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안정이냐, 내수 회복이냐...한은, 이달 금리 인상 '고심'

입력시간 | 2026.11.04 오전 4:30:03
수정시간 | 2026.11.04 오전 4:30:03
  • 소비자물가 두 달째 둔화…근원물가는 2.8% 유지
  • 반도체발 비용 압력·수요 확대 가능성에 물가 경계
  • 민간소비 감소·대출금리 상승 부담…시장선 추가 인상 전망
[이데일리 김국배 이정윤 기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낮아졌지만 이달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농산물 가격 하락에 전체 물가는 둔화했지만 근원물가의 높은 오름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어서다. 그렇다고 금리를 더 올리자니 빚을 진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져 회복이 더딘 내수를 짓누를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3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8%로 집계됐다. 지난 8월 3.1%에서 9월 2.9%로 낮아진 데 이어 두 달 연속 둔화했다. 농축수산물 가격이 9월 0.3% 하락한 데 이어 10월에는 1.7% 내리면서 전체 물가 상승률을 끌어내렸다.

문제는 한은이 눈여겨보고 있는 근원물가다. 일시적으로 가격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9월과 같은 2.8%를 유지했다. 지난 8월 3.4%에서 9월 2.8%로 낮아졌지만 10월에는 더 떨어지지 않았다.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인 2%를 여전히 웃도는 수준이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그래픽=김일환 기자)

근원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배경에는 그동안 쌓인 비용 상승 부담이 시차를 두고 소비자가격에 반영되는 현상이 있다.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으로 반도체 가격이 치솟으면서 컴퓨터 등 완제품 가격을 밀어 올리는 이른바 ‘칩플레이션’이 대표적이다. 나프타 등 원자재 가격 상승도 부담을 더하고 있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10월에는 공공서비스 가격 상승률이 1.5%에서 1.7%로, 외식은 2.5%에서 2.9%로 높아졌다. 개인서비스 전체와 내구재는 오름폭이 다소 줄었지만 각각 3.3%, 4.8%로 여전히 근원물가를 떠받치고 있다.

이런 비용 압력 속에 최근에는 상품 가격 상승 속도가 개인서비스를 앞지르는 모습도 나타났다. 이데일리가 국가데이터처의 계절조정 물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9월 근원상품의 최근 3개월 연율 상승률은 4.4%로 2023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개인서비스(2.9%)보다 1.5%포인트 높았다. 반도체 가격 급등이 컴퓨터 등 일부 소비재 가격에 반영되면서 근원상품의 상승세를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이지호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주재한 물가상황 점검회의에서 “근원물가는 누적된 비용 압력의 전이 등에 영향을 받아 여행 및 외식 서비스, 전자제품 등에서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수요 회복까지 가세하면 물가 상승세가 다른 품목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은은 지난 8월 ‘이슈분석’에서 과거 수요가 물가 상승을 주도했던 시기에 근원물가 상승률이 2.5%를 넘어서면 품목 간 가격 동조성이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10월 근원물가 상승률은 이보다 높은 2.8%다. 당장 물가 상승세가 전반적으로 확산했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비용 압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소비까지 살아나면 기업들의 가격 전가가 쉬워지면서 물가 불안이 더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물가를 잡기 위한 추가 금리 인상은 회복이 더딘 내수에 부담을 줄 수 있다. 3분기 한국 경제는 전기 대비 1.0% ‘깜짝 성장’했지만 민간 소비는 오히려 0.2% 감소했다. 자동차업체 파업 등 일시적 요인도 있었지만 소비 회복세가 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반도체 중심의 성장세가 이어지는 반면, 금리 인상의 부담은 빚이 많은 취약차주에게 더 크게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9월 은행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는 연 4.88%로 한 달 새 0.22%포인트 상승했다. 2012년 4월 이후 14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월평균)이 6월 1528원에서 10월 1336원으로 내려오며 환율발 물가 부담이 줄어든 점은 한은으로선 그나마 우호적 여건이다. 환율 하락이 국제유가 상승분을 일부 상쇄하고 있어서다.

그럼에도 ‘끈적한’ 근원물가 탓에 시장에서는 한은이 이달 인상을 재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은은 7·8월 연속으로 금리를 올린 뒤 지난달 동결했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전체 물가 상승률 둔화에도 기조적 물가 압력이 함께 약해졌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한은 입장에서는 이번 수치만으로 물가 안정에 대한 경계를 낮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욱 스테이트스트리트 마켓 상무는 “11월 근원물가는 근원상품 및 외식물가 상승세를 감안할 때 10월 대비 소폭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한은은 소비자물가 전망 상향 조정과 함께 기준금리를 3.25% 수준으로 25bp 인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국배 기자verme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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