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10만원 vs 소나타 40만원' 자동차세 역차별 왜?[세상만사]

입력시간 | 2025.06.08 오전 11:30:00
수정시간 | 2025.06.08 오후 12:08:06
  • 현행 자동차세는 1991년 정한 배기량 기준으로 과세
  • 전기·수소차 등 배기량 '0'인 차는 정액 10만원만 납부
  • 터보엔진 다운사이징에 '고배기량=고가차' 공식 깨져
  • 15년간 3차례 개편 논의, 한미 FTA·산업계 반발 무산
  • "가격+환경요인' 혼합형 과세모델 도입해야"
[김정민 이데일리 경제전문기자]‘세금 상식, 만가지 사연’을 다루는 <세상만사>에서는 고가의 전기차보다 저가 내연기관차가 몇 배나 많은 자동차세를 내는 이유와 해외 사례를 통해 어떻게 세제를 개편해야 할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합니다.

현행 자동차세 과세는 배기량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고가의 전기차보다 저가의 내연기관차가 몇배나 많은 세금을 내는 구조여서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고교 동창인 김현우, 이지훈, 박정훈 세 친구는 최근 각자 새 차를 구매했다. 한 명은 친환경을 중시해 테슬라 모델S 듀얼모터를, 다른 한 명은 실속 있는 패밀리카로 쏘나타 2.0 프리미엄을, 마지막은 고급 수입차의 감성을 좇아 BMW 530i xDrive를 선택했다.

오랜만에 만난 셋은 새 차를 산 이야기를 하다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됐다.

“야, 나 테슬라 샀는데 자동차세가 10만 원밖에 안 나왔더라.”

김현우의 말에 이지훈은 눈을 크게 떴다.

“진짜? 난 쏘나타인데 40만 원이나 냈어. 테슬라는 차값만 1억 넘는 거 아니야?”

박정훈이 끼어들었다. “내 BMW는 차값이 8400만 원인데 나도 세금은 40만 원이야.”

세 친구는 서로의 차값과 자동차세를 비교해 봤다. 테슬라 모델S는 1억 2000만 원, 쏘나타는 2800만 원, BMW 530i는 8400만 원이지만, 쏘나타와 BMW의 자동차세가 테슬라보다 4배 더 많았다.

스마트폰으로 자동차세 과세 기준을 검색한 김현우가 말했다.

“내 차는 배기량이 0이라서 그래. 자동차세는 배기량 기준으로 부과되는데 전기차는 차값이 얼마든 그냥 10만 원 정액이래.”

“그게 말이 되냐?” 박정훈은 불만을 터뜨렸다. “우리는 그냥 내연기관차라는 이유로 비싼 세금을 내고 있는 거네.”

◇ 전기차 없던 34년전 과세 기준에 커지는 형평성 논란


가솔린, 디젤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는 배기량 기준으로 자동차세를 부과한다. 1000cc이하는 cc당 80원, 1600cc이하는 140원, 그 이상부터는 cc당 200원이다.

반면 전기차는 자동차세 과세 대상 차량 분류상 ‘그 밖의 승용자동차’에 포함돼 정액 10만원만 부과한다. ‘그밖에 승용자동차’에 부과하는 자동차세는 1991년 6만 7000원에서 10만원으로 인상된 이후 34년째 그대로다. 당시에는 전기차도, 수소차도, 하이브리드차도 없었다.당연히 과세 기준의 형평성을 두고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전기차 보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형평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2017년 처음 집계를 시작할 당시 2만5108대였던 전기차 등록대수는 2020년 13만 4962대로 처음 10만대를 넘어선데 이어 지난해말 기준 71만1891대로 급증했다. 수소차(3만 8000대)까지 합하면 75만대가 배기량 ‘0’인 차다.

게다가 내연기관차 역시 소형 터보차저 엔진을 통해 출력을 높이는 엔진 다운사이징 기술이 발달하면서 ‘고배기량 차량 = 고가 차량’이라는 공식은 이미 깨졌다.

현재의 배기량 기준 자동차세로는 ‘재산세 + 환경비용’이라는 과세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미FTA·자동차업계 반발·증세 논란에 개편 무산

정부가 자동차세 문제를 방관한 것은 아니다. 지난 15년간 세 차례 개편을 추진했지만, 산업계 반발과 외교적 마찰 우려라는 현실의 벽에 막혀 모두 무산됐다.

