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이더리움(ETH)이 약 4년 만에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2021년 가상자산 강세장의 정점을 넘어섰다. 비트코인과 함께 대표 가상자산으로 꼽히는 이더리움은 최근 들어 기업과 기관의 매수세까지 더해지며 투자 열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이더리움은 한때 15% 급등한 4,866.73달러까지 치솟으며 2021년 11월 기록한 종전 최고가(4,866.40달러)를 경신했다. 올해 들어서만 40% 넘게 상승해, 사상 최고치를 이어가는 비트코인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이번 랠리에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발언이 불을 지폈다. 파월 의장이 와이오밍주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자 투자심리가 즉각 살아났고, 위험자산 선호가 커지면서 가상자산 시장으로 자금이 몰렸다. 비트코인도 이달 14일 사상 처음으로 12만4500달러를 돌파했다.

카탈린 티슈하우저 스위스 시그눔은행 리서치 총괄은 “유동성에 힘입은 이번 강세장에서 투자자들은 비둘기파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파월 의장의 발언은 시장이 기다리던 메시지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디지털 자산 보유법인(DATs)’이 주요 매수 주체로 부상했다. 마이클 세일러의 전략사(Strategy Inc.) 모델을 본뜬 이들 기업은 대규모 이더리움 매집을 통해 자산 규모를 키우고 있으며, 지금까지 약 170억달러 규모의 이더를 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더리움 생태계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이더리움은 최근 ‘에테리얼라이즈(Etherealize)’라는 새 조직을 출범시키고 재단 리더십을 개편해 기업과 금융권의 활용을 넓히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이더리움은 수천 개의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하며, 코인베이스가 만든 ‘베이스(Base)’를 포함한 100여 개의 자매 체인으로 확장됐다. 머니마켓펀드 같은 토큰화 자산과 스테이블코인 결제에도 광범위하게 쓰이며 사실상 ‘가상자산 경제의 고속도로’ 역할을 하고 있다.

자금 흐름에서도 온도 차가 뚜렷하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미국 현물 이더 ETF에는 25억 달러가 순유입된 반면, 비트코인 펀드에서는 130만달러가 순유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