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대구 등 지방 악성(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를 중심으로 분양 당시보다 1억원 넘게 분양가를 깎아주는 아파트들이 속출하고 있다. 일부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 할인을 통해 신규 계약이 늘어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미분양을 털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구광역시 서구 내당동 반고개역 푸르지오는 작년 하반기부터 1억원 넘는 할인 분양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아파트는 작년 2월 240가구를 분양했으나 1, 2순위 합쳐 청약 접수 건수가 19건에 불과할 정도로 청약 경쟁률이 저조했다. 당시 전용면적 84㎡ 아파트의 분양가가 7억 3900만원에 책정됐다. 대구 서구의 평균 분양가가 3.3㎡당 1000만원 수준인데 이 곳은 2000만원 넘은 가격에 분양돼 고분양가 논란이 커졌다. 그로 인해 3월 정당계약 당시 계약 건수는 0건이었다. 그나마 1억원 넘는 분양가 할인을 통해 신규 계약이 늘어나고 있다.

반고개역 푸르지오 분양 관계자는 “7억 3000만원 아파트를 6억원에 할인 분양하고 있다”며 “청약 당시엔 계약 건수가 0건이었는데 분양가 할인을 통해 계약률이 40% 수준으로 올라왔다”고 밝혔다. 푸르지오는 작년 6월부터 입주를 시작했기 때문에 매매시 즉시 입주가 가능하다.

작년 12월 입주하는 대구 수성구 황금동 힐스테이크 황금역 리저브1·2단지도 작년 12월부터 분양가를 최대 10% 할인하는 할인 분양을 진행하고 있다. 리저브 1단지는 분양 당시 9억원 중반대(82·83㎡)였으나 할인 등을 통해 8억원대로 낮아졌다. 1단지는 평균 8억 4000만원, 2단지는 8억 2000만원으로 낮아졌다. 2022년 지어진 황금동 힐스테이트 황금엘포레 84㎡ 규모 아파트가 이달 21일 8억 9000만원, 작년 12월 9억원에 거래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공급되는 셈이다.

건설사들이 악성 미분양 아파트를 털어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할인 분양에 나서면서 신규 계약이 증가하고 있기는 하지만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에서 악성 미분양 아파트가 가장 많은 대구의 경우 올 1월 악성 미분양 주택이 3075가구에 전국에서 가장 많을 뿐 아니라 한 달 새 401가구가 증가해 악성 미분양 주택이 가장 많이 늘어났다. 2023년말 악성 미분양 주택이 1044가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작 1년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세 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건설사들은 할인 분양을 최대한 해보지만 그럼에도 나가지 않을 경우엔 정부가 발표한 대로 기업구조조정(CR)리츠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넘기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 분양가보다 10~20% 가량 할인 분양이 나오고 있는데 이를 CR리츠 등으로 넘길 경우엔 과거 사례를 고려하면 20~30% 가량 낮아지게 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할인 분양에도 대구 부동산 시장이 크게 움직이지는 않고 있다”며 “건설사 입장에선 최대한 공사비를 회수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밝혔다.

아파트 분양권, 입주권이 최초 분양가보다 1억원 넘게 싸게 나오는 ‘마이너스피’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대구시 중구 태평로3가 힐스테이트대구역퍼스트 85㎡ 규모 아파트의 경우 최대 1억 3000만원 마이너스피도 등장했다. 마이너스피는 대구뿐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인천 송도자이더스타 84㎡아파트는 분양가보다 8000만원 가량 싼 9억원까지 호가되고 있다. 건설사들이 아파트 할인 분양에 적극 나서더라도 청약 당첨자들이 고분양가를 감당하지 못해 마이너스피로 분양권을 매매한다면 할인 분양 효과가 떨어질 위험도 있다.

김지연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지방 분양 시장은 할인 분양 등의 자구책에도 지역 내 쌓여 있는 미분양 해소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