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심뇌혈관센터와 응급의료센터, 소화기센터 등 각종 특성화된 센터가 환자들이 오면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하고 있다.”

김의순 유성선병원장은 7일 이같이 말하며 ‘24시간 불이 켜져 있는 특성화병원’을 목표로 제시했다. 환자가 늦은 밤이든, 이른 아침이든 취약 시간대에 병원을 찾아도 충분히 치료받을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는 것이다. 김의순 원장은 “모든 것을 잘하기보다 유성선병원 고유의 장점을 살린 특성화가 필요하다”며 “지역 내 허리 역할을 충실히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의순 유성선병원장이 7일 유성선병원의 지역의료 허리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보건복지부 제공)

정부는 지역 내 종합병원이 24시간 응급 수술 등의 포괄적인 진료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지역 내 포괄 2차 병원 육성 사업 참여 기관을 공모 중이다. 그런데 유성선병원은 이미 포괄 2차 병원 역할에 걸맞은 목표를 설정한 것이다. 이같은 목표는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전공의 사직 등으로 대학병원 응급실 기능이 축소된 상황에서 유성선병원은 약 3만명의 응급 환자를 받았다. 같은 기간 주변 대학병원에 접수된 응급 환자보다 최소 1만명 이상 많다.

단순·경증 응급 환자만이 아닌, 중증 응급 환자도 적극적으로 치료했다. 지난 2월 새벽 혈변으로 쓰러진 40대 환자는 큰 병원 응급실을 찾았지만, 대전 지역의 상급병원들은 모두 병상 부족 등으로 환자 수용에 난색을 표했다. 결국 대전성모병원 진료협력센터를 통해 유성선병원 응급실로 이송됐고, 응급실에서 실신한 환자에게 수액과 수혈 치료가 시작됐다. 추가 진료를 통해 장 게실 부위에서 출혈이 확인돼 소화기내과 협진으로 내시경적 지혈술이 이뤄졌다. 최종적으로 출혈 부위에 대한 성공적인 지혈이 이루어진 후 환자는 빠르게 회복, 퇴원했다.

이같이 유성선병원을 찾은 중증 응급 환자(KTAS1·2)는 2023년 1865명에서 지난해 2435명으로 30.6% 증가했다. 동네 병·의원에서 감당하지 못해 유성선병원 응급실로 보낸 환자도 2023년 1459명에서 지난해 2380명으로 63% 늘었다. 이렇게 이곳을 찾는 중증 응급 환자들은 대부분 △심·뇌혈관 △소화기 △일반외과 △정형외과 환자였다.

김의순 원장은 “이러한 환자는 유성선병원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며 “병원 내 응급의료센터가 일차 대응하고, 각종 특성화 센터가 수술·시술 등 신속한 후속 조치를 시행한다”고 소개했다.

김의순 유성선병원장이 7일 병원에서 진행된 프레스투어에서 병원에 설치된 수술 참관 모니터링 시스템을 소개하고 있다. 전공의나 의사들 함께 참관해서 수술을 지켜볼수 있는 구조로, 모니터링실에서 카메라 위치조정 및 확대가 가능하다.(사진=보건복지부)

유성선병원 내 담당 전문의가 없어 해결할 수 없는 중증 환자는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원 조치한다. 실제로 유성선병원에서 상급종합병원 등으로 전원된 환자는 2023년 162명에서 지난해 172명으로 10명 늘었다. 종합병원은 다양한 질환을 치료하면서 경증 환자는 동네 병·의원으로, 중증·희귀 난치질환자는 상급종합병원으로 보내는 허리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의료진은 입을 모은다. 포괄 2차병원이 지역 내에서 자리 잡으려면 좀 더 많은 지원과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남선우 대전선병원장은 “작은 병원에서 똑같은 질환을 치료해도 못 미더워하는 경향이 있다. 무조건 서울에 있는 병원이 잘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이러한 사회적 인식을 바꿔서 의료 제도를 체계화하는데 정부가 힘써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의순 원장 또한 “가장 좋은 병원보다는 환자가 봤을 때는 가장 적절한 병원으로 갈 수 있게끔 정책이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대전시 유성구에 위치한 유성선병원 전경사진.(사진=유성선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