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미중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선제적으로 대중국 관세를 인하할 의사는 없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데이비드 퍼듀 주중대사 선서식 행사에서 ‘중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145% 관세를 철회할 의향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니”라고 답했다.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데이비드 퍼듀 주중대사 선서식 행사에서 연설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FP)

오는 10일부터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 등 중국 측 대표단과 무역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무역 협상에서 미국과 중국의 엄청난 갈등과 관세 수준 인하에 대한 합의 가능성이 쉽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 협상을 시작했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그는 “미중 무역 협상이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시작됐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서류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주 성명을 통해 미국 고위 관리들이 관세에 대해 논의할 의향을 알리면서 접촉해왔다고 밝혔다. 상무부는 “미국이 최근 관련 경로를 통해 중국과의 협상을 시작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당시 설명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는 미국이 무역을 통해 중국에 연간 1조 달러를 잃고 있었다”며 “이제는 아무것도 잃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조치에 반발하며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125%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러한 보복 관세는 시장에 불안감을 안기며 미국 소비자들이 많이 의존하는 의류와 장난감 등과 같은 상품의 가격 상승 우려를 낳고 있다.

베센트 장관은 전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관세율은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이번 협상은 큰 무역 합의보다는 긴장 완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베센트 장관은 “우리는 전진하기 전에 먼저 긴장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하며 “우리는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공정무역”이라고 강조했다.

베센트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이 시장에 불안감을 줄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협상에서 미국의 우위로 작용한다고 평가했다.

양국은 모두 협상 타결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경제는 관세 부과 전 수입 급증과 소비 지출 둔화로 인해 2022년 이후 처음으로 위축되었고, 중국에서는 2023년 12월 이후 최악의 제조업 활동 위축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