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쇼크’ 얼마나 컸길래…소비·기업·환율 “최악의 새해”

입력시간 | 2025.01.01 오전 7:00:00
수정시간 | 2025.01.01 오전 7:00:00
  • 소비·기업·경제심리지수 한달새 ‘역대급 바닥’ 찍어
  • 올해 환율 184원 급등…IMF 이후 최악의 연말 성적표
  • 탄핵정국 속 새해 美 신정부 정책 불확실성까지
  • 이창용 한은 총재 2일 신년사 고심…메시지 주목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혼란에 대한 불안 심리가 확산하면서 새해 정초부터 한국 경제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기업의 체감경기와 소비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은 데다가 고환율까지 덮치면서 향후 경기 개선을 가늠하기 쉽지 않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연말 소비·기업·경제심리지수 꽁꽁…모조리 위축


한은이 최근 발표한 12월 경제지표 데이터를 살펴보면, 소비자심리지수를 비롯해 기업심리지수, 경제심리지수 등 부문별 심리지수들이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정국을 기점으로 모두 바닥을 치고 있다.

우선 정치 불확실성은 소비심리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전월보다 12.3포인트(p)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11월(86.6) 이후 최저치다. 최대 낙폭치로 따지면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 3월(-18.3%포인트) 이후 최대치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 중 6개 주요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심리지표다. 특히 소비자심리지수를 구성하는 소비지출전망의 경우 국내 정치상황의 불확실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며 여행비(-8포인트), 외식비(-6포인트), 내구재(-3포인트) 등이 모두 감소했다.

기업 심리도 곤두박질 쳤다. 12월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87.1로 전월대비 5.0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20년 9월(83.0) 이후 4년여만에 최저점이며, 2023년 1월(-5.6포인트) 이래 최대 낙폭이다. CBSI는 업황, 자금 사정 등 제조업 5개, 비제조업 4개의 주요 지표 이용해 산출한 심리지표다.

제조업의 경우 경영애로사항으로 내수부진과 불확실한 경제상황, 환율 등이 꼽혔다. 특히 불확실한 경제상황 비중은 전월에 비해 7.0%포인트 상승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경기 개선 반등의 요인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내년 1월 전산업 CBSI는 82.4로 7.3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제조업은 기타 제조업, 전기장비(자금사정 -11p, 생산-6p) 등을 중심으로 악화되고, 비제조업은 도소매업 및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임대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부진이 예상됐다.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CSI를 반영한 경제심리지수(ESI)는 전월대비 9.6포인트 하락한 83.1을 기록했다. 2020년 9월(77.4) 이후 최저치고, 낙폭은 2020년 3월 21.2포인트 하락 이후 가장 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한국은행)



◇환율 1500원대 공포까지…이창용 총재, 신년 메시지 주목


원·달러 환율은 과거 위기 때 수준으로 올라와있다. 환율은 2024년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 30일 1472.5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최고치이고, 연말 종가 기준으로는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구제를 받던 지난 1997년 1630.0원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 2023년 마지막 거래일 환율(1288.0원)과 비교하면 1년 새 환율이 184.3원(14.3%) 올랐다.

국내외 상황이 여전히 좋지 않은 만큼 내년에도 환율 상승세는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탄핵 정국 속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정책 불확실성 등마저 부각되면 환율은 단기적으로 1500원 초반대를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고환율이 지속할 경우 우리 경제 곳곳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원화 가치가 지속 하락하면 이에 연동해 수입 물가 상승에 따른 연쇄 효과가 우려된다. 원재료를 수입해 사용하는 기업들의 생산 비용이 오르면, 소비자 물가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상황이 이렇자 오는 2일 발표하는 이차용 한은 총재의 신년사에서 어떠한 내용이 담길지 주목된다. 당초 1월 1일 발표 예정이던 이 총재의 신년사는 한은 시무식에 맞춰 1월 2일로 연기됐는데, 정국 불안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여파까지 겹친 혼란스런 시국에서 이 총재가 어떠한 메시지를 시장에 던져야 할지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총재가 신년사를 통해 국내 경제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줄 것”이라면서 “외환당국의 추가 시장안정조치 계획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한편 한은은 앞서 발표한 2025년 통화신용정책방향을 통해 내년 추가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정두리 기자duri2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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