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정훈 기자]매년 6월 초 가수 싸이의 ‘흠뻑쇼’ 티켓 예매는 치열한 전쟁을 방불케 한다. 지난해에는 분당 최대 800만건의 접속 트래픽이 몰릴 정도였다. 문제는 암표상들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대량으로 티켓을 확보하면서, 정작 팬들은 예매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이다.

기자가 구매한 PSYger 코인 1579(사진=윤정훈 기자)

이에 싸이 소속사 피네이션은 ‘찐팬’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2022년부터 대체불가능토큰(NFT) 싸이거(PSYger)를 발행해 NFT 보유자들에게 선예매 혜택을 주고 있다. 과연 NFT 방식은 기존 예매 전쟁을 대체할 수 있을지 직접 체험해봤다.

결론적으로 예매는 매우 간편했다. 지난 5일 정오 NFT 보유자를 대상으로 한 ‘2025 싸이 흠뻑쇼’ 선예매는 대기자 순번 200번대를 받았고 약 2분만에 마무리됐다. 스마트폰으로 ‘NOL티켓’에 접속해 원하는 공연지와 날짜, 좌석까지 고르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었다. 그간 수 만번대의 대기번호를 받고 1시간 넘게 기다려도 실패했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편했다.

선예매가 가능한 싸이거 NFT는 업비트에서 거래된다. 기자는 지난달 22일 업비트를 통해 0.1494이더리움(ETH), 당시 시세 기준 약 53만8736원에 싸이거 NFT(1579번)을 구매했다. 여기에 거래수수료(2.5%) 0.003735ETH(약 1만3000원)을 더해 총 55만원 가량을 지불했다. 이 NFT 1개로 티켓 2장을 예매할 수 있었다.

단점을 꼽는다면 NFT 가격 변동성과 다소 복잡한 절차를 들 수 있다. 구매 당시 싸이거 NFT 가격은 공연 수요가 몰리면서 고점을 기록했지만, 2주일 뒤인 8일 현재 평균 거래가는 0.084ETH(약 30만원)로 약 44% 하락했다. 이더리움 시세도 동반 하락해 원화 기준 약 29만원 정도의 손실이 발생했다. 티켓 2장 가격(35만원)에 가까운 금액을 잠정손실 봤다고 할 수 있다.

싸이거NFT 최근 30일 시세 변동현황. 싸이 흠뻑쇼 예매 직전 0.15ETH까지 상승했던 NFT 가격은 0.07ETH까지 하락했다가 현재 0.08ETH대에 거래되고 있다(사진=업비트)

다만 구조적 한계도 있다. 싸이거 NFT는 사실상 ‘콘서트 선예매’ 외에 실질적 효용이 제한적이며, 공연 시기 전후로 가격 급등락이 반복된다. 수요가 줄면 NFT는 단순 디지털 파일에 불과해 가격 방어가 어렵다.

절차도 단순하지만은 않다. 가상자산을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일반 이용자에게는 장벽이 있다. 업비트에 가입하고, 이더리움을 구매해 NFT를 거래한 뒤, 다시 업비트 PASS 인증을 거쳐 NOL티켓으로 연결해 예매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작년까지 쓰던 기존 NFT 전용 홈페이지 방식보다는 개선됐지만, 여전히 진입장벽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NFT 예매는 고유 식별번호와 블록체인 거래 기록으로 암표 거래 차단 효과가 크다. 이재명 정부도 이를 주목해 공정 예매 시스템 도입을 공약한 바 있다. 업비트 관계자는 “NFT 기반 선예매를 다양한 행사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본다. NFT는 법적으로 가상자산이 아니어서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하지만, 카드사들이 정부 눈치를 보며 도입을 꺼리고 있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해외는 카드 결제가 가능하다”며 “오히려 카드 결제 허용 시 거래 추적이 더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