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올해 초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던 코스닥 지수가 600대로 내려앉으며 부진의 늪에 빠졌다. 코스닥 대형 종목을 이루는 제약·바이오와 2차전지 관련 종목의 부진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된 탓이다. 31일 전면 재개되는 공매도가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30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지난 28일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3.73(1.94%) 내린 693.76으로 마감했다. 올해 들어 기록한 종가 기준 최고점인 2월 19일 778.27에서 26거래일 만에 10.86% 떨어진 셈이다. 한 달 하락률도 10%로 주요국 증시 지수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에 지난달까지만 해도 800선 회복이 기대됐던 코스닥 지수는 연초 수준으로 회귀했다.

바이오·2차전지 무너진 코스닥…연초 수준 회귀

코스닥 시장의 이러한 부진은 지수를 이끄는 제약·바이오 관련 종목의 부진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알테오젠(196170)을 포함해 HLB(028300), 삼천당제약(000250) 등은 약세를 나타냈다. 알테오젠의 주가는 지난 한 달간 12.2% 하락했고, HLB와 삼천당제약의 주가 역시 각각 38.16%, 10.49% 떨어졌다.

이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에 관세 리스크까지 더해진 결과다. 이지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불거진 의약품 25% 관세 등 정책 불확실성이 바이오 산업 전반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제약·바이오 산업에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HLB그룹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간암 신약 승인이 불발된 요인도 컸다.

코스닥 시장의 다른 핵심 종목인 2차전지 종목도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과 실적 부진의 영향에 주가 내림세가 이어졌다. 에코프로비엠(247540)의 주가는 한 달 사이 22.76%, 같은 기간 에코프로(086520)의 주가는 13.81% 각각 하락했다. 2차전지 전해액 기업인 엔켐(348370)은 한 달 동안 주가가 40.66%나 하락했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종목은 31일 공매도 금지가 해제될 예정이어서 이후 새로운 투자 수급 요인 발생에 따른 주가 변동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4월 초 미국 행정부의 글로벌 상계관세 발표와 4월 중순 행정명령 결과 확인 등 이슈도 확인이 필요해 다음 달 국내 2차전지에 대한 투자 전략은 가급 보수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자료=엠피닥터)

“코스피보다 불리” vs “중기적 성장”…공매도 영향 의견 엇갈려

여기에 31일부터 재개되는 공매도가 코스닥 시장에 유가증권시장(코스피)보다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받으리란 우려도 제기된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 기법으로, 실적 대비 고평가된 종목은 공매도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고평가 성장주 종목이 쏠린 코스닥 시장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리란 분석이 나온다.

김지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시장은 코스피 시장보다 상대적으로 불리한데, 특히 실적 대비 고평가된 종목들이 불리하다는 면에서 개별 종목의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리라고 예상한다”며 “주가 상승률이 높은 종목 중 대차잔고가 2월 말 대비 증가하고 외국인 지분율이 증가했다면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과거 사례를 보면 공매도 재개 이후에도 중장기적으로 상승했던 사례도 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과거 3차례의 공매도 재개 사례를 분석한 결과 코스닥 지수는 공매도 재개 후 40일 지난 뒤엔 평균 2.3% 상승했고, 60일 뒤엔 2.9%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매도 재개에 따라 코스닥 시장 역시 안정적인 오름세를 나타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재개 이후 수익률을 살펴보면 평균적으로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중기적으로 오히려 상승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공매도 재개는 단기적인 수급 노이즈만 일으키는 데 국한될 것으로 보이고, 오히려 이 같은 수급 노이즈는 역설적으로 특정 업종에 투자 기회를 만들어낼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