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지난해 9월 사망한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가 생전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고인과 동기 기상캐스터 1명이 제외된 기상캐스터 단체대화방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MBC 기상캐스터로 일한 고(故) 오요안나.(사진=오요안나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캡처)

지난 28일 강명일 MBC 제3노조 비상대책위원장은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사건의 후속 보도를 이어갔다.

강 위원장은 “고인이 2022년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이후 괴롭힘에 시달렸다고 했다”며 “괴롭힘을 주도한 일부 기상캐스터는 고인과 고인의 동기 1명을 제외한 단체 카톡방을 만들어 운영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상캐스터가 6명인데, 단톡방엔 4명만 있었다. 사실상 두 명을 왕따시키는 단톡방이었다”며 “MBC는 큰 방송국답게 사람을 대하고 고용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비난했다.

이 가운데 고인의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된 A씨가 고인 사망 직후 SNS에 올린 글도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27일 매일신문은 고인이 지난해 9월 15일 오전 1시 5분께 자신의 휴대전화 메모장에 직장 내 괴롭힘 정황이 담긴 유서를 작성한 뒤 세상을 등졌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고인 사망 직후 MBC 기상캐스터 2명은 고인의 장례식장을 찾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A씨는 고인이 숨지고 5일이 지난 지난해 9월 20일 자신의 SNS에 “일이 끝나고 차에 타면 와르르 무너진다”며 “지하 주차장 작은 내 차 안은 내가 가장 많이 우는 곳. 이젠 마음이 어디까지 얼마나 힘든지도 모르겠다. 어떻게든 나아져 보려고 노력하고 웃고, ‘할 수 있어’ 다짐하던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세상은 또 다른 폭탄을 보낸다. 이제 그만 힘내고 싶다”고 썼다.

그러면서 “이겨내고, 힘내고, 회복하고, 넘어가지 않아도 그냥 평안해지고 싶은데. 나 착한 것 같고 착하게 사는 것 같은데 전생에 내가 뭘 크게 잘못한 건가. 힘들다고 말할 힘도 없는 요즘”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고인의 한 지인이 A씨를 겨냥해 “야 가해자 1, 쇼를 해라. 쇼를”이라고 쓰는가 하면 “그래서 우리 언니 죽였니”, “이 정도면 사이코패스 아님?”이라고 자신의 SNS에 남기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MBC는 지난 28일 이와 관련해 고인이 생전에 담당 부서나 관리 책임자에게 고충을 알린 사실이 없다면서도 유족이 유서를 기초로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다면 진상조사에 착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유족은 “MBC에 사실관계 요청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스스로 조사하고 진정 어린 사과 방송을 하길 바란다”고 유감을 표했다.

한편 고인의 유족들은 A씨를 포함해 가해자로 지목된 동료직원 2명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