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 ‘잭팟’ 반면 0%도…성과급 희비 갈린 기업들

입력시간 | 2025.01.29 오전 11:00:00
수정시간 | 2025.01.29 오전 11:19:46
  • 차·반도체·조선 ‘맑음’…배터리·철강 ‘흐림’
  • 전통적 성과급 강자 정유업계 올해는 주춤
  • 급변하는 업황에 직원 성과급 규모도 희비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연초 성과급 시즌을 맞아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업황이 좋았던 기업들은 연봉과 맞먹을 정도의 성과급으로 따뜻한 연휴를 앞둔 반면 실적 부진을 겪은 곳들은 찬 바람이 부는 분위기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성과가 좋았던 대표 업종으로 자동차와 반도체, 조선 등이 꼽힌다.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는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9월 노사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타결에 따라 성과금 400%+1050만원+주식 15주+상품권 25만원 등을 일찌감치 지급했다.

1500% ‘잭팟’ 터진 SK하이닉스

올해 역대급 성과급으로 주목받은 곳은 SK하이닉스(000660)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초과이익성과급(PS) 지급률을 1500%(500% 특별성과급 포함)로 최근 확정했다. 이미 지급한 생산성격려금(PI)과 임단협 타결금까지 합치면 총 1920%로 연봉의 96%에 달한다.

같은 반도체 업종이지만 상대적으로 실적이 부진했던 삼성전자(005930)는 지난해 연말 디바이스솔루션(DS·반도체) 부문 임직원에게 기본급의 200% 규모의 목표달성장려금(TAI)과 위기 극복 격려금(200만원)을 지급했다. 실적 부진으로 지난해 건너뛴 초과이익성과급(OPI)도 12∼16%로 책정했다.

조선업계는 최근 수년간 적자를 내다가 모처럼 돌아온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을 맞아 닫혔던 곳간이 열리고 있다. 올해 HD현대중공업(329180)은 기본급의 377%를, 2013년을 마지막으로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았던 삼성중공업(010140)은 2023년 상반기부터 성과급 지급을 시작했다. 올해는 소정의 격려금 지급이 결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한화오션(042660)은 아직 성과급 규모를 발표하지 않았으나 최대 기준임금의 800%로 성과급 지급 한도를 설정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배터리 ‘0%’ 충격…철강은 노사 갈등까지

반대로 곳간이 닫힌 대표적인 업종은 배터리다. 전방산업인 전기차 시장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적자 전환하는 곳들이 생기면서 성과급 규모가 대폭 줄거나 아예 지급하지 않는 곳도 생기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경영 실적 악화로 인해 올해 경영성과급을 기본급의 50%로 책정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2023년 성과급은 LG그룹 계열사 중 가장 높은 기본급의 870%였고 성과에 따라 최대 900%까지 지급된 바 있다. 이어 지난해에는 경영성과급을 기본급의 340∼380%, 평균 360%로 상대적으로 높은 성과급이 책정됐다. 그러나 올해는 성과급이 이보다 더 줄어들었다.

삼성SDI(006400)는 배터리 사업부문 0%를 골자로 한 OPI 예상 지급률을 공지했다. 전자재료 사업부문 지급률은 3~5%로 책정됐으며 본사 지원조직은 0% 지급률로 정해졌다. 아직 연간 기준 흑자 전환하지 못하고 있는 SK온도 사정을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불황에 빠진 대표 업종인 철강·석유화학 업계도 우울한 분위기다. 특히 철강은 아직 노사가 성과급 갈등으로 지난해 임단협을 마무리하지 못한 곳도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경영 목표 달성 동참 격려금 300만원, 노사 화합 격려금 300만원을 지급했다.

현대제철(004020)의 경우 노사가 지난해 9월 상견례 이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해 타결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노조원들은 지난 10일부터 닷새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 인근에서 현대차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하는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그동안 기본급의 1000%가 넘는 성과급을 지급하던 정유사들도 지난해 실적 악화로 이번 성과급은 보수적인 분위기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실적 악화가 이어지자 위기 극복 격려금으로 직원들에게 인당 350만원을 지급했다. 올해는 다른 정유사들도 지난해 성과급 규모가 대폭 줄어들 것을 고려해 특별 격려금 등 다른 직원 독려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은경 기자abcde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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