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무엇이든 먹어보고 보고해 드립니다. 신제품뿐 아니라 다시 뜨는 제품도 좋습니다. 단순한 리뷰는 지양합니다. 왜 인기고, 왜 출시했는지 궁금증도 풀어 드립니다. 껌부터 고급 식당 스테이크까지 가리지 않고 먹어볼 겁니다. 먹는 것이 있으면 어디든 갑니다. 제 월급을 사용하는 ‘내돈내산’ 후기입니다. <편집자주>

중국의 종합식품기업 바이샹(백상·白象)이 만든 고수라면 (사진=한전진 기자)

처음 젓가락을 들었을 땐 살짝 긴장했다. 봉지에 가득 그려진 고수 사진 탓이었다. 짙은 녹색 디자인 배경의 봉지가 평범한 라면이 아님을 직감하게 한다. 완성하면 눅진한 고수 향이 코를 타고 훅 올라온다. 강렬하진 않지만 결코 약하지도 않다. 고수 마니아들이라면 반길 수 있는 향이다. 다만 싫어한다면 한 입도 넘기기 어려울 맛이다. 먹을수록 향보다는 국물의 구수함이 인상적으로 남았다.

제품은 중국의 종합식품기업 바이샹(백상·白象)이 만든 고수라면이다. 현지명은 ‘샹차이몐(香菜面)’으로 ‘향채(고수)라면’이라는 뜻이다. 특이한 콘셉트와 독특한 비주얼 덕분에 최근 SNS를 타고 국내 고수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회자되고 있다. 쌀국수에 고수를 넣어 먹는 기자도 주문해봤다. 5개입 한 세트로 가격은 1만 8000원. 쿠팡을 통한 해외배송으로 구매했고, 약 5일 만에 도착했다.

구성은 간단하다. 면발, 소스팩, 건고수팩이다. 특히 초록 면발은 실물로 보기 드문 색감이었다. 고수를 반죽에 넣은 것으로 추정된다. 시각적으로도 ‘고수라면’이라는 콘셉트를 명확히 각인시킨다. 면을 뜯는 순간부터 은은하게 향신료 향이 감돈다. 조리 전부터 기대와 경계심이 동시에 느껴진다.

동결건조한 고수 건더기를 넣은 건고수팩이 두개나 들어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스프와 건더기도 상당히 독특한 콘셉트다. 소스 봉지를 뜯으면 중국의 우육탕면 냄새가 훅 치고 올라온다. 이국적이면서 구수한 냄새가 사방에 퍼진다. 건고수팩에는 말린 고수가 수북하게 들었다. 이 건고수팩이 두봉지나 들어있다. 취향에 따라 한봉지나 두봉지 선택하게끔 한 것 같았다. 조리법은 낯설지 않지만 물 양이 다르다. 일반 한국 라면(500㎖~550㎖)보다 많은 600㎖를 넣는다.

완성된 국물은 예상보다 익숙했다. 향신료가 강하게 치고 들어올 줄 알았지만 의외로 중심을 잡고 있는 건 구수한 육수의 풍미다. 한국식 감자탕과 비슷한 느낌이 있다. 맵기는 안성탕면보다 조금 덜한 수준으로 누구나 큰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을 정도다. 고수의 향은 진하게 느껴지지만 국물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지나치게 튀거나 거슬리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균형이 잘 잡힌 맛이다.

면은 부드럽고 얇다. 컵라면 면발과 비슷하다. 익는 속도가 빠른 만큼 시간이 지나면 쉽게 퍼진다. 젓가락으로 들어 올릴 때부터 탄력보다는 흐느적거리는 질감이 느껴진다. 쫄깃함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대신 국물을 머금는 능력이 좋아 함께 먹기에 적당하다. 맛은 매우 고소한 편이다.

(사진=한전진 기자)

전반적으로 고수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좋아할 만한 맛이다. 처음엔 긴장했던 입맛도 점차 적응하면 어느 순간부터 고수 향이 오히려 감칠맛처럼 느껴진다. 특히 국물의 묵직함이 커 느끼함이 심한 편인데 맛이 물리기 시작할 때면 향긋한 고수의 향이 치고들어와 이를 막아주는 효과를 낸다.

다만 고수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에게는 단 한 젓가락조차 쉽지 않을 수 있다. 향이 심하지 않더라도 묘한 향이 입안은 물론 집안에 맴돈다. 한국 라면과 같은 얼큰한 맛을 기대하는 이들에게도 비추다. 얼큰하기보다는 고소하고 느끼한 편이다. 해외배송 상품인 만큼 높은 가격도 진입 장벽 중 하나다. 개당 약 3600원으로 일반 라면의 2~3배에 달한다. 배송도 늦으면 일주일 이상이 소요된다.

그럼에도 고수라면은 콘셉트가 분명한 잘 만든 테마 제품이다. 마니아적 수요를 정확히 겨냥했다. 호불호 강한 재료를 중심으로 맛의 균형을 잡아낸 점이 인상적이다. 고수를 전면에 내세운 인스턴트 라면은 국내외를 통틀어도 찾아보기 드물다. 한국 소비자에게는 일상적인 식사보다는 이색적인 체험에 가까울 수 있지만 색다른 맛을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는 한 번쯤 시도해볼 만한 선택지다.

(사진=한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