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국내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퓨리오사AI가 미국 빅테크 기업 메타에 매각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퓨리오사AI는 지난해 상장 주관사 선정을 마치고 이르면 올해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 추진 과정에 있었다. 다만 국내 증시 침체와 더불어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산정 등을 고려했을 때 매각 적기라는 판단에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챗GPT를 활용한 이미지]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메타는 퓨리오사AI 인수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인수 가격과 적정 기업가치 등을 두고 막바지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예상 매각 가격은 최대 1조원 이상까지 거론되고 있다. 메타와 퓨리오사AI 양측은 이르면 이달 내로 인수 계약을 마무리한다는 목표다.

퓨리오사AI는 미국 반도체 기업 AMD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출신 백준호 대표가 2017년 설립했다. 2021년 첫 번째 AI반도체 ‘워보이(Warboy)’를 선보였고 지난해 8월엔 차세대 AI 반도체 ‘레니게이드’를 공개했다. 국내에선 사피온과 합병한 리벨리온과 함께 AI반도체 양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퓨리오사AI의 기업가치는 직전 라운드인 시리즈C 브릿지 투자 단계에서 인정받은 8000억원이다. 2017년 설립 이후 △프리A(2017년) △시리즈A(2019년) △시리즈B(2021년) △시리즈C(2023년) 등 매 라운드를 거치며 기업가치는 급등했다. 누적 투자유치 금액은 1억1500만달러(약 1660억원)이다.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더한 매각 가격은 1조원을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딥시크 쇼크, 오히려 호재…몸값 높이는 韓 기업

당초 퓨리오사AI는 2025년 상장을 목표로 IPO 준비를 진행해왔다. 지난해 4월 상장 대표 주관사로 미래에셋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NH투자증권을 선정하고 관련 작업을 진행 중에 있었다. 엔비디아를 필두로 AI반도체 호황이 이어지고 있었고, 경쟁사인 리벨리온이 사피온 인수로 몸집을 키우고 있던터라 퓨리오사AI의 상장도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중국 딥시크 쇼크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자체 칩 개발 수요가 늘어나면서 퓨리오사AI도 상장 대신 매각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고가의 엔비디아 칩 없이도 딥시크가 높은 효율을 내자 국내 AI 반도체 기업들도 덩달아 주목받게 됐다는 것이다. 퓨리오사AI가 자체 개발한 차세대 AI반도체 레니게이드(RNGD)는 엔비디아 칩 대비 저렴하지만 고급 거대언어모델(LLM)에 최적화된 칩으로 알려져 있다.

메타 뿐만 아니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자체 칩 개발에 나서고 있다. 오픈AI는 팹리스 기업 세레브라스 인수를 추진했고,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도 각각 ‘트레이니엄3’ ‘코발트100’ ‘트릴리움’ 등 자체 개발한 칩 사용률을 높이고 있다. 딥시크 쇼크 이후 AI 개발에 반드시 고가의 고성능 칩 활용할 필요는 없다는 인식이 퍼진 탓이다.

DSC인베·네이버 등 초기 투자자 잭팟 기대

매각이 성사될 경우 초기 투자한 재무적 투자자(FI)들도 ‘잭팟’이 예상된다. 벤처캐피탈(VC) 중에선 DSC인베스트먼트(241520)가 퓨리오사AI 설립 한달만인 2017년 6월 진행한 시드 투자부터 2019년, 2021년, 지난해까지 추가 투자를 이어왔다.

네이버 역시 기업형 액셀러레이터 D2SF를 통해 2017년부터 퓨리오사AI에 투자를 단행했다. 시드 단계에서 퓨리오사AI 기업가치가 40억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매각 시 100배 이상의 차익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그밖에 △산업은행 △퀀텀벤처스코리아 △트러스톤자산운용 △슈미트 △코리아오메가투자금융 △IMM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파트너스 △교보생명 △크릿벤처스 등도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