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HMM)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 HMM(011200)이 SK해운의 일부 사업부를 인수한다. 인수 대상은 HMM의 겸업 금지 조항에 걸리지 않는 LNG사업부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부가 유력하다. 다만 이번 인수로 HMM의 몸집이 더 커지게 되면서 HMM 매각 난이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재매각이 시급한 HMM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LNG 빼고 인수…벌크 사업 강화하는 HMM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해운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와 자문사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15일 SK해운의 일부 사업부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HMM을 선정했다. 인수 HMM 관계자는 “SK해운 일부 자산 인수 등과 관련해 우협으로 선정돼 검토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양측은 다음 달까지 실사를 진행한 뒤 이르면 4월 최종 계약을 체결한다는 목표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SK해운의 몸값은 4조원대로 추정된다. 다만 이번 매각 대상은 SK해운 전체 경영권이 아닌 일부 사업부와 선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해운은 △탱커선(원유선·석유제품선) △LPG선 △LNG선 △벌크선(정기선·부정기선) 등의 사업을 영위 중이다. 지난해 9월 기준 운용 선박 수는 △원유선 22척 △LPG선 14척 △LNG선 12척 △벌크선 10척 등 총 66척이다.

HMM이 SK해운의 ‘통인수’가 어려운 배경엔 지난 2014년 체결한 ‘겸업금지조항’이 꼽힌다. HMM은 과거 현대상선 시절인 지난 2014년 구조조정 과정에서 LNG운송 사업을 IMM컨소시엄에 매각하면서 겸업금지 조항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HMM은 2029년까지 LNG사업엔 진출하는 게 불가능하다.

SK해운 인수 시 HMM은 벌크선을 위주로 한 사업 다각화 시너지가 기대된다. 주력인 컨테이너 사업 의존도를 낮춰 실적 안정성을 꾀할 수 있다. HMM이 지난해 발표한 2030년 중장기 목표인 △컨테이너 사업(12조 7000억원) △벌크 사업(5조 6000억원) △통합 물류 사업(4조 2000억원) △친환경·디지털 강화(1조원) 등의 사업 강화에도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안 그래도 덩치 큰데”…재매각 난항 예상

다만 HMM의 재매각을 추진 중인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 입장에선 이번 인수가 마냥 달갑지는 않다. 가뜩이나 큰 HMM의 덩치가 SK해운 인수로 더 커지게 되고, 재매각을 추진할 경우 이를 감당할 원매자를 찾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현재 HMM 시가총액은 16조 4490억원으로, 지난해 2월 우협으로 선정된 하림그룹이 제시한 가격(6조4000억원) 대비 10조원 이상 늘었다.

문제는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HMM 지분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오는 4월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 전환사채(CB)를 모두 주식 전환할 경우 이들 지분은 71.68%까지 늘어난다. 산은과 해진공은 HMM의 중도상환 예정일이 도래하기 전 보유 CB를 모두 보통주로 전환했다. 마지막 남은 CB 역시 보통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늘어난 지분을 모두 인수하려면 원매자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시장에선 채권단의 입김이 강력한 상황에서 HMM의 재매각이 성사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해 매각이 결렬된 주된 이유 역시 HMM 경영 간섭 의지가 높은 해진공 측에서 인수 측인 하림 컨소시엄에 △사외이사 지명 권한 △특정 기간 지분 매각 금지 등 무리한 요구를 했던 점이 꼽히면서다.

HMM 관계자는 “(재매각과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과 시기는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