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더 새로운 거 찾아야죠”…‘괴짜’ 모인 그 대학
- 공학 분야 명문 中 저장대 방문, 동문·지원 인프라 강점
- 화제 인물 량원펑 출신 대학, 방문객·재학생도 모두 관심
- “포화 시장 피하고 창업 경험 부지런히 쌓자” 열의 들떠
4일(현지시간)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저장대(절강대)에서 만난 2003년생 중국인 천씨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세계적 인물이 된 딥시크(DeepSeek) 창업자, 량원펑의 모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는 듯했다.
저장대 곳곳에는 교훈인 ‘치유스촹신’(求是書院)이 적혀 있다. ‘진리를 찾으며 혁신을 구한다’는 의미인데 저장대가 세워진 1897년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바뀌지 않은 중요 정신이다. ‘진리를 찾는다’(Seeking Truth)는 뜻이 딥시크의 사명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였다.
지난 4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시 저장대 남1문 앞 전경.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괴짜로 불렸던 량원펑, 세계적 AI 개발자로
중국 춘절(음력 설) 연휴 마지막인 이날 저장대의 메인 캠퍼스인 즈진강을 찾았다. 캠퍼스 안팎은 저장대를 둘러보는 방문객들로 붐볐다. 한 무리의 중고등학생들을 이끌고 즈진강 랜드마크 도서관을 소개하던 한 가이드는 “이곳이 바로 량원펑의 모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공학 분야에서 중국 최고 명문대 중 하나로 꼽히는 저장대는 량원펑이 졸업한 학교로 최근 화제에 올랐다. 2002년 저장대 전자정보공학과에 입학한 량원펑은 이곳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다. 챗GPT를 위협하는 수준의 AI 모델을 내놓으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인물이 더벅머리의 너드(Nerd·괴짜)로 불리며 학창 시절을 보내던 곳이다.
캠퍼스 안에서 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탄 채로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있던 한 중국인 여성을 만났다. 방문객인 줄 알고 말을 건넸더니 저장대에서 화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에게 “요즘 량원펑이 큰 인기인데 그에 대해서 잘 아느냐”라고 묻자, 많이 들어본 질문인 듯 넌지시 웃더니 “그가 하는 분야가 나와는 달라 잘 모르지만 매우 창의적인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곳(저장대)은 AI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 4일 중국 저장대 즈진강 캠퍼스를 찾은 방문객들이 도서관 건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옆에 있던 중국인 남성은 본인을 저장대 컴퓨터공학과 졸업자라고 소개한 후 “(량원펑의 유명세가) 참 뿌듯하다”면서도 “딥씨크의 AI가 아직 아주 많은 분야에 응용할 수 없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캠퍼스에서 만난 학생들도 학교 선배 량원펑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저장대 의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는 20대 핑안씨는 “량원펑의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소리 높이더니 “많은 AI 기업이 폐쇄형을 선택하는 상황에서 딥시크는 오픈형 전략을 통해 사용자에게 널리 혜택을 주고 전체 산업의 진보와 발전을 촉진했다”고 자랑하듯 말했다. 그러면서 “량원펑은 ‘중국의 젊은 인재들도 세계 일류를 이룰 수 있다’는 확신으로, 젊은이들에게 충분한 자원과 독립적인 사업권을 제공해 혁신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한다”고 줄줄 설명했다.
지난 4일 중국 저장대 즈진강 캠퍼스 내 한 건물에 량원펑 딥시크 창업자가 다녔던 전자정보공학과 실험실 안내 게시판이 걸려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풍부한 인프라? “결국 내 노력이 가장 중요”
량원펑의 전공인 전자정보공학과는 즈진강과 옥천 캠퍼스를 오가며 수업을 듣게 된다. 옥천에는 전자정보공학과를 비롯한 공대 주요 과들이 위치했고 즈진강은 주로 실습하기 위해 찾는 경우가 많다.
즈진강 동쓰(東四) 건물 2층으로 올라가니 전자정보공학과의 실험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벽면 게시판에는 ‘저장대 전자정보공학과는 프로젝트 지원을 받아 실험과 교육 모든 측면에서 포괄적인 혁신을 거쳤고 실험센터 설립을 통해 학생들의 연구·혁신 역량을 키웠다’며 이곳을 소개하는 게시판이 걸려 있었다.
지금은 방학 중이라 실험실 문이 잠겨있으나 창문을 통해 컴퓨터 등 다양한 장비들이 놓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현장에 동행한 한 저장대 학생은 “학교 자체 자금과 기부 등을 통한 지원이 풍부해 자체 장비는 가장 우수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저장대는 2021년 중국에서 동문 기부금이 4번째로 많은 대학교로 뽑히기도 했다.
저장대는 중국 2인자인 리창 국무원 총리를 비롯해 1957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고(故) 리정다오 박사, 핀둬둬 창업자 황정 등 정·재·학계 거물들을 동문으로 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딸 시밍쩌도 저장대 출신이다.
이곳에서 만난 학생들은 저장대의 장점으로 강력한 동문 인프라와 학생의 혁신적이고 자주적인 연구개발을 위한 지원 등을 꼽았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진실을 탐구하기 위한 전폭적인 지원이 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인재 양성의 원동력임을 알 수 있었다.
지난 4일 중국 저장대 즈진강 캠퍼스 내 학생 기숙사 전경.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단순히 풍족한 지원만 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 명문대는 입학이 상대적으로 쉬우나 졸업은 상당히 어려운 것으로 잘 알려졌다.
이곳에서 만난 한국인 유학생 이모씨는 “일단 졸업 논문이 통과되기가 상당히 어려운데 6년(12학기) 내 졸업하지 못하면 수료증만 받아 ‘반쪽짜리’가 된다”며 “특히 중국 가오카오(대학입시)를 거쳐 힘들게 저장대에 입학한 중국인들은 학교 다니는 내내 정말 치열하게 공부한다”고 말했다.
저장대 학생들에게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아마 핀둬둬나 딥시크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공대 재학 중이라고 밝힌 한 중국인 학생은 “딥시크도 이미 관련 시장의 포화도가 높아 새로운 분야를 찾아야 한다”며 “경험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탐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졸업 후 유망 기업에 들어가 경험을 키우겠다는 천씨 역시 “학교의 인지도가 나에게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지만 이것에만 의지해 연구와 공부를 하지 않는다면 모든 것이 헛수고”라며 마음을 다잡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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