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빗장 푼 韓 정밀지도…애플·MS·BMW도 줄 섰다
- [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리포트]③
- 해외기업 반출 요청 이어질 듯
- 불허 기업들 재도전 가능성
- 구글 선례로 거부 명분 사라져
- 통제 약화에 주권 침탈 우려
- 협의체 격상·관리 강화 요구
韓 지도 반출 신청 역대 10건…구글, 삼수 만에 성공
구글의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시도는 1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구글은 한국 시장 진출 초기인 2007년 1월 처음 요청했으나, 안보 우려를 이유로 거절당했다. 이후 구글은 한·미 통상회의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를 ‘해외 IT 기업 차별’로 주장하며 압박을 이어왔다. 2010년 우리 정부는 “국내 서버를 이용하면 지도를 제공하겠다”는 절충안을 내놓았지만, 구글이 거부하며 양측의 평행선은 이어졌다.
국토지리정보원 등에 따르면,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가 본격 운영된 2010년 이후 해외 기업의 요청은 총 10건에 달한다. 구글은 2011년(도로명 주소), 2016년, 2025년까지 총 세 차례 국토지리정보원에 신청해 해외 기업 중 최다 요청 기록을 세웠다. 뒤를 이어 애플과 BMW가 각각 2건, MS·가민·차벨파트너스가 각각 1건씩 신청했다.
최근 구글과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인 애플을 제외한 나머지 8건 가운데, 3건은 허가, 5건은 불허됐다. 허가된 사례는 홍보용이나 자동차 시스템 연동 테스트 등 안보 우려가 낮은 1대 2만5000 축척 지도와 항공사진 일부에 국한됐다. 반면 불허된 5건은 안보 위협, 국내 공간정보산업 위축, 사후관리 대책 미흡 등을 이유로 거부됐다. 이번 구글의 1대 5000 지도 반출 허용이 19년 만의 대변곡점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해외 빅테크가 한국 지도를 집요하게 노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과거 지도는 단순 길 찾기용이었지만, 미래 지도는 자율주행, 로보틱스, 디지털 트윈 등 공간 AI 산업의 핵심 연료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지도의 정밀도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1대 5000 축척의 고정밀 지도를 전국 단위로 구축한 국가는 한국과 대만 정도에 불과하다. 유엔 세계지형공간정보위원회(UN-GGIM)에 따르면 대부분 국가는 1대 5만에서 20만 수준에 머문다. 구글의 본국인 미국조차 가장 정밀한 지도가 1대 2만4000 수준이다.

2010년 이후 측량성과 국외 반출 신청 이력(그래픽=김일환 기자)
애플도 대기 중…구글 ‘선례’가 가져올 도미노 현상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다른 해외 빅테크 기업들에게 강력한 승인 신호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애플이 가시권에 들어와 있다. 애플은 지난해 6월 지도 반출을 신청했지만, 서류 보완을 이유로 기한이 연장된 상태다. 구글이 물꼬를 튼 이상, 애플이 동일한 보안 조건을 수용하겠다고 나설 경우 정부로서는 거절할 명분이 희박해진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향후 중국계 기업 등 다른 해외 기업들이 같은 요구를 할 경우, 정부가 통제할 방법은 제한적이다. 단순히 편리한 지도 서비스를 넘어, 국가 인프라 데이터의 통제권을 상실하는 ‘디지털 주권’ 침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안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지도 반출 여부를 결정하는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의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재 협의체는 국토지리정보원장을 위원장으로, 기관별 4급 이상 공무원 8명과 민간위원 1명 등 총 9명(간사 제외)으로 구성돼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도 반출이 미치는 파급 효과와 국가 안보 등 심의 사항의 중요도에 비해 협의체의 위상이 낮다”고 분석했다. 국가 전략 자산의 운명이 부처 과장급 회의에서 결정되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협의체 구성원을 차관급으로 격상하고, 국무총리 소속으로 두는 등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첨단산업 기술 종속, 세금, 통상 등 복합적인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1명뿐인 민간위원도 대폭 확대해 다양한 분야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는 “지도 반출은 단순한 통상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략 자산의 이동”이라며, “글로벌 기업에 데이터가 넘어간 이후에도 실효적인 통제권을 유지할 수 있는 기술적·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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