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1억8500만원 SUV가 왜?”…中 세관에 찍힌 수상한 거래

입력시간 | 2026.10.19 오전 5:07:02
수정시간 | 2026.10.19 오전 5:39:09
  • 北엔 억대 SUV, 이란엔 차 주고 물건 받고…中의 기막힌 장사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로 차량 공급이 금지된 북한에 억대 고급 SUV를 수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모든 운송수단의 대북 공급을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 위반 소지가 있는 거래다. 미국의 제재를 받는 이란에는 대금 결제 대신 물물교환 방식으로 자동차 조립용 차체와 부품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평양의 도로에서 포착된 중국 자동차 브랜드 리오토(Li Auto)의 대형 SUV L9. 로이터는 2026년 3월 19일 공개된 소셜미디어 영상의 촬영 장소와 차량 외관을 위성사진 등으로 대조해 확인했다. 사진 속 차량은 이번 중국 해관 자료에서 확인된 1억8500만원 상당의 북한 수출 신고 SUV와는 별개의 차량. (사진=소셜미디어 영상 캡처/로이터)

북한 평양의 도로에서 포착된 중국 자동차 브랜드 리오토(Li Auto)의 대형 SUV L9. 로이터는 2026년 3월 19일 공개된 소셜미디어 영상의 촬영 장소와 차량 외관을 위성사진 등으로 대조해 확인했다. 사진 속 차량은 이번 중국 해관 자료에서 확인된 1억8500만원 상당의 북한 수출 신고 SUV와는 별개의 차량. (사진=소셜미디어 영상 캡처/로이터)

18일 이데일리가 중국 해관총서(세관) 통계 포털에서 최근 3년(2024년 1월~올해 8월) 승용차 수출 21만여 건과 차체·부품 수출 28만여 건을 분석한 결과, 제재로 차량 수출이 중단된 북한에 총 4대의 차량이 수출됐다.

가장 비싼 차량은 올해 2월 신고된 2500~3000cc급 가솔린 4륜구동 SUV 1대로 신고가는 12만7954달러(약 1억8500만원)다. 해관 자료에는 제조사가 표기되지 않지만, 배기량·구동방식·중량·가격을 중국 시판 차량 제원과 맞춰보면 2월 차량은 3000cc급 수입 대형 SUV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제원은 랜드로버 디펜더 3.0급이다.

지난 5월에는 2000~2500cc급 하이브리드 4륜구동 SUV 1대(6만5006달러, 약 9700만원)가 수출됐다. 도요타 랜드크루저 프라도 하이브리드급이다. 지난해는 고급 세단 2대가 수출됐다. 이 4대의 차량은 모두 북한과 국경을 맞댄 랴오닝성에서 신고됐고, 무역방식은 모두 상업 거래인 ‘일반무역’이었다.

중국의 차량 수출은 유엔 안보리 위반 소지가 있다. 유엔 안보리는 2017년 12월 대북제재 결의 2397호로 모든 운송수단의 대북 공급을 금지했다. 중국도 찬성한 결의다. 인도적 지원 물품은 유엔 대북제재위원회(1718위원회)의 예외 승인을 받을 수 있지만, 위원회가 공개한 2025~2026년 승인 13건은 의료장비·비료·위생용품 등으로 차량은 없었다. 인도적 물품이나 원조가 아닌 ‘일반무역’으로 신고됐다는 점도 예외로 보기 어렵게 하는 대목이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가 이번 차량 수출 건을 별도로 문제 삼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대북제재 결의 위반 사실이 확인될 경우 관련 기업이나 개인이 자산 동결 등 제재 대상에 오를 수 있다. 중국 정부에 대한 추가 제재는 별도의 안보리 결정이 필요하다.

이란엔 돈 대신 물건으로…물물교환 비중 최대 58%

이란으로 간 중국산 승용차 차체와 부품 가운데 물물교환으로 신고된 비중은 2024년 1.1%에서 2025년 10.1%, 올해 1~8월 38.6%로 뛰었다. 월별 비중은 지난해 10월 58%가 가장 높았고, 금액으로는 올해 1월(3350만달러, 비중 57%)이 최대였다. 물물교환 물량은 전부 체리자동차 본사가 있는 안후이성에서 신고됐다.

물물교환이 커진 시점은 제재가 조여온 시기와 겹친다. 이스라엘·이란 ‘12일 전쟁’(2025년 6월) 직후인 지난해 8월 처음으로 차체 1440대(1379만달러)가 물물교환으로 나갔다. 같은 달 일반무역 차체는 대당 1589달러였지만, 물물교환 차체는 대당 9575달러로 6배 비싸게 신고됐다. 유엔 제재가 복원(스냅백)된 지난해 9월 말 이후에는 매달 26~58%가 물물교환이었다.

같은 기간 돈을 주고받는 일반무역은 급감했다. 이란행 차체·부품 일반무역은 2024년 8억1720만달러에서 2025년 3억6750만달러로 반 토막 났고, 올해 1~8월에는 6000만달러에 그쳤다.

이 물물교환의 대가가 무엇인지는 해관 통계에 나오지 않는다. 다만 로이터는 지난달 10일 이란이 중국에 석유를 넘기고 그 대금을 중국 상품 구매 크레딧으로 받는 구조를 운영해 왔다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 상무부 측 회사와 이란 중앙은행 연계 회사가 관리하는 특수목적법인(SPV)을 통해 지난 1년간 20억~25억달러가 오갔고, 품목에는 차량이 포함됐다는 내용이다. 블룸버그도 지난해 10월 중국이 이란에 자동차를 주고 구리·아연을 받는 물물교환을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런 물물교환 방식 교역도 미국-이란 간 전쟁이 심화되며 멈췄다. 지난 3월 차체·부품 수출은 10만달러로 떨어졌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미국의 이란 항구 봉쇄가 이어진 4~6월에도 월 60만달러를 넘지 못했다.

중국 외교부는 로이터의 석유-상품 교환 구조 보도에 “언급한 상황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김혜선 기자hyese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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