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억달러에 매몰된 野의 비판 [김유성의 통캐스트]

입력시간 | 2025.08.02 오전 11:13:15
수정시간 | 2025.08.02 오후 1:48:10
  • 한미관세협상을 비판한다면?
  • 야권, GDP·외환보유고 들며 다소 엉뚱하게 지적
  • 이미 美에 많이 내준 韓 상황에 대한 비판도 있어야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 것 같다.”

미국과의 관세협상이 끝난 뒤 한 대통령실 관계자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통령실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협상 결과를 얼마나 반겼을까요. 평소 말수가 적었던 김용범 정책실장도 타결 직후 브리핑에선 달변가처럼 변모했습니다. ‘원래 말하기를 즐겨 하던 분이었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습니다. 일주일 전, 앞뒤 꽉 막혀 있던 협상 상황에서 경직돼 있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김용범 정책실장(사진=뉴시스)

대통령실은 이번 타결 이후 전반적으로 고무된 분위기입니다. 이를 발판 삼아 곧 열릴 한미 정상회담을 빛보다 빠른 속도로 준비할 듯합니다. 이제는 이번 협상의 결과를 어떻게 잘 마무리하고, 우리 기업과 국민에 실질적 이익이 되도록 풀어내느냐가 관건입니다.

물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세상에 완벽한 결과란 없듯, 모든 합의에는 이견이 따릅니다. 정부·여당을 견제해야 하는 야당이 그 이견을 내는 주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재 야당의 비판은 다소 힘이 빠졌고, 초점도 분명치 않아 보입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야당의 지적 몇 가지를 짚어보려 합니다.

GDP·외환보유고가 비판 기준이 될까?

먼저, 대미 투자펀드 규모에 대한 비판입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지난 7월 31일 한국이 미국과 합의한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를 두고 “과도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일본과 비교할 때 한국의 GDP 규모를 고려하면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장입니다.

2024년 기준 일본의 명목 GDP는 약 4조260억달러입니다.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일본의 대미펀드 규모는 5500억달러입니다. 한국은 명목 GDP가 1조8699억달러로 일본의 절반에도 못 미치지만, 대미펀드는 3500억달러로 일본의 절반 이상입니다.

야당에서는 이런 점이 우리 경제에 무리가 된다고 지적합니다. 일견 타당해 보입니다. 우리 경제 체력에 비해 큰 부담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미국산 에너지 자원을 구매하기로 한 1000억달러까지 합하면 총 4500억달러입니다.

야권에서는 외환보유고와의 비교도 들고 있습니다. 한국은 줄곧 4000억달러 이상을 유지해 왔으며,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4156억달러입니다. 반면 일본은 약 1조3000억달러에 달합니다.

즉, GDP와 외환보유고 등 외형적인 ‘국가 체격’ 차이가 큰데, 미국에 약속한 자금 규모는 그 차이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입니다.

관세율에 대한 불만도 나왔습니다. 한미 FTA에 따라 한국 대미 수출 자동차는 0%의 관세율을 적용받고, 일본 대미 수출 자동차는 2.5%를 부담하는 구조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협상에서는 한국과 일본 모두에 동일하게 15%의 관세율이 적용되면서, 그간의 FTA 체계가 무용지물이 됐다는 비판입니다. 국민의힘 중진들이 이를 공개적으로 지적했습니다.

대통령실 “다 퍼주는 게 아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4500억달러 전체를 미국에 퍼주는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1000억달러는 어차피 지출이 불가피한 금액이며, 에너지 수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예산이라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한국은 매년 약 250억달러 규모의 LNG·원유 등 에너지를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 이 중 일부를 전환 구매한다는 의미입니다.

3500억달러 중 1500억달러는 조선펀드, 나머지 2000억달러는 한도형 투자펀드로 알려졌습니다. 당장 현금을 지불하는 구조가 아닌, 일정 한도 내에서 미국 투자를 우선 배정받는 방식이라는 겁니다.

대통령실은 “한국이 미국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거두고 있다는 점이 핵심 배경”이라고 강조합니다. 미국은 대규모 무역흑자를 내는 국가들과의 무역 불균형을 문제 삼고 있고, 그 차원에서의 협상이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557억달러로 4년째 증가세입니다. 정부는 이를 660억달러로 추산하고 있으며, 일본과의 차이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우리가 일본보다 불리한 협상을 한 게 아니다”라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부분을 야당이 더 정교하게 비판할 수 있었을 겁니다. “우리는 이미 더 많이 퍼주고 있는데, 정작 그에 상응하는 혜택은 챙기지 못했다”는 시각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이 점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더 많은 양보를 끌어낼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포인트는 ‘우리가 美에 준 만큼 받았나?’

지난 4월 산업연구원이 발간한 리포트 ‘한국 대미 수출의 구조적 분석’에 따르면, 최근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우리 기업의 미국 내 제조업 연계에 따른 구조적 결과였습니다. 2020년 166억달러였던 대미 무역흑자는 2022년 280억달러, 2024년엔 560억달러로 급증했습니다. 이는 우리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고 기계설비와 중간재를 수출했기 때문입니다. 즉, 미국의 산업을 도우면서 발생한 ‘(미국 입장에서) 좋은 무역흑자’였다는 분석입니다.

이런 부분을 생각해봤을 때, 우리가 과연 일본보다 더 나은 대접을 받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외환보유고처럼 저량 개념을 들이대거나, GDP처럼 유량 지표만 비교하며 ‘비판을 위한 비판’에 그쳐선 안 됩니다.

오히려 대미 무역흑자의 질과 흐름을 따져보고, 그에 맞춘 우리 정부의 전략이 충분했는지를 점검했어야 합니다. 단지 숫자만 앞세운 비판은 과거 미국 재무부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환율 조작국에 가깝게 몰아붙일 때 썼던 방식과 다르지 않습니다.

조금 더 면밀하게 국민 입장에서 비판을 한다면 FTA 체제의 붕괴와 물가 상승 가능성을 언급할 수 있습니다. FTA가 이를 주도한 미국에 의해 무력화되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국가들과 관세 협정을 맺어야 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연쇄적인 관세 부과는 결국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국민 후생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구조적 파장을 정부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 ‘실력있는’ 야당이라면 살펴보고 비판해야 합니다.
김유성 기자kys4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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