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 끝자락 폐교 위기 중학교.. 꿈 키워주자 학생들이 찾아왔다
- ■ 시골 학교의 반란 시즌2 ⑥강원 원주 황둔중
- 산골마을서 섬처럼 떨어진 학생들 꿈 키워주는 학교
- 학교 내 모든 특별실 개방…주말에도 등교하는 학생들
- 학생이 입학식 기획…종이비행기·보물찾기 이색행사도
황둔중 학생들이 지난 10월 교내 정원 만들기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사진=황둔중 제공)
[원주(강원)=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 소재 황둔중학교에서 만난 3학년 정안이는 2년 전 입학식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교사와 선배들이 자기소개를 적은 색종이를 종이비행기로 접어 날리고 신입생들이 이를 골라서 읽는 행사로 입학식을 갈음해서다. 신입생들이 운동장에 집결하면 교장선생님이 단상에 올라 훈화를 하던 여느 입학식과 달랐던 점이 정안이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황둔중 입학, 인생 최고의 선택”
원래 정안이는 중학교 입학 후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치를 생각이었다. 당시만 해도 학교생활이 시간적 낭비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검정고시로 중·고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가 천문학을 전공하고 싶었던 게 정안이의 꿈이었다. 지금은 대학 입학 후의 전공 분야만 그대로이며 다른 진로는 모두 수정했다. 그만큼 황둔중 입학 후의 학교생활이 만족스러웠기 때문. 정안이는 “중학교 진학할 때 황둔중을 선택한 것이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잘한 선택”이라며 “할 수만 있다면 졸업하지 않고 계속 다니고 싶다”고 했다.
황둔중은 강원도 원주·영월과 충북 제천의 경계에 자리 잡은 학교다. 1967년 학교설립 인가를 받았기에 50년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치악산 국립공원 끝자락에 자리 잡은 학교이다 보니 재학생들은 대부분 산골 마을에서 진학한 학생들이다. 집이나 지역사회에선 개별화된 생활이 일상이 된 학생이 많다. 황둔중 관계자는 “섬처럼 혼자 떨어져 생활하던 학생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황둔중 교사들은 폐교 위기를 딛고 학교를 활성화하려면 학생들의 사회성을 길러주는 게 우선 과제라고 판단했다. 변화의 계기는 2022년에 맞았다. 입학식을 학생들에게 기획, 진행해보도록 한 것이다. 학생들은 이제 막 입학한 신입생들에게 자기 소개를 적어 종이비행기로 건네 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교사들도 이를 신선하다고 생각해 받아들였다. 정안이가 2년 전 황둔중에 입학하면서 경험한 충격은 이런 논의가 발단이 된 것이다.
황둔중 학생들이 지난 4월 과학시간에 실험을 하고 있다.(사진=황둔중 제공)
입학식은 신입생을 위한 보물찾기황둔중은 올해 입학식도 학생들에게 기획·진행을 맡겼다. 학생들은 학교 곳곳에 후배들에게 줄 선물을 숨겨놓고 신입생을 맞았다. 입학식이 신입생들을 위한 보물찾기가 된 셈이다. 선물은 학용품이 대부분이었지만 신입생들이 선배들한테 정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정안이는 “2~3학년이 신입생들에게 학교 곳곳을 소개해주고 숨겨놓은 선물을 찾게 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했다. 3학년 현성(가명)이도 “입학할 때부터 선배들과 금방 친해질 수 있어서 학교생활이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황둔중은 입학식에 이어 학교생활에서도 학생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허용했다. 과학실·음악실 등 교내 모든 특별실을 개방한 게 첫걸음이다. 점심시간도 1주일에 이틀은 2시간으로 늘렸다. 학생들은 수업 외 시간이면 학교 어느 곳에서든 자유롭게 학습·동아리·취미활동을 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주말에도 학교에 나와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거나 쿠키를 만드는 학생도 많다. 이경원 교무부장은 “학생들에게 학교의 주인은 너희들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며 “학생들은 학교 공간을 마음대로 이용하고 관심 있는 분야가 있으면 학교에서는 최대한 이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조향사가 장래 희망이라는 학생에게는 향료 세트를, 드론 전문가가 꿈인 학생에게는 드론 구입을 지원하는 식이다.
황둔중 교사·학생들이 2022년 입학식에서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사진=황둔중 제공)
학생들의 자발적 ‘정원 만들기’학생들에게 주인의식과 자율성을 심어주다 보니 흥미로운 일화도 생겨난다. 한 학생이 학교 내 버려진 공간에 관심을 가진 게 대표적이다. 아무도 돌보지 않은 약 30평(99.2㎡)의 교내 부지는 이 학생의 관심을 받기 전에는 쓰레기·연탄재가 쌓여있는 사실상 버려진 공간이었다. 이 학생은 쉬는 시간마다 이곳을 치우기 시작하더니 졸업할 무렵에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꽃을 심었다. 교내 버려졌던 땅이 작은 정원으로 변모한 것이다. 이경원 교무부장은 “해당 학생은 졸업 후 특성화고에 진학했는데 지금도 가끔 학교를 방문해 그때 만들어진 정원을 둘러보곤 한다”고 했다.
학교 인근에는 마땅한 학원이 없기에 학생들은 방과 후에도 학교에 남아 공부하거나 동아리·취미 활동을 하길 원한다. 교사들도 방과 후 모르는 문제를 물어오는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학생·교사 간 신뢰가 쌓인 것도 황둔중의 특징이다.
류원숙 연구부장은 “마땅한 학원이 없는 산골 마을이라 방과 후 학교에 남아 공부하는 학생이 많다”며 “교사들도 학교에 남아 학습지도를 해주거나 귀가 시 차로 학생들을 데려다주고 있다”고 말했다.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이모 씨는 “뒤처지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보충수업을 해주시는 교사들에게 감사한다”고 했다. 1학년 자녀를 둔 또 다른 학부모 김모 씨 역시 “이미 첫 아이를 황둔중에 보낸 뒤 둘째도 올해 이곳에 입학시켰다”며 “학습을 떠나 배려와 인성을 배울 수 있는 학교”라고 황둔중을 평가했다.
황둔중은 이런 교사들의 노력으로 지난 2022년 교육부로부터 ‘농어촌 참 좋은 학교’로 선정됐다. 인구소멸 지역임에도 불구, 2021년부터 꾸준히 15명 안팎의 학생 수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덕분이다. 올해 황둔중의 전교생 수는 16명이다. 이경원 교무부장은 “농어촌 지역에선 자율성을 최대한 부여해야 작은 학교만의 특색있는 교육을 운영할 수 있다”며 “교육과정 편성이나 학생 평가 시 개별 학교의 권한을 보장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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