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쿄)=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 정부의 간첩조작 사건으로 희생된 재일동포들을 언급하며 공식 사과했다. 분단된 조국을 위해 희생한 동포들을 향해서는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방일 후 첫 일정으로 재일 동포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양자 방문국 첫 일정으로 일본을 찾은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뜻깊은 방문의 첫 공식 행사로 여러분을 뵙게 돼 더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한일 관계가 최근 가까워졌지만 재일 동포들의 희생을 잊지 않겠다고도 밝혔다.

이번 간담회에는 재일 동포 200여 명과 정부 인사 등을 합해 250여 명이 참석했다. 간담회장에는 이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 대통령실 참모진, 일본 내 관계자들이 함께했다.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일본을 방문중인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3일(현지 시간) 일본 도쿄의 한 호텔에서 열린 재일동포 오찬 간담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행사는 국민의례와 김이중 민단중앙본부 단장의 환영사로 시작됐다. 김 단장은 “재일 동포를 잊지 않고 찾아주신 데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광복 80주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오랜 차별을 견디며 조국의 발전과 평화가 곧 우리의 발전과 평화라고 믿어온 재일 동포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만큼 다양해진 동포사회는 이제 4세, 5세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밝은 미래로 발전하기 위해 무엇보다 한일 간 협력과 우호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격려사에서 재일 동포들의 기여와 희생을 언급했다. 그는 “광복의 기쁨도 잠시, 조국이 둘로 나뉘면서 타국 생활의 서러움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그럼에도 여러분은 언제나 모국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버팀목이 돼 주셨다”며 “고향에 나무를 심고 학교를 세우고 공장을 짓는 등 조국 발전의 밑거름이 돼 주셨다”고 말했다.

그 예로 주일 한국 공관 10곳 중 9곳이 재일 동포들의 기부로 세워졌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1988년 올림픽 때도, IMF 외환위기 때도 역사적 고비 때마다 발 벗고 고국에 손을 내밀어 주셨다. 우리 정부는 여러분의 애국심을 잊지 않고 꼭 기억하고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과거 군부독재 정권 시절 있었던 간첩조작 사건에 대한 사과도 전했다. 일부 재일 동포가 억울하게 간첩으로 내몰린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희생자와 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위로의 뜻을 전하며 공식적으로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또 1923년 관동대지진 때 수많은 재일 동포가 억울하게 희생된 사실을 언급했다. 당시 무고한 재일 조선인들이 일본 자경단 등에 의해 학살당했다. 이 대통령은 “100년 전 아라카와 강변에서 벌어진 끔찍한 역사, 그리고 여전히 고향 땅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일본 각지에 흩어진 유골들의 넋을 결코 잊지 않겠다”며 “다시는 반인권적인 국가 폭력이 벌어지지 않는 나라다운 나라, 국민의 안전한 일상을 책임지는 부강한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한일 관계와 미래 협력에 대한 기대도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연간 1200만명이 양국을 오가며 교류하고, 교역 규모도 1965년 2억달러에서 지난해 772억달러로 350배 늘었다”며 “양국 청년들은 문화 콘텐츠와 교류로 하나가 돼가고 있다. 이 같은 신뢰 기반의 협력은 동포 여러분이 일궈낸 성과”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