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도 파란데 라면까지…” 1000원 ‘한강라면’, 맛은 상한가일까[먹어보고서]

입력시간 | 2026.09.13 오전 9:13:57
수정시간 | 2026.09.13 오전 9:13:57
  • 오뚜기 신상 '한강라면' 한강서 직접 시식
  • 진라면보다 얇고 꼬들…면발 차별화 뚜렷
  • 계란 단맛·매운 국물 조합은 호불호 갈릴 듯
  • 4개 국어 포장…외국인 '먹는 기념품' 겨냥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무엇이든 먹어보고 보고해 드립니다. 신제품뿐 아니라 다시 뜨는 제품도 좋습니다. 단순한 리뷰는 지양합니다. 왜 인기고, 왜 출시했는지 궁금증도 풀어드립니다. 껌부터 고급 식당 스테이크까지 가리지 않고 먹어볼 겁니다. 먹는 것이 있으면 어디든 갑니다. 제 월급을 사용하는 ‘내돈내산’ 후기입니다. <편집자주>

오뚜기 한강라면의 면과 분말스프, 계란블럭을 라면조리기 전용 용기에 담은 모습. (사진=한전진 기자)

오뚜기 한강라면의 면과 분말스프, 계란블럭을 라면조리기 전용 용기에 담은 모습. (사진=한전진 기자)

‘한강라면’은 원래 제품 이름이 아니었다. 한강공원 편의점 라면조리기에 아무 봉지라면이나 넣고 끓여 먹는 행위를 부르는 말이었다. 오뚜기(007310)가 최근 이 이름을 붙인 봉지면을 내놨다. 면과 분말스프에 크기를 키운 전용 계란블럭을 넣고 청양고추로 맛을 잡았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장소가 만든 맛을 봉지 하나에 담았다는 얘긴데, 정말 그 맛이 나는지 궁금해 한강으로 갔다.

주말 저녁 선유도 인근 한강공원 편의점을 찾았다. 선선한 날씨 덕에 연인과 친구 무리로 매장 안팎이 북적였고 라면조리기는 쉴 틈 없이 돌아갔다. 차례가 오기까지 20~30분을 기다렸다. 비교 대상으로 오뚜기의 간판 제품 진라면 매운맛도 함께 샀다. 한강라면이 일반 라면과 구체적으로 어디가 다른지 나란히 놓고 보기 위해서다. 가격은 두 제품 모두 한 봉지 1000원으로 같았다.

봉지부터 한강 감성이 묻어났다. 파란 바탕에 남산타워와 한강 다리가 그려져 있고 제품명은 한국어와 영어·중국어·일본어로 함께 적혀 있다. 다만 파란색을 보니 하한가인 주식(?)들이 떠올라 개인적으로 썩 구미가 당기는 디자인은 아니었다. 파리 사람이 센강을 그려 넣은 라면을 보면 이런 기분일까 싶었다. 반대로 외국인이라면 한 번쯤 집어 들 만한 관광상품 같은 인상이었다.

12일 서울 선유도 인근 한강공원 편의점에 오뚜기 신제품 ‘한강라면’이 진열돼 있다. 한강 야경과 남산타워를 담은 남색 패키지가 눈에 띈다. (사진=한전진 기자)

12일 서울 선유도 인근 한강공원 편의점에 오뚜기 신제품 ‘한강라면’이 진열돼 있다. 한강 야경과 남산타워를 담은 남색 패키지가 눈에 띈다. (사진=한전진 기자)