2010년, 이명박 정부는 배기량 중심 세제를 연비나 이산화탄소 배출량 기준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고배기량 대형차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의도였지만, 한·미 FTA가 발목을 잡았다.

한미 FTA 협정에는 “차종 간 세율의 차이를 확대하기 위해 배기량에 기반한 새로운 조세를 도입하거나 기존 조세를 수정할 수 없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대형 SUV나 고배기량 차량에 불리한 구조가 될 경우, 미국 측이 이의를 제기할 공산이 컸다. 결국 이 계획은 추진 초기 단계에서 중단됐다.

2015년에는 환경부 주도로 CO₂ 배출량을 기준으로 자동차세를 차등 부과하는 시나리오를 검토했으나. 하지만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세수 안정성과 산업계 반발을 우려했고, 부처 간 이견으로 무산됐다. 자동차업계가 저효율 차량에 대한 증세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개편 동력이 꺾였다.

가장 최근 시도는 2023년이다. 대통령실이 주도해 ‘국민참여토론’을 열고 자동차세 기준을 배기량에서 차량 가격 중심으로 바꾸는 방안을 공식적으로 논의했다. 토론 당시 국민 86%가 배기량 기준 개선에 찬성했다. 특히 테슬라 등 고가 전기차에 대한 과세 형평성 문제가 여론을 자극했다.

그러나 자동차세를 가격 기준 전환할 경우 고가 차량 보유자에 대한 ‘부자 증세’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컸다. 더구나 테슬라 모델S와 같은 미국산 고가 전기차에 불리한 방향으로 세제를 개편할 경우, 한·미 통상 마찰로 비화할 수 있다는 외교적 부담이 이번에도 발목을 잡아 결국 입법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공론화 수준에서 멈췄다.

“가격과 환경 고려한 ‘혼합형 과세모델’ 도입해야”

허원제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의 ‘해외 승용자동차세 과세체계 분석 및 향후 정책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세의 과세 기준은 전통적인 배기량 중심 과세에서 벗어나 차량 가격, 이산화탄소 배출량, 연비, 중량, 주행거리 등 다양한 요소를 복합적으로 고려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은 자동차세가 단순한 ‘보유세’가 아니라, 환경정책과 조화를 이루는 도구로 작동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과세 체계를 전환 중이다.

영국은 자동차세(VED: Vehicle Excise Duty)의 핵심 기준이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이다. 차량의 연간 CO₂ 배출량(g/km)에 따라 세율을 차등 적용하며, 배출량이 적을수록 세부담이 낮아진다. CO₂고배출 차량 대신 친환경차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서다.

덴마크는 ‘녹색세(Green Tax)’ 제도를 통해 연비와 연료 효율성을 적극 과세 기준에 반영했다. 고정 세율 방식이 아니라 차량이 소비하는 연료량과 1km당 주행 가능한 거리, 즉 에너지 효율에 따라 세금을 매긴다.

특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와 전기차는 ‘km/ℓ 환산 방식’을 활용해 연료 절감 정도를 세율에 연동했다. 여기에 배출량 기준 세금, 중량세 등도 결합돼 있다.

일본은 차량 구분(경차·소형·중형 등)에 따라 자동차세를 차등 부과하는 기본 구조 위에 차량이 가진 연비 수준과 온실가스 배출량 등에 따라 세금 감면 또는 할증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미국은 주마다 과세 방식이 다르다. 캘리포니아, 미네소타, 루이지애나, 미시간 등 일부 주에서는 차량 등록세를 ‘차량 가격’에 연동하는 방식으로 과세한다. 오레곤주는 전기차는 주행거리 기반 도로세(road usage charge)를 도입해 주행거리에 따라 과세한다. 도로 유지보수에 필요한 재원을 전기차도 부담해야 한다는 취지다.

허 연구위원은 “해외 주요국은 자동차세를 단순 보유세가 아닌 환경·재정정책 수단으로 보고 있다”며 “특히 가격과 환경요인을 함께 고려한 혼합형 과세모델이 일반화되는 추세”라고 전했다.

오경수 강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도 “이제는 자동차를 재산으로 보기보단 환경오염 유발과 도로 이용에 따른 사회적 비용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친환경차 보급 확대로 세수 감소가 불가피한 만큼, 합리적인 과세 체계로의 개편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정민 기자jm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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