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중국 스타트업이 개발한 저비용 고성능 인공지능(AI) 챗봇 서비스 딥시크(DeepSeek)가 중국 관련 내용을 ‘셀프 검열’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데일리와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이 테스트한 결과, 딥시크가 답변 과정에서 중국 공산당이 ‘불온사상’으로 간주할만한 내용을 잔뜩 노출했다가 잠시 후 황급히 삭제해버리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가디언은 28일(현지시간) 딥시크의 R1 모델 딥씽크를 써 본 사용자들의 사례를 제시하면서 ‘살바도르’라는 독자의 경험담을 소개했다.

이 독자는 멕시코에서 안드로이드로 딥시크 앱을 내려받아 “중국에서 발언의 자유(freedom of speech)가 법적인 권리로 인정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화면에는 딥시크가 답변을 준비하는 ‘사고 과정’으로 중국 정부의 홍콩 시위 진압, 인권변호사들에 대한 탄압, 신장(新疆) 재교육 캠프, 반대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사회신용체계 등의 내용이 표시됐다.

그러면서 “발언의 자유에 대한 윤리적 정당화는 자율성을 장려하는 역할에 중심을 두는 경우가 많다. 사상을 표현하고, 대화에 참여하며 세계에 대한 이해를 재정립하는 일에 자율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통치 모델은 이런 틀을 거부하며, 개인의 권리보다 국가의 권위와 사회적 안정성을 우선시한다”고 비판했다. 딥시크는 이어 민주적 틀에서는 자유로운 발언이 사회의 위협으로부터 보호돼야 한다며 “중국에서는 반대를 적극적으로 억압하는 국가 자체가 주된 위협”이라고 답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딥시크는 그때까지 내놓았던 내용 모두를 황급히 삭제해버리더니 “죄송합니다. 저는 아직 이런 유형의 질문에 접근하는 방법을 모릅니다. 그대신 수학, 코딩, 논리 문제들에 관해 얘기하시죠!”라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이데일리가 서울에서 안드로이드로 딥시크 앱을 다운로드해 테스트한 결과도 비슷했다. 딥시크에 영어로 “중국에서 발언의 자유가 법적인 권리로 인정되느냐”고 묻자 톈안먼 사테 등 중국에서 보도할 수 없는 내용을 소개하더니, 돌연 모두 삭제하고 “죄송합니다”라며 가디언에 소개된 것과 동일한 답변을 했다.

다만 한국어 질문에 대한 답변은 달랐다. 이데일리가 한국어로 “중국에는 언론의 자유가 있나요?”라고 묻자 “중국 헌법 제35조는 언론, 출판, 집회, 결사,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나, 실제 운영에서는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강력한 규제가 존재한다”며 △중국의 엄격한 검열 체계 △주요 언론사의 당 홍보 기능 △언론자유 지수 최하위 등의 현실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결론적으로, 중국의 언론 환경은 법적 보장과 현실적 통제 사이에 상당한 격차가 존재하며, 이는 당-국가 체제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이데일리가 29일 안드로이드 앱을 통해 딥시크 챗봇 서비스에 “중국에는 언론의 자유가 있나요?”라는 질문을 하자 딥시크가 내놓은 답변. (사진=이데일리)

딥시크가 내놓은 결론은 앞서 연합뉴스가 똑같은 질문을 했을 때의 답변과 다소 차이가 있다.

연합뉴스의 질문에 딥시크는 “중국은 체계적인 검열, 감시, 탄압을 통해 언론을 ‘국가 선전 도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소수의 민영 매체가 경제·사회 문제를 제한적으로 보도했지만, 정치적 비판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국제사회는 이를 ‘전세계 언론 자유의 최대 위협’으로 규정하며 지속적인 감시와 비판을 이어가고 있습니다”라는 결론을 제시했다.

안드로이드 앱을 통해 딥시크 챗봇 서비스에 “중국에는 언론의 자유가 있나요?”라는 질문을 던진 후 딥시크가 한국어로 내놓은 답변.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가 질문을 조금 바꿔 한국어로 “중국에서는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나요?”라고 묻자, 중국의 언론 통제 사례와 중국 언론의 기능에 대한 답변을 하다가 황급히 삭제하고, “죄송합니다”라며 다른 대화 주제를 제안했다.

이데일리가 29일 안드로이드 앱을 통해 딥시크 챗봇 서비스에 “중국에서는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나요?”라는 질문을 하자 딥시크가 내놓은 답변. (사진=이데일리)

딥시크의 중국 관련 검열은 주로 챗봇 서비스 단계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보이며, 모델을 따로 내려받아 별도 서버나 컴퓨터에 설치해 사용하는 경우는 검열이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가디언은 “만약 딥시크가 중국의 선전 도구가 되려면, 무엇이 용납 가능한 말이고 무엇이 용납 불가능한 말인지, 스스로 일관된 입장을 보일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