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수사권 조정'…결국 초유 사태 대처 안됐다[12·3이 바꾼 사회]
- ■12.3 계엄, 우리 사회에 남긴 것⑥
- 수사기관 간 샅바싸움…피의자에 빌미 제공
- 공수처, 尹 사건 가져갔지만 수사 소득 없어
- 경찰, 영장 청구권 없는 한계 드러내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찰·검찰·공수처 “서로 하겠다”…중복 수사 초래경찰과 검찰, 공수처 등 세 수사기관은 비상계엄 수사를 두고 초기부터 샅바싸움을 벌였다. 세 기관이 뛰어들면서 수사에 중복이 발생하는 등 혼란이 가중되기도 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만이 내란죄를 수사할 수 있지만, 계엄 사태의 핵심인 윤 대통령 관련 사건에서 경찰은 사실상 직접 수사하지 못했다.
경찰은 수사권을 가졌지만 영장 청구권이 없는 한계를 노출하며 주도권을 쥐지 못했다. 사건 초기 경찰은 ‘내란죄’ 수사 주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검찰은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자신들이 수사할 수 있다고 나섰다. 검찰은 비상계엄에 경찰 수뇌부의 혐의가 있어 경찰이 수사하는 것이 적절치 못하다는 점도 근거로 내놨다.
공수처 역시 윤 대통령 등 고위공직자의 범죄라는 점에서 자신들의 수사 범위라고 주장하며 경찰과 검찰에 윤 대통령 등 사건 이첩을 요구했다. 공수처의 이첩 요구 시 해당 수사 기관은 공수처의 이첩에 응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윤 대통령 관련 사건은 공수처가 가져갔다.
이후 경찰과 공수처는 ‘공조수사본부’를 꾸리며 협력에 나서기도 했다. 검찰의 합동수사 요구를 거절했던 경찰은 공수처의 윤 대통령 수사에 협력할 수 있으면서 공수처를 통해 영장을 신청할 수 있다는 이점을 노렸다.
그러나 윤 대통령에 대한 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생겼다. 공수처는 1차 체포영장 집행에서 실패하며 비판 여론에 휩싸였다. 경찰 내부에서는 ‘공수처가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말까지 나왔다. 결국 공수처는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앞둔 시점에서 경찰에 현장 지휘를 요청했다. 수사는 공수처가 하되, 영장 집행을 경찰에 맡기겠다는 취지였다. 이에 대해 경찰은 법적 논란이 있다며 거절의 뜻을 표했다.
공수처는 형사소송법 81조 ‘구속영장은 검사 지휘하에 사법경찰관리가 집행한다’는 내용을 근거로 들었다. 경찰은 형소법 81조 하위 규정인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 준칙에 관한 규정’(수사 준칙)에 따라 법적 논란이 있다고 판단했다.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의 경찰 수사 지휘권이 폐지됐기 때문에 해당 규정은 특별사법경찰관리(특사경)에만 적용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영장 청구권 없는 경찰 한계 드러나
공수처는 사상 첫 현직대통령 구속이라는 성과를 거뒀지만 역량에 대한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경찰, 검찰과 수사 경쟁에서 최종적으로 윤 대통령 사건을 가져갔지만 수사 과정 내내 혼란만 초래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윤 대통령 측은 공조본의 영장 집행과 수사 과정 내내 ‘위법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발표하며 틈을 파고들었다. 공수처가 발부받은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이 위법하다며 끝까지 조사에도 응하지 않았다. 내란죄 수사권한이 없는 기관의 영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공수처는 수사권이 없음에도 관할권 없는 법원에서 불법 영장을 받아낸 후 수사 지휘권이 없는 경찰 기동대 수천명을 동원해 불법 영장 집행을 강행했다”며 “검찰은 공수처와 같은 불법 수사가 아니라 법적 정당성을 갖춘 수사로 적법절차를 준수하라”고 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수사에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지난 23일 검찰에 사건을 송부했다. 기소권이 있는 검찰에 사건을 넘기는 게 진상규명에 더 나을 것이란 판단이었다. 하지만 법원이 사건을 넘겨 받은 검찰의 구속기간 연장을 두 차례 불허 결정했다. 공수처법 26조를 근거로 살펴 보면 검찰에 추가 수사 권한이 없다는 취지다. 법원은 공수처에 수사권만 있고 기소권이 없는 사건에 대해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결국 검찰은 구속 기한을 하루 앞둔 26일 윤 대통령을 기소했다.
비상계엄 수사를 두고 수사기관 간 싸움이 벌어진 것을 두고 수사권 조정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인다. 특히 공수처까지 더해진 수사기관 간 줄다리기로 초유의 사태에 대한 대처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나온다. 윤 대통령 기소까지 혼란이 이어진 점을 봤을 때 향후 다른 사건에 대한 수사를 위해서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경찰은 내란죄 수사 주체임이 명백하지만 내란죄 수사 핵심에서 빠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검찰과 공수처 등 다른 수사기관이 수사에 뛰어들 여지가 생겼기 때문에 수사권 조정이 미완이라는 비판이 인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수사준칙이 세세하게 규정돼 있는데 이 사항대로 실행하지 못했다는 점이 문제”라며 “제도라고 하는 것이 다 빈틈은 있는데, 조직의 힘으로 파고 들어올 수도 있는 등 실행의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영장 청구에 대한 검찰의 독점, 영장 청구권을 활용한 지속적인 영향력 확보 등이 문제점으로 드러났다”며 “향후 헌법이 개정되게 되면 헌법에 명시된 검찰의 영장청구권을 삭제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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