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로 불리는 새로운 D램 모듈 ‘SOCAMM(소캠)’을 두고 ‘D램 3강’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소캠은 HBM과 달리 아직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주도권 윤곽이 명확하지 않은 만큼 추후 D램 시장을 뒤흔들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론의 SOCAMM. (사진=마이크론)

24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첫 번째 소캠 공급사로 마이크론을 선정했다. 엔비디아는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마이크론에 모듈 개발을 동시에 의뢰했는데, 이 중 마이크론이 가장 먼저 승기를 잡은 셈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소캠 개발에 한창이다. SK하이닉스는 연내 양산을 목표로 공급 승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캠은 엔비디아가 독자 표준으로 개발 중인 저전력 LPDDR D램 기반의 탈부착식 D램 모듈이다. 그동안 쓰인 노트북용 LPCAMM의 경우 소캠과 같은 LPDDR 기반이지만, AI 연산을 위한 데이터 처리에는 한계가 있었다. 소캠의 데이터 이동통로(I/O)는 694개로 LPCAMM의 644개보다 많다. LPCAMM보다 크기도 작고 메모리 용량을 늘리기도 용이해 AI 성능에 적합하다.

HBM이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지원한다면 소캠은 중앙처리장치(CPU)를 지원한다. 이미 시장에서 기업들의 순위가 정해진 HBM 제품과 달리 소캠은 이제 막 시작하는 경주다. 모두가 ‘1등’을 노리며 탄탄한 기술력으로 경주를 준비하면 새로운 노다지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소캠은 내년 하반기에 나오는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루빈’과 AI PC ‘디지츠(Digits)’에 본격 탑재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본격적인 소캠 경쟁은 두 번째 공급사가 결정되는 순간이라고 입을 모은다. 통상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고객사를 여러 군데로 확정하기 때문에 ‘2등’ 진입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엔비디아도 소캠 탑재 일정을 당초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이었던 블랙웰 울트라(GB300)에 탑재하려고 했으나 수율 문제 등을 이유로 적용 시기를 내년으로 늦췄다.

HBM 시장을 보면 소캠 공급망의 조기 진입이 얼마나 중요한지 가늠할 수 있다. 사실상 엔비디아에 HBM을 독점 공급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최대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5세대 HBM3E에 이어 6세대 HBM4 제품도 가장 먼저 엔비디아에 샘플을 공급했다.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올해 2분기에는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규복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1개 공급사만 두고 (양산) 승인을 내는 경우가 거의 없고 적어도 (공급사가) 2개 이상은 돼야 하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공급하는 걸 봐야 한다”며 “마이크론이 먼저 양산 승인을 받은 건 신뢰성에서 검증을 받았다는 가능성이 높아서 여기서 우위를 점한 건 견제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