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미일 순방 동행 경제단체 및 기업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스1)

[세종=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공정위원장 후보자 임명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 제정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입법 시기는 가늠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연내 입법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미국과의 관세 협의 등에 따라 자칫 예상보다 장기간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에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우선 현행법 내에서 입법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19일 정계 등에 따르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5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 이후 온플법 입법 재추진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통상협상을 앞두고 대통령실이 당정에 미국 측 반발을 사고 있는 온플법 입법 논의를 보류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다.

미국 측은 온플법을 ‘비관세 장벽’으로 거론,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여당은 거대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행위를 규제하는 ‘온라인 플랫폼 독점 규제에 관한 법률’(독점규제법)과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갑을 관계’를 규율하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공정화법) 중 공정화법만 우선 추진하겠다는 방침이었지만, 미국 측 압박에 이마저도 논의를 미루기로 한 셈이다.

온플법 입법에 다방면으로 제동이 걸리면서 연내 입법이 불투명해졌단 전망이 나온다. 주 후보자는 현행법 체계 아래서도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충분히 막을 수 있으며, 법 위반행위를 엄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14일 인사청문사무실 첫 출근길에서 주 후보자는 “현행법과 공정위가 가지고 있는 행정적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플랫폼 사업자의 횡포 또는 약자의 협상력 높일 수 있는 시장질서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우리가 개선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론적으론 현 제도 아래서도 플랫폼 기업을 규율할 수 있다. 플랫폼 분야에서 발생하는 △자사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최혜대우 요구 등 4대 반경쟁행위는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을 통해 조사·제재가 가능하다. 일례로 공정위는 지난해 6월 쿠팡이 자체 브랜드(PB) 상품의 검색 순위를 조작(자사우대)해 소비자를 기만했다며 과징금 1682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다만 현행법은 거래상 지위에 대한 정량적인 기준이 없어 규율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중소형 플랫폼 기업의 경우 규제가 까다롭다는 평가다. 입점 사업자보다 거래상 지위가 높다는 사실을 인정돼야 하지만, 입점 사업자가 오랜 기간(계속성) 해당 플랫폼하고만(전속성) 거래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인증하는 과정이 복잡하고 까다롭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우선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행위를 현행제도 아래 효율적으로 규율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살필 방침이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원 교수는 “제일 간단한 방법은 인력을 증원하는 것”이라며 “조사·경제분석 인력을 확충하거나, 입증 수준의 문제를 좀 더 간결하게 손보는 방안 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