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주한미군 사령관이 ‘숫자 보다는 능력’이 중요하다며 한반도 주둔 미군의 역외 재배치 가능성을 내비쳤다. 주한미군 숫자 자체 보다는 미군과 한국군 역량을 통합해 효과를 극대화 하는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현재 2만 8500명 수준의 주한미군 중 일부를 타 지역에 배치해 중국의 대만 침공 억제 등 중국의 세력 확장 대응 전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은 지난 8일 국방부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동맹의 현대화’와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우선 동맹 현대화 논의에 대해 “75년전 대한민국은 지금과 많이 다른데, (동맹) 현대화는 변화한 위대한 두개 국가 사회가 반영됐다는 점”이라면서 “또 세계 균형 자체가 많이 바뀌었고, 동북아시아의 맥락 역시 변했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무장이 현실화 됐고, 러시아와 북한의 협력이 심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을 위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중국 해군이 제주 남방을 지나 러시아 해군과 연합하고, 러시아 함대 역시 동해 인근을 거쳐 남하했는데,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가장 가까운 위협은 북한이지만 북한 위협을 넘어 러시아가 있고, (이같이)변화된 작전 환경에서 두 국가(한미)가 어떻게 대처할지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동맹의 현대화는 우리 동맹이 준비가 돼 있고, 어떤 위협에도 함께 대응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8일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주한 미 육군 감축이나 공군력 중심의 주한미군 재편 가능성 등 전략적 유연성 논의에 대해 그는 “제가 4성급 지휘관으로서 제 수준에 있는 능력들을 생각하고 제 동맹국(한국) 능력과 어떻게 결합·통합 시켜 어떤 효과를 발휘할지 고민한다”면서 “숫자에 대해 논하고 싶지는 않고, 능력에 초점을 맞춰 얘기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북아시아 적대 세력이 모두 인접해 있고, 우리 동맹국들과도 인접하다”면서 “한미일 3자 협력을 통해 우리가 보유한 능력 위에 태세가 갖춰지고, 또 제가 그 능력들을 운용하고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우리 태세가 바뀐다”고 설명했다.

이어 브런슨 사령관은 방호전력을 예로 들며 “(‘패트리엇’ 등의) 전력을 재배치했을때 더 큰 방호 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병력 숫자나 주한미군 주둔 규모는 한반도에 있는 능력을 제외하고 얘기하는건 잘못된 논의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25일로 예상되는 한미정상회담에서도 주한미군 병력 숫자보다는 한반도에 주둔하는 한미 연합 능력들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반도의 통합 전력을 근거로 양국 정상간 역내 안보상황과 국제 안보정세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는게 그의 생각이다.

또 브런슨 사령관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문제에 대해서는 서두룰 일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전작권 전환이 언제 된다고 말 못하지만, 우리가 합의한 계획은 조건 충족시 전환한다는 것”이라면서 “정해놓은 향후 추진 일정대로 간다면 전작권 전환이 잘 될거라 생각하지만, 우리가 이를 앞당기기 위해서 지름길을 택한다면 우리 태세를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군의 연합군 지휘능력을 평가하는 1단계 기본운용능력(IOC) 검증과 2단계 완전운용능력(FOC) 검증, 3단계 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 등을 실시하고, 그에 맞게 태세가 충족되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