조리 전 한강라면(왼쪽)과 진라면 매운맛. 한강라면에는 별도의 계란블럭이 들어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조리 전 한강라면(왼쪽)과 진라면 매운맛. 한강라면에는 별도의 계란블럭이 들어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라면조리기로 끓인 한강라면(왼쪽)과 진라면 매운맛. 한강라면은 계란블럭이 풀리면서 국물 곳곳에 계란 건더기가 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라면조리기로 끓인 한강라면(왼쪽)과 진라면 매운맛. 한강라면은 계란블럭이 풀리면서 국물 곳곳에 계란 건더기가 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봉지를 뜯으니 면과 분말스프, 노란 봉지에 든 계란블럭 하나가 전부였다. 건더기는 분말스프에 파와 고추 조각이 조금 섞여 있는 정도다. 대신 계란블럭은 참깨라면의 그것을 연상시키는 크기로 존재감이 상당했다. 조리기 전용 용기에 면과 스프, 계란블럭을 한꺼번에 넣고 버튼을 눌렀다. 4분 남짓 지나자 계란이 국물 위로 풀어져 떠올랐고 그 사이 옆 조리기에선 진라면 매운맛이 끓었다.

가장 도드라지는 부분은 면발이었다. 진라면보다 눈에 띄게 얇은 면은 젓가락으로 들어 올릴 때 국물을 넉넉히 머금고 따라 올라왔다. 씹는 맛도 살아 있어 꼬들한 느낌이 끝까지 유지됐다. 조리기에서 갓 건져 먹는 라면 특유의 면 식감을 봉지면으로 옮겨놓은 듯했다. 한강라면이라는 이름값을 하는 지점이 있다면 이 면발이다.

국물은 예상과 달랐다. 맵기는 진라면 매운맛보다 살짝 낮았고 청양고추 특유의 칼칼함까지는 오지 않았다. 대신 계란블럭에서 나오는 단맛이 꽤 강하게 치고 올라왔다. 컵 계란국을 떠먹는 듯한 단맛과 매운 국물이 섞이는데 감칠맛이 이를 받쳐주진 못했다. 진라면 매운맛과 참깨라면을 반씩 섞어놓은 맛에 가까웠고, 이 조합은 호불호가 크게 갈릴 것 같았다.

라면조리기에서 끓고 있는 오뚜기 '한강라면'. 계란블럭이 국물 위로 풀어져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라면조리기에서 끓고 있는 오뚜기 '한강라면'. 계란블럭이 국물 위로 풀어져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문제는 그 조합이 어느 쪽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참깨라면의 고소함과 계란의 풍성함에 비하면 계란블럭은 약했고, 고소함 대신 매운맛을 붙이니 오히려 낯설었다. 110g으로 진라면 매운맛(120g)보다 10g 적은 양도 아쉬웠다. 같은 1000원이면 굳이 이걸 고를 이유를 찾기 어려웠다. 한강에 와서 호기심에 한 번 먹고 얘깃거리로 삼기엔 괜찮지만 재구매 의사는 들지 않았다.

물론 시선을 외국인 관광객으로 돌리면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지난해 방한 외국인은 1893만명으로 역대 최다였고, 올해는 7월까지 1280만명이 들어와 연간 2000만명 돌파가 예상된다. 한강에서 라면을 직접 끓여 먹는 경험도 하나의 관광 콘텐츠가 됐다. 실제로 서울시는 지난 7월 외국인 대상 관광 프로그램에 한강 야경과 편의점 라면 체험을 묶은 코스를 운영하기도 했다.

이런 외국인 타깃 상품들의 관건은 귀국 후에도 이어지는 구매다. 한강라면도 한국에서의 경험을 캐리어에 담아갈 수 있는 ‘먹는 기념품’을 노린 셈이다. 한강에서 한 번 먹은 뒤 몇 봉지 챙겨 간다면 진라면이나 참깨라면 같은 다른 오뚜기 라면으로 넘어오는 입구가 될 수도 있다. 내국인에겐 한 번이면 족한 라면이었지만, 이 제품의 승부처는 애초에 우리 입맛이 아닐지도 모른다.

12일 서울 선유도 인근 한강공원 편의점에서 시민들이 라면조리기를 이용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12일 서울 선유도 인근 한강공원 편의점에서 시민들이 라면조리기를 이용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한전진 기자noretur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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