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노조 없어도 파업?..기업 덮친 노란봉투법 3개의 덫
- ①안전관리 강화하면 원청의 사용자 인정 가능성↑
- ②하청노조 없어도 조합원 있으면 산별노조가 원청에 교섭 요구 가능
- ③하청사 교섭 결렬시 산별노조 차원 전국파업 등 쟁의 가능
-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떤 내용으로 교섭 요구할지 예측 불허"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이 민주당 주도로 통과됐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김정민 경제전문기자]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에는 기업 입장에서 보면 표면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은 위험요소가 숨어 있다. △안전관리 강화시 원청의 사용자 인정 가능성 △사용자 인정시 산별노조 차원 교섭 요구 △조합원 1인만으로 산별 노조 전체 합법적 쟁의행위 이렇게 셋이다.법적 의무인 하청업체 안전관리를 강화하면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사용자가 되고, 사용자인 원청에 하청노조가 교섭을 요구할 경우 이에 응해야 한다.
하청사에 노조가 없어도 산별노조 조합원이 1인이라도 있으면 금속노조 등 산별노조 차원에서 교섭을 요구할 수 있고 원청이 교섭을 거부하거나 협상이 결렬되면 파업 등 합법적 쟁의행위가 가능하다. 원청사 입장에선 ‘안전관리 강화→사용자 인정→단체교섭 및 쟁의행위’로 이어지는 빠져나오기 힘든 덫이다.
특히 이때 쟁의행위 주체는 하청사 지부·지회가 아닌 산별노조 전체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칫 소규모 하청사와의 마찰이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와 같은 거대 산별노조와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얘기다.
① 안전관리 강화하면 ‘사용자성’ 인정 가능성 커져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는 ‘도급인은 관계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의 안전·보건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제5조는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는 종사자의 안전·보건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처럼 산안법과 중처법은 원청이 하청 근로자 안전을 책임지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법원이 원청이 하청사 안전관리에 개입한 사실을 노조법상 ‘사용자’성 판단의 근거로 삼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현대제철 사건에서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비정규직지회가 제기한 ‘산업안전’ 교섭 요구에 대해 “사업장의 설비·작업방식·작업일정 등 모든 안전 요소를 원청이 지배·통제한다면, 법령상 도급인의 의무라는 이유만으로 지배력을 부인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원청인 현대제철에 교섭 의무를 부여한 것이다.
서울행정법원은 같은 날 한화오션 사건도 노동안전 의제에 대해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현대제철과 한화오션은 관련 법령에 따라 법이 도급인에게 요구한 산업안전 조치 의무를 다한 것에 불과할 뿐 하청업체에 대해서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한 것은 아니라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이 안전조치 자체를 사용자성 판단의 핵심 근거로 적용한 첫 판례다.
기업 입장에선 ‘법을 지키면 사용자, 안 지키면 법 위반’이라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 셈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30인 미만 사업장의 노조 조직률은 0.1%, 300인 미만은 5%도 안 된다”며 “1년 내내 하청노조와 교섭할 것이란 건 지나친 기우”라고 했다.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고용부 공식 집계(2023년 기준)에 따르면 사업장 규모별 조직률은 근로자 300명 이상 사업장이 36.8%, 100~299명 5.6%, 30~99명 1.3%, 30명 미만 0.1%다
노조 조직률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하청사에 기업별 노조가 없어도 하청사 근로자중 한명이라도 산별노조에 가입하면 해당 조합원이 소속된 산별노조는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
노조법 제29조는 ‘노동조합은 그 규약으로 지부·분회 등 하부조직을 둘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대법원은 “노동조합의 지부·분회 등 하부조직은 그 자체로는 단체교섭 당사자성을 갖지 못하며, 노동조합 본체가 교섭 당사자가 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산별노조 체제 아래서는 하청사내 지회, 분회가 아닌 산별노조 본체가 노사 단체교섭의 당사자라는 얘기다.
이미 법원에서는 산별노조가 원청사를 상대로 교섭 요구가 정당하다는 판례를 쌓아가고 있다.
한화오션 사건에서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하부조직인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원청 한화오션에 교섭을 요구했고 법원은 한화오션이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했다며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 교섭의무를 부여했다.
CJ대한통운 사건에서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특별지부인 택배노조가 원청인 CJ대한통운의 교섭 거부가 부당노동행위라며 낸 소송에서 법원은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의 실질적 사용자인 만큼 교섭에 응하라고 노조측 손을 들어줬다.
산별노조가 기업별 노조 부재 상황에서도 원청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음을 확인해준 대표적 사례다.
정리해보면 현대차 하청사에 부품을 납품하는 직원수 10명인 2차 하청사가 있다고 할 때 이 회사에 노조가 없어도 금속노조에 가입해 있는 근로자가 있으면 현대차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고, 현대차는 이 하청사의 사용자로 인정되면 이 교섭 요구에 응해야 한다.
특히 이때 이 하청사가 현대차의 2차, 3차 재하청이더라도 노조는 현대차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
현대차 2차, 3차 하청사도 현대차가 차종을 단종하면 회사 문을 닫아야 하는 등 ‘현대차의 결정에 따라 소속 근로자의 근로조건이 변경될 수 밖에 없는 회사’일 경우에는 개정된 노조법 2조 2호에 따라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현대차가 사용자여서다.
③ 하청사 교섭 결렬시 산별노조 차원 전국파업 등 쟁의 가능
노란봉투법 개정으로 단체교섭과 쟁의행위의 대상이 대폭 확대되면서 기업들은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떤 방식으로 교섭을 요구하고 나설 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특히 산별노조 교섭권이 인정되면 소수의 조합원만 있어도 전국 단위 파업으로 번질 수 있어 작은 불씨가 대규모 노사분쟁으로 확산할 수 있다.
일례로 현대차의 경우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와 개별 기업협상을 벌이지만 만일 또 다른 금속노조 산하 하청사 지부가 현대차가 사용자임을 인정받으면 해당 하청사 지부와도 별도 협상을 벌여야 한다. 사용자를 인정받는 하청노조가 늘어나는 만큼 금속노조가 현대차를 상대로 한 교섭창구와 카드도 늘어난다.
이때 한 곳만 교섭이 결렬돼도 금속노조 입장에선 본조 차원의 쟁의가 가능하다.
특히 법적으로 산별노조 하부조직에 속한 조합원이 1인만 있어도 교섭 요구는 가능한 만큼 교섭이 결렬되면 합법적 쟁의행위 역시 산별노조 차원에서 진행된다.
결과적으로 원청 입장에서는 개별 사업장내 특정 하청사와의 소규모 분쟁이 아니라,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 등 산별노조 전체와 대립을 각오해야 하는 구조다.
반면 기업의 방어권은 약화됐다. 노조법 제43조는 ‘쟁의행위 기간 중 당해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는 당해 사업에 종사하지 아니하였던 자로 이를 대체하게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원청이 사용자로 인정되면 하청 파업 시 다른 하청을 긴급 투입하는 방식이 법적으로 원천 차단된다. 핵심 공정을 담당하는 하청사가 멈추면 전체 생산라인이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이 “산별노조 교섭권이 인정된 상황에서는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교섭 요구가 제기되고 이것이 파업으로 비화할지 기업 입장에서는 사실상 예측이 불가능하다”며 “노사관계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기업들의 리스크 관리 비용은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하는 이유다.

김정민 기자jm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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