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대신 당신을 왜 뽑아야죠?"…신규 변호사 3명 중 1명 '백수'
- 법조 채용시장도 AI 여파… 로펌 신입 뽑기 '주춤'
- '취직 못 한' 변협 필수 연수 이수자 큰 폭 증가
- 올해 변호사 3명 중 1명은 합격 후 무직 상태
- 법률서비스 질 상승위한 '체계적 교육' 필요성도
지난 4월 미국 변호사시험에 합격하고 국내 취업을 준비 중인 정모씨(28)는 AI보다 자신이 뛰어난 이유를 찾기위해 고심하고 있다. 최근 본 면접에서 대부분 이같은 질문을 받으면서다.

변호사 증가로 법조 경쟁 격화 (사진=연합뉴스)
대표적인 전문직종인 변호사 시장에서도 구직난이 심화하고 있다. AI가 더욱 적은 비용과 시간을 투입해 웬만한 초임 변호사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판단이 커지고 있어서다. 변호사 자격증만 있어도 취직이 수월했던 과거와 달리 법률시장에서 AI 활용이 보편화되면서 초임변호사들은 최근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다.변호사 자격 땄지만…10명 중 3명 미취업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2026년 합격한 신규변호사 239명(7월 1일 기준)이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진행하는 연수를 듣고 있다. 이들은 지난 4월 변호사시험 합격 발표 이후 로펌이나 기업·기관 법무팀 등에 취업하지 못한 인원이다.
국내 변호사들은 보통 변호사 시험 합격 발표 전 취업하고, 합격 발표 후 6개월의 필수 연수기간을 실무수습으로 보낸다. 취업자들에게는 연수가 실무수습으로 대체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러 이유로 취업하지 못한 합격자들은 자비를 내고 변협에서 매년 5~10월 진행하는 기본연수를 6개월간 이수해야 한다.
올해 신규 변호사 합격자 수는 1714명이다. 변협 연수가 시작된 지난 5월 551명이 필수 연수를 등록했다. 신규 변호사 약 3명 중 1명이 구직에 실패했단 의미다. 지난 5년간 연수가 시작되는 5월까지 취업하지 못한 비율은 꾸준히 늘어 지난해 처음 30%를 넘어섰다.
2022년 전체 합격자수 1712명에서 변협 연수를 신청한 수는 393명(23.0%)였다. 올해는 그 비율이 32.2%에 달했다. 연수 중간에 취업하는 비율도 같은 기간 절반 이상으로 줄었다. 2022년 기준 7월 1일까지 변협 연수를 들었던 인원은 109명으로 6.4%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13.9%가 연수에 참가하고 있다. 다만 연수가 끝나는 10월 무렵엔 100명 남짓한 이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취업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계에서는 취업률이 떨어진 다양한 배경 중 하나로 AI의 보편화를 꼽고 있다. 서면 및 쟁점에 대한 보고서 작성, 법률 및 판례 검색 등 주로 서류 작업을 해왔던 신규 변호사의 역할을 AI가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다.
서울 서초구에 개인 사무실을 운영 중인 A 대표변호사는 개업 5년이 됐지만 어쏘 변호사(고용 변호사)없이 AI를 이용하며 혼자 일하고 있다. A변호사는 “일이 많아지면서 어쏘를 뽑아야 하나 고민했다”면서도 “비용적인 측면을 감안하면 AI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설명했다.
대형로펌도 신규 채용 줄여…“중고신입 선호”
개인로펌 뿐만 아니라 대형로펌도 신규 변호사를 뽑는 비율을 줄이는 추세다. 대형 로펌은 로스쿨생을 인턴십으로 선발해 이들 중 합격생에 한해 조건부 채용하는 식으로 신규 채용을 진행한다. 10대 대형로펌 중 한곳의 대표변호사 B씨는 “이 숫자를 점차 줄이고 있다”며 “특히 AI가 빠르게 진화하는 상황에서 몇 년 뒤를 약속하거나 내다보기 더욱 어려워진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변호사 자격 소지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국내 로스쿨을 졸업하고 미국 워싱턴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정씨는 현재 로펌에서 변호사가 아닌 법률보조원(paralegal)으로 근무 중이다. 해외 취업을 목표로 했던 그는 비자 문제로 국내 로펌을 눈을 돌렸지만 국내에서도 자리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정씨는 “기업 외국변호사는 보통 3~5년차 이상을 많이 뽑고 경력이 없어도 지원할 수 있는 자리에도 경력직이 지원을 많이하는 것 같다”며 “경력이 없다보니 취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변호사 시장 역시 ‘중고신입’이 만연한 일반 구직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정씨는 취업 준비 과정에서도 “효용성을 요구하는 분위기”라며 “면접에서 주니어 변호사를 트레이닝하는 시간에 AI가 서면 100장을 쓸 수 있는데, 돈과 시간을 들여서 왜 주니어 변호사를 뽑아야 하는지 묻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주니어들이 하던 번역, 리포트 작성 등은 AI로 대체 가능하기 때문에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취업이 어려운 탓에 개업을 선택하는 변호사들도 있다. 다만 초년생 때 필요한 교육을 현장에서 받지 못한 변호사들이 많아질수록 법률서비스 질이 저하될 수 있단 우려가 뒤따른다.
대형로펌 소속 한 중견변호사 C씨는 “로펌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한 어린 변호사들이 사회에 나와 중간 관리자가 되는 시기가 되면 결국 법률서비스 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숙련된 변호사가 부족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서는 신입 변호사들이 계속적으로 법률 지식 및 실무 경험을 강화할 수 있는 교육 등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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