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국방비 증액 요구 검토…트럼프, 만능열쇠처럼 무역협상 활용"(종합)

입력시간 | 2025.08.10 오후 12:22:41
수정시간 | 2025.08.10 오후 1:50:15
  • WP, 미 정부 내부 문서 입수해 보도…5월 초안
  • 韓에 GDP 대비 국방비 2.6→3.8% 증액 요구 검토
  • 방위비 분담금 증액·전략적 유연성 지지 요구도
  • 다른 국가에도 中견제·美기업 이익 확보 요구
  • 전문가 "전통적인 통상협상 범위 벗어난 일"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의 무역협상에서 국방비 지출 확대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를 검토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WP가 입수한 미국 정부 내부 문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단순한 무역 불균형 해소 수단을 넘어 중국 견제, 개별 미국 기업의 이익 관철 등 국가 안보·경제 패키지 협상 도구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9일(현지시간) WP는 미 무역대표부 요청으로 각 부처가 제출한 제안을 모은 ‘추가 협상 목표’ 문서 초안을 입수해, 트럼프 행정부가 교역국을 대상으로 정치, 안보, 경제적 이익을 얻어내는 데 무역협상을 활용한 것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확보한 8페이지 분량의 문서는 5월1일 작성된 초안으로 실제 해당 조항이 협상에서 논의되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WP는 전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FP)

보도에 따르면 해당 문서에는 한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지출을 지난해 2.6%에서 3.8%로 늘리고, 약 2만8500명의 미국 병력이 한국에 주둔하는 연간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현재 10억 달러 수준인 방위비 분담금을 증액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한국 정부가 중국을 더 효과적으로 억제하면서 동시에 북한을 억제하기 위해 주한미군의 유연한 배치(일명 전략적 유연성)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해야 한다는 요구도 해당 문서에 포함됐다. ‘전략적 유연성’은 주한미군 배치·운용에 있어 오랜 쟁점인데, 한국에 일방적인 양보를 요구하도록 한 것이다. 미국은 주한미군을 대만해협, 남중국해, 중동 등 다른 분쟁 지역에도 투입할 수 있는 유연한 배치를 요구해 왔으나, 한국은 본래 임무인 북한 억제·방어가 약화될 수 있다고 보고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미 무역협상에서 주한미군과 관련된 항목은 협상 목록에 포함됐으나, 최종 합의문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난달 28일 언론 브리핑에서 “방위비 문제가 협상 목록에는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틀 뒤 발표된 한미 관세협상에서 해당 내용은 빠져 있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뿐 아니라 여러 국가를 상대로 미국의 정치, 안보, 경제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무역협상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국가와 협상에서는 중국의 영향력 억제를 위한 조항을 요구했다고 WP는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에는 중국 국영 상하이국제항만그룹의 하이파항 운영권 철수를 요구했다. 상하이국제항만그룹은 지난 2015년 이스라엘 북부 해안 도시 하이파에 새로운 자동화 컨테이너 처리 시설을 운영하기 위한 25년 계약을 수주했다. 미국은 그동안 미 해군 함정이 해당 항구와 인접한 이스라엘 해군 기지에 자주 정박해 있다는 점을 들어 중국 국영 기업의 사업 참여를 불편하게 여겨왔다.

또 호주에는 중국 랜드브리지그룹의 다윈항 99년 임대 재검토를 요구했다. 캄보디아에는 미 해군의 렘 해군기지 정기 훈련 허용과 중국군의 ‘레암 외 지역 배치’ 금지를, 마다가스카르·모리셔스·아르헨티나 등에는 중국 군사 기지·통신장비·우주기지 배제를 압박했다.

일부 국가와 협상에서는 특정 미국 기업의 이해관계를 관철하려는 시도도 있었다고 WP는 전했다. 남아프리카 소국 레소토에는 미 재생에너지 스타트업 ‘원파워(OnePower)’에 대한 5년간 원천세 면제와 발전사업 허가, 일론 머스크의 위성통신 서비스 ‘스타링크’의 현지 법적 주소 제출 의무 면제 등이 요구됐다. 이스라엘 정부에는 미 에너지 기업 셰브론(Chevron)에 대해 해상 천연가스전의 지분이나 운영권을 매각하도록 강제하는 계획을 추진하지 말라는 조건이 제시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협상 방식이 일반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웬디 커틀러 전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WP에 “군사 배치나 개별 기업의 세제 혜택 같은 안보·상업적 조건을 무역 협상에 직접 결부시키는 것은 전례가 거의 없다”며 “통상 협상의 전통적 범위를 넘어선 사례”라고 평가했다. 필 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국장도 “상대국이 이를 경제분쟁이 아닌 안보 문제로 인식해 보복 관세를 자제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군사·외교 레버리지를 통한 관세 외교가 실제 효과를 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로 인도에 러시아산 석유 수입 중단을, 브라질에 전 대통령 보우소나루 기소 중단을 각각 50% 관세 인상과 연계해 압박하고 있다. WP는 이를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스위스 군용 칼(만능 열쇠)처럼 여기고 있다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임유경 기자yklim01@edaily.co.kr

이데일리ON 파트너

  • 성명석

    주식 상식 다 잊어라!

    Best 방송예정
  • 이난희

    현금이 곧 기회다!

    Best 방송예정
  • 김동하

    수익! 이제는 종가베팅 매매가 답이다

    방송예정
  • 김선상[주도신공]

    1등급 대장주 매매로 고수익 창출!!

    방송예정
  • 이시후

    매수는 기술, 매도는 예술! 실전 투자의 승부사

    방송예정
  • 이재선

    개인 투자자들의 경제적 자유를 위한 멘토!

    방송예정
  • 주태영

    대박 수익은 수익을 참고 견뎌야 한다.

    Best 방송예정
  • 김태훈

    30년 투자 경험! 실전 투자 가이드 제시

    방송예정
  • 박정식

    평생 주식투자로 부자가 되는 길

    방송예정
  • 이용철

    검색기를 통한 주도주 매매로 수익 극대화 전략

    방송예정
  • 주태영[선물]

    국내/해외 파생 경력 20년!
    추세 지지선 매매로 수익 극대화!

    방송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