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대출 풀고 급전창구 막고?…‘가계대출 총량관리 이중잣대’ 논란

입력시간 | 2026.07.29 오전 5:00:00
수정시간 | 2026.07.29 오전 5:00:00
[이데일리 정민주 최정훈 기자] 정부가 청년·신혼부부와 주택 구입 실수요자뿐 아니라 분양주택 잔금대출,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이주비 대출 등을 가계대출 총량관리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가계부채 급증을 막기 위해 생활비 마련에 활용되는 자동차담보대출과 보험대출은 전방위적으로 조이고 있어 ‘가계대출 총량관리(연 증가율 1.5%로 제한)’가 이중 잣대로 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거 목적 대출은 ‘실수요 보호’라면서 대출 창구를 여는 방안을 검토하는 반면, 생계형 자금은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갈 여지가 있다’면서 규제를 강조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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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금·이주비대출 가계대출 총량에서 제외 검토하고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잔금대출 및 이주비대출 등 집단대출을 은행권 총량관리에서 제외하거나 별도 한도로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청년·서민의 전세대출과 신혼부부·생애최초 주택구입자 대출도 예외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미 정책대출을 총량관리예서 예외로 하고 있다.

가계부채 관리가 중요하다고 보는 측에선 이에 대해 ‘가계대출 총량관리 무용론’ ‘부동산과의 결별 실패’ 등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잔금대출과 이주비대출은 분양권과 입주권을 사실상의 담보로 취급하는 것으로, 유주택자로 봐야 한다”면서 “단위가 최소 몇억원으로 큰 이러한 주택 관련 대출을 열어준다는 것은 가계대출 총량관리를 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이미 전체 주택담보대출에서 집단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지난 23일 기준 5대 은행의 집단대출 잔액은 148조3451억원으로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약 24%에 달한다.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예외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지만, 규모가 큰 집단대출까지 빠지면 총량관리 실효성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유경원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가계부채를 줄여 유동성을 관리해야 한다는 거시적 목표와 실수요자에게는 대출을 공급해야 한다는 미시적 목표가 충돌하는 상황”이라며 “정책 당국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예외가 계속 늘어나면 총량관리의 효과는 그만큼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차담보대출·보험계약대출 등 급전창구는 막고


반면 은행 밖 급전창구의 문턱은 높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과 캐피탈사에 자동차담보대출을 원칙적으로 차량 가치 이내에서 취급하고, 차량 가액 초과분은 신용대출과 같은 기준으로 심사하도록 했다. 신용대출을 이미 연소득만큼 받은 차주는 자동차를 담보로 제공해도 차량 가격 이상의 돈을 빌리기 어려워진다.

자동차담보대출은 은행 대출이 어려운 중·저신용자가 주로 이용한다. 핀다에 따르면 월 약정액은 지난해 6월 290억5850만원에서 12월 321억2984만원으로 늘었다가 지난달 292억1626만원으로 감소했다. 업계가 이미 취급을 줄이는 상황에서 당국 관리까지 강화되면서 공급이 더 위축될 전망이다.

보험권도 신용대출 한도를 줄이거나 신규 취급을 중단하고 있다. 보험계약대출 한도 역시 해약환급금의 90~95%에서 80~85% 수준으로 낮아졌다. 소득 증빙이나 신용평가 없이 이용할 수 있어 대표적인 급전창구로 꼽혔지만 이마저 좁아진 것이다.

중금리대출 역시 공급 확대 주문과 달리 총량관리 인센티브가 충분히 주어지지 않아 금융회사들이 취급을 늘리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주택 관련 대출에는 예외를 확대하면서 중·저신용자의 생활자금 대출은 총량에 묶는 정책 엇박자가 나타나는 셈이다.

제도권 금융의 문턱이 동시에 높아지면 취약차주가 대부업이나 불법사금융으로 밀려날 수 있다. 서민금융연구원이 최근 3년 이내 대부업이나 사금융을 이용한 저신용자 977명을 조사한 결과 59.4%가 등록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연구원은 지난해 불법사금융으로 이동한 저신용자를 최대 11만9000명, 이용액을 최대 1조5500억원으로 추산했다. 대출금 용도는 기초생활비가 41.0%로 가장 많았고 부채 돌려막기가 26.1%로 뒤를 이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잉대출과 연체 위험을 관리해야 하지만 생활비 수요까지 출구 없이 차단하면 취약차주는 더 위험한 금융으로 밀려난다”며 “정부가 어떤 대출을 보호할 실수요로 인정할 것인지 일관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민주 기자minju@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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