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남은 누가 대변하나”…反진보 정서가 20대 보수남 결집시켰다
- [이대남은 왜 보수가 되었나②]
- 20대 청년 남성에게 ‘왜 보수화 됐나’ 물어보니
- “여성과 손잡은 진보…이대남은 누구도 안 챙겨”
- “계엄 발동 이유 일부 수긍…샤이 보수청년 결집”
- “反민주당 정서 강한 이대남…보수 성향 이어질 것”
12·3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이후 20대 남성 보수성향이 강화하는 이유에 대해 한 20대 남성은 이같이 답했다. 이데일리가 20대 남성 청년 1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들은 병역 등 남성만 짊어지는 의무에 대한 사회적 배려 부족에 억울함을 나타냈다. 또한, 20대 남성을 지지해 주는 뚜렷한 집단이 없다는 소외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여성과 손잡은 진보…이대남은 누구도 안 챙겨”
남성 청년 A씨(29)는 “기존에는 20·30 남성은 군대, 여성은 출산·육아 및 유리천장 등으로 서로 희생하고 있는 있다고 생각했기에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2010년대 페미니즘 운동이 급부상하면서 양성 갈등이 커졌다”며 “여성이 결집하고 진보단체(정당)와 결합하면서 여성 관련 정책이 공론화된 반면, 20대 남성의 문제는 방관하는 경우가 잦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단기간에 청년 여성 정책은 많이 증가했으나, 군 가산점과 같은 청년 남성을 위한 정책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 같다는 느낌이 크다”며 “반(反) 페미니즘의 대안으로 20대 남성뿐 아니라 10대 남성도 보수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29세 남성 청년 B씨도 “(보수를 지지하는)20대 남성들의 감정은 단순한 ‘분노’보다는 ‘억울함’에 가까울 것”이라며 “군대-취업-결혼 등 사회가 요구하는 과정을 가고 있음에도, 이유없이 ‘기득권’이라고 비판을 받으니 20대 남성들이 억울해하면서 터진 것”이라고 보수 지지 이유를 밝혔다.
장원호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20대 남성은 사회의 주류 목소리가 20대 여성이고 자신들은 피해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들 입장에서는 페미니즘에 대한 반대가 보수정당 지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7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열린 여성혐오 살인 사건 공론화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최근 서울의 한 미용업소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을 계기로 여성 살해를 사회문제로 공론화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 “계엄 발동 이유 일부 수긍…샤이 보수청년 결집”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반감으로 보수를 지지하게 됐다고도 답하는 20대 남성들도 여럿 있었다. 또 탄핵심판 과정에서 그동안 야당이 국정운영을 크게 방해했다는 사실을 알게 돼 보수를 지지하게 됐다는 응답도 있었다.
29세 남성 청년 D씨는 “청년이 그동안 정치에 관심이 없었고 계엄이라는 단어만 듣고 보수에 등을 돌렸으나, 이후 민주당의 행동과 윤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서 계엄에 대한 정당성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28세 청년 E씨 역시 “계엄이란 단어에 감정적 대응을 한 초반과 달리, 왜 계엄령을 실행해야 했는지 언론 및 각종 매체로 조금씩 접함에 따라 어느정도 타당성 및 이해가 가는 부분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지지 정당은 없지만 자신의 정치성향을 보수라고 밝힌 청년 F씨(27)는 “사법 리스크 등 문제가 많은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매우 불안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20대 샤이 보수’가 비상계엄·탄핵으로 인해 결집한 것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중도보수 성향인 30세 청년 남성 C씨는 “무응답이었던 20대 보수 지지자들이 (탄핵 이후) 마지막이라는 위기감을 느껴 보수 지지 성향을 공개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제106주년 삼일절인 1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열렸다. 사진 왼쪽은 종로구 안국동에서 열린 야5당 공동 ‘윤석열 파면 촉구 범국민대회’. 오른쪽은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자유통일을 위한 국민대회’ 모습. (사진 = 뉴시스)
◇ “反민주당 정서 강한 이대남…보수 성향 이어질 것”
전문가들은 20대 남성의 보수화 성향이 장기간 이어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20대 남성의 국민의힘(보수) 지지성향은 분명한 상태”라며 “보수화 경향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원호 교수 역시 “20대 보수화는 고착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남녀가 소통하지 않고 한쪽 성향으로 고착화되면 정치도 젠더 문제도 크게 망가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20대 청년은 연애·결혼·출산 등을 거치고 여러 사람과 접촉하는 사회생활이 늘어나면 30대에 자연스럽게 성향이 달라지기도 한다”며 “현재는 보수인 20대 남성이 30대에는 일종의 연령효과를 거치며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20대 남성의 보수화가 반드시 보수정당의 지지로 직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소장은 “20대의 보수화는 반민주당 정서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보수정당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20대 남성의 지지율 차이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아직 20대 남성의 보수정당 지지는 공고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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