 케타민은 치료에 내성이 생긴 우울증에 처방하는 용도로 쓰이며 최근 활용도가 커지는 강력 마취제다. 머스크는 이를 “거짓말”이라며 부인했다. 과거에 의사 처방으로 복용한 이후 상태가 호전돼 복용을 중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같은 기사를 보고받은 후 머스크의 최근 언행도 약물 복용과 관련됐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거론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머스크의 약물 오남용까지 거론하면서 양측의 관계가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머스크와 대화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어떤 계획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테슬라가 잘되길 바란다”면서도 머스크 소유 기업들과의 정부 계약 해지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모든 것을 검토할 것이며, 머스크 기업이 받는 보조금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머스크와 통화설을 부인하며 “정신을 잃은 그 남자 말이냐”며 “그는 나와 이야기하고 싶어하지만 지금은 별로 관심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올해 3월 구입한 테슬라 차량을 처분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당시 그는 머스크가 연방정부 구조조정을 맡고 각계 비판을 받을 때 지지를 표하기 위해 테슬라 세단을 구입한 바 있다.

화해 제스처를 보였던 머스크도 맞불을 놨다. 억만장자 투자자 빌 애크먼이 “두 사람이 조국을 위해 화해해야 한다”고 제안하자, 머스크는 “당신이 틀리지 않았다”고 답하며 일정 부분 호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NASA(미 항공우주국)가 사용하는 스페이스X 드래건 우주선을 철수하겠다는 발언도 철회했다.

그러나 머스크는 같은 날 자신의 SNS 플랫폼 엑스(X·옛 트위터)에서 “미국에는 중간층 80%를 대변할 새 정당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새 정당 창당 필요성에 대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참여자의 80%가 찬성했다는 결과를 공개하며 “이건 운명”이라며 새 정당명을 ‘아메리카당(America Party)’으로 명명했다.

공화당 내에서는 갈등 봉합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JD 밴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에 대해 “충동적이지 않다”고 옹호하면서도 머스크에 대한 언급은 삼갔다.

두 사람의 관계는 머스크가 지난달 말 트럼프 행정부의 정부효율부 수장직에서 공식 사퇴한 뒤 악화됐다. 이후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법안을 “역겹다”고 비난하며 공개적으로 등을 돌렸고, 트럼프 대통령도 머스크에 대한 비난 수위를 연일 높이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 측에 2억 7000만 달러(약 3700억원)를 기부하며 최측근으로 부상했고, 이후 백악관에서 정부 구조조정과 예산 삭감 정책을 주